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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쏜살같이 빠르게 흐른다더니 벌써 3월도 딱 중간쯤에 걸려있다.
학오름에서 2월 춘천 삼악산에 갔다온게 엊그제 같은데.
학오름산악회 3월 정기 산행날이다
또 반가운 친구들과 만나서 열심히 산타고 땀흘릴 생각하니 벌써 내 마음부터 설렌다.
10시에 지하철 1호선 경기도 양주영역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신도림역에서 7시58분에 소요산행 전철을 타고 양주역에 내리니 9시14분이다.시간 가늠을 잘못한건지 약속시간보다 너무일찍 도착했다.역사 밖으로 나와서 두리번거리는데 수원에서 올라온 석이가 보인다 .아마 나와 같은 전철을타고 내린것 같다.
만나서 건설과 관계된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있으니 재붕이가 세번째로 도착하고 이어서 분당팀 태균이,영화가 같이 나오고오늘 처음 학오름에 신입신고하는 손철모가 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는 처음 보는 친구인데 정말로 반갑다
.다음으로 영원한 신사 영석이, 동기회장 기현이 도착,형주와 서울역에 마중나갔던 창환이가 10시 조금 지나서 도착하고 대방역에서 양주행기차를 오래기다렸다는 만영이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시각이 10시20분 정도 된 것 같다
오늘 등산멤버는 모두 11명이다.
날씨는 늘 그랬던 것처럼 맑고 화창한 가운데 봄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좋은 날씨다.
양주역에서 10분정도 걸어가니 양주시청이 나온다 .부근 가게에서 막걸리 몇통과 간단한 안주거리 조금 챙겨 10시40분에 양주시청 뒤에서 올라가는 佛谷山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잘 마른 흙길에 낙엽도 제법있어 푹신푹신 한결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봄바람도 산들산들 알맞게 불어와 양볼을 간지럽히듯 지나간다
.아직 봄풀들이 돋아나지 않아 踏靑이라 할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벌써 따뜻한 봄날에 온 산과 들에 파릇파릇 올라온 풀을 밟고 자연을 즐기던 답청을 하는 느낌이다.
높이는 500M가 채 안되는 아담한 산이지만 조금 올라오니 고구려시대 군사진지인 산성보루(山城堡壘)흔적이 여러군데 남아있고 산아래 사방팔방은 넓디넓은 평지인데 유독 홀로 우뚝 솟아있는 불곡산이 참으로 좋은 산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에서 불곡산이라고 찾아보니 대동여지도에 " 揚州의 鎭山"이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다.
지금의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구리시 남양주시와 서울의 도봉구 강북구 중랑구일부 지역이 원래는 양주군에서 분리되어 市로 승격한 것을 보면揚州는 조선시대에도 牧使가 다스리던 규모가 무척이나 큰 행정구역이었다고 한다.
기분이 좋으면 몸도 힘들지 않다고 했던가.
등산로가 험하지 않고 바닥이 푹신푹신해서인지 쉬지도 않고 올라가는데 피로감도 덜하고 힘이 별로 안든다.
불곡산 2보루를 지나니 나무의자가 놓여있는 쉼터가 나온다.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마주치는 눈길과 표정과 말이 오고가는 廣場에 나온 느낌이랄까.
우리 학오름도 물 한모금 마시고 잠시 쉬어간다.
휴식을 마치고 이내 발걸음을 옮기니 큰 송전탑이 나오고 조금 지나 헬기착륙장 임꺽정ㅅ生家터 가는 길이란 나무팻말이 보인다.
양주시청에서 2KM 조금 넘게 온것 같은데 불곡산 정상 상봉까지는 0.6KM 남았다.
쉬지않고 계속 가니 불곡산 5보루라는 안내간판이 나오고 바로 눈앞에 상봉이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상봉 오르기 전 길 왼쪽으로 전망 좋은 바위에 로프를 둘러 놓은것이 사진찍는 포토 포인트 인듯 싶다
우뚝 솟아 세월을 이기고 선 낙락장송의 모습도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앞에서 먼저 간 친구들은 이미 상봉에 올라가 있는 것 같다
.형주와 창환이 만영이 나 넷이 저 멀리 뒤로 보이는 사패산 도봉산을 배경으로 멋지게 한짱 찍어 본다.
저멀리 남쪽으로는 도봉산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 3봉우리와 오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동쪽으로는 운악산인듯 어렴풋이 산줄기가 누워있고 동두천쪽으로는 소요산 서남쪽으로는 수락산,아차산도 훤히 다 보이는 것이 조망이 참으로 좋은 산이다
양주의 진산이란 말이 허명이 아니다.
상봉에 오르는 마지막은 철제 계단으로안전하게 등산로를 꾸며 놓았다.
드디어 불곡산 정상 상봉이다 470.7M 고도표시가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정상이라고는 하나 큰바위 몇개로 되어있어 공간이 무척 협소하고 올라오는 등산객들마다 사진 찍느라 많이 혼잡하다.
