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교산으로 등산을 갔다 오면서 우연히 들린 메밀요리 전문점이 있어 소개한다. 입구에서 인상이 서글서글한 사람이 “어서 오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3월 말 평일 오후 4시경이라 식당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단 앉자마자 메밀부추전과 막걸리 1병을
주문했다.
▲ 강원도 生막국수집 이세호 대표 ©박익희
기자 | |
광교산은 수원.용인.의왕을 품고 있는 수원의 진산으로 높이는 582m이다. 골이 깊고 능선이 완만하여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이날은 상광교~ 토끼재~종루봉~ 상광교를 다녀왔다. 필자는 가끔 오후 시간에 월드컵경기장~봉녕사~경기대~반딧불이화장실~백년약수터
정상~문암골~광교저수지 코스로 한 바퀴 돌아온다.
수원시는 광교저수지에 수변 마루길을 만들어 탁 트인 저수지와 광교산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람들이 많다. 수원에는 팔색길을 만들어 여우길. 모수길 등 나름대로 걷는 재미가 있다.
특히 4월 화사한
벚꽃이 만발한 광교저수지 마루길은 인기가 높다. 올봄에도 벚꽃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등산을 마치면 하산주로 막걸리 한 잔은 등산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마지막 의식으로 무사한 산행과 산행동료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한다.
상광교동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개업하여
보리밥 위주의 음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강원도 메밀 生막국수’ 집이다.
▲ 비빕막국수와 육수(사진 위), 메밀부추전(사진 아래) © 박익희
기자 | |
“맛이 어떠냐?”며 이세호 대표가 말을 걸어온다. 목소리가 걸걸하고 성격이 활달한 호남형이다. “우리집의 음식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며 식당을 개업한 동기를 얘기한다.
이 대표는 “처갓집이 강원도에서 막국수집을 했는데 장모님이 힘든 것 같아 절대로
막국수집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장가를 갔다. 결혼 후 건설업으로 꽤 재미를 봤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사업규모를 확장하다가 여차저차해서
망하여 결국 막국수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내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근처에서 항아리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며 “아내와 매일 같이 있으니 의견 충돌로 일어났다”며 은퇴 후 가장들이 겪는 아픔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방문때 먹은 들