우리 학오름도 단체 사진 한장찍고서 서둘러 철계단을 내려와 다음 상투봉, 임꺽정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봉을내려서니 오른쪽 건너편 산에는 공동묘지가보이는데 저마다 굴곡많은 이승을 하직하고 다음 生을 사는 사람들의 陰宅이 마치 우리들이 살고있는 아파트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알듯 모를듯한 모순의 조화인 듯 싶어 기분이 묘해진다.
내려가는 길도 철계단 길이라 오고가는 교행이 원활하지 못하지만 금방 상투봉을 지나고 임꺽정봉으로 가는 중간갈림길에 닿는다
선두에서 앞서가던 영화가 기다리는데 아차 만영이가 상봉에서 내려올때 우리와는 반대로 아까 올라왔던 양주시청쪽으로 방향을 잡은것 같다.
전화로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있는 쪽으로 오는 방향을 고쳐준다. 되돌아 오려면 아마도 시간이 제법 걸릴듯.
기다리는 시간 감안하여 이쯤에서 배낭내리고 막걸리 한잔하면서 점심도 먹고 가자고 자리를 편다.
양주막걸리 두통 서울장수막걸리 두통 창환이 준비한 김밥과 오뎅국물 석이 부인께서 정성들여 챙겨주신 김치전과 코다리조림 ,오뎅건데기 과일 커피,인삼차 등등 맛나게 열심히 먹고 있으니 만영이 무사히 돌아와서 산위에서 즐거운 점심시간은 무르익어 간다.
일요일 같은날 하루종일 낮잠자고 움직이지도 않고 밥 먹으면 입맛도 없고 소화도 잘 안되는 것과 비교하면 땀흘리고 운동하고서 음식을 먹으면 확실히 밥맛이 좋다.
INPUT과 OUTPUT의 원리란 이렇게 간단하고도 분명한 것인데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않다.
점심 먹은자리 확실히 뒤처리하고 쓰레기 챙겨 일어서려는데 재붕이가 지난해 년말 장군으로 진급한 송유진 친구가 학오름친구들 얼굴보러 온다고하여 전화를 한다.
지금시간은 오후1시 부근이다.여기서부터 임꺽정봉을 거쳐 하산종점인 대교아파트까지는 2km남짓 남았으니 오후 2시에 송유진 장군을 만나기로하고 부지런히 하산길에 오른다
배도 채우고 에너지 보강했으니 샘솟듯 힘이 솟고 한걸음에 내달려 임꺽정봉에 닿았다.
조선 명종때 백정의자식으로 태어나 도적집단의 우두머리로 타락한 왕실과 양반사대부등 집권층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천대받던 우리 백성같은 민초들에게는 義賊과도 같았던 임꺽정이 태어난 생가터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이름이 임꺽정봉이다
이 봉우리와 골짜기 주변에는 임꺽정이 주무대로 삼았던 청석골과 연관있는 靑松골,靑笑골,天然골등 지명이 많이 있다고 한다.넓고넓은 평지위에 우뚝 솟은 불곡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군사적으로도 천혜의 요충지가 될수밖에 없을 듯하니 임꺽정의 전설이 생겨날 법도 하다.
임꺽정봉에서 단체사진 한 컷하고 1.5km남은 대교아파트까지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임꺽정봉에서 내려오는길도 철계단으로 등산로를 잘 꾸며놓아 큰 어려움이 없는데 철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로프를 잡고 올랐는지 바위 군데군데 볼트가 박혀있고 꽤나 험한 암릉길이었을 것 같다.
철계단을 내려오니 대교아파트 가는 길이 시작되고 산의 고도는 눈에띠게 낮아진다.
일사천리로 잰걸음에 시간맟춰 영화 석이 내가 먼저 하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정확히 오후 2시다
뒤내려온 우리 일행이 무사히 하산을 마무리한 시간은 2시10분이다
대략양주시청에서 대교아파트 입구까지 3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점심시간을 빼면 3시간 코스로 무난할것 같다
대교아파트 입구에서 내려왔던 불곡산을 올려다보니 임꺽정봉,상봉의 위용이우람한 모습으로 하늘아래 걸려있다 멋진 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등산을 마치고 나니 화창하던 날씨가 구름이 잔뜩 끼어 심하게찌푸려 있다.
아파트 건너 큰 도로변에 "장작구이 한마당"이라는 음식점이 간판이 번듯하고 규모도 있는 음식점이라 자리잡아 들어가니 곧이어 자랑스런 마고37회동기 송유진 장군이 어부인 동행하여 도착한다.
작년에 장군으로 진급하여 서울대학교에서 재충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유진군이 시간을 내어 부인과 함께 친구들 보러왔으니 오늘 분위기는 더욱 뜻이 있고 동기들간의 끈끈한 정이 더해진다.
정말 30년동안 軍門에서 오직 한길만 보고 열심히 헌신하여 오늘이 빛나는 늠름한 장군의 모습으로 친구 앞에 돌아온 우리 친구 송유진 군의 앞길에 무한한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송유진 군이 도착하여 양주에친구들 얼굴 보러 왔으니 洋酒 2병과 안주감으로 육포를 갖고왔다고 하니 음성학적으로 지명인 양주와 술의 종류인 양주로 연결하는 유머감각도 군인 같지 않게 훌륭하다
오늘친구가 가져온 양주와 안주감은 후일을 기약하고 남겨 둔다.
오늘메뉴는 오리훈제 ,오리삼겹살,떡갈비 ,소시지등 오리고기모듬에 기현이가 제조법을 알아 소개한 MB표 폭탄주(막걸리8,소주1사이다1 비율로 섞은 혼합주)로 건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잔들은 오고가고 친구들 12명이 엮어내는 이야기에 묻혀 시간 가는줄 모른다.
분위기 좋고 기쁜 봄날에 오늘 학오름 신입멤버인 프로 사진작가 손철모 군의 인사, 송유진 장군의 인사 한마디 여기 남기지 않을수 없다.
손철모 군 _"컴퓨터 관련 일을 계속하다가 지금은 사진찍는 일이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가 되었다는것과 컴퓨터 관련 認證 일을 병행하고 있으며 사진찍으러 필요에따라 시간은 새벽에도 어스럼 해질녘에도 자유롭게 산에 다니게 됐는데 오늘 친구들과 같이 산에 와보니 참 좋다. 한달에 한번 하는 학오름에 앞으로 자주 참석하겠다." (등산실력이 보통이 아님)
친구들 모두 환영의 박수 짝짝짝
송유진 군_ "武臣은 죽음을 겁내면 안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사람한테 나 다녀올께 하지않고 나 간다 하면서 나온다. 나라를 지키는 사람으로 내목숨을 내놓고 일한다는 각오로,내가 입었던 군복이 죽은 사람의 수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살고 있다."
친구들 모두 감동했다.올곧은 국가관과 투철한 군인정신은 군인의 귀감이요 살아있는 군인정신이라고 믿는다.이런 친구가 공직에 있다는 것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든든하고 많은 위안이 된다
안중근의사의 爲國獻身軍仁本分이란 글이 송유진 친구에게 꼭 들어 맞는 글인 것 같다 .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동기회장 기현이는 5월2일에 재경 동기 체육대회를 박원수 장군부대에서 한다고 공지하고
태균이는 다음달 산행은 어디로 갈까 운을떼고
열화같은 친구들 요청에 묵언거사 영석이는 또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한수 읊고
나 뻐꾸기는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한수 읊었다.
우리가 물이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때는 인적 그친
넓고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가 가까워 온다
오늘 자리는 평소때보다 술을 조금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해 4시 정각에 자리를 파하고 일어 선다
오늘부인과 함께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준 송유진 친구가 음식값으로 한 턱 내고 친구들 모두 배도 포만감으로 우정도 포만감으로 하루를 알차게 채웠다.
친구가 고맙고 우정이 아름답다.
송유진군은 자기차로 가고 학오름멤버 11명은 버스타고 양주역에 내려 지하철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중간에 태균,재붕,석, 나 넷은 도봉산역에 내려 막걸리 소주에 황태찜등으로 2차로 한잔 더하고 8시 30분쯤 일어나 7호선 전철타고 헤어졌다.
밖에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겨울의 묵은때를 씻어내고 새 봄이 새록새록 오고 있다.겨울이 춥고 길었던 만큼 오는 봄은 훨씬 따뜻하고 빛난 모습으로 올 것이다.
학오름 만세 친구들 만세 2010년 봄 만세
첫댓글 역시 뻐꾸기 글에는 살아있는 움직임이 있어 좋다. 잘 읽었다. 하나도 안 빠트리고 잘 쓰네. 다만, MB폭탄은 8:1:1로 기억하는데 맞을끼다. ㅎㅎ 긴 글 쓰느라 고생했다. 학오름 만세다
못가서 아쉬웠다. 다들 즐거웠단것이 잘 보이네 ~~ 다음에 봄세
다들 안~산, 즐~산, 살~산해서 기쁘구려. 그 감흥이 잊기도 전에 뻐꾸기 글을 보니 다시 새롭구나. 술 좀 절제하고 몸 단련해서 다음달 큰 산에서 봅세...
글로 보니 느낌이 배가 된다. 우리 학오름 산행은 한 번 갈 때마다 세번 가는 느낌과 똑 같다. 처음에는 영화대장이 적어둔 정기 산행 코스 안내도및 주변 경관에 대한 설명을 읽고 갔다 온 거나 마찬가지고, 한 번 은 당일 날 직접 올라가 보고 ,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뻐꾸기 후기 읽고 한 번 더 갔다 온 거나 마찬가지이니 , 우리는 산행을 해도 이렇게 세번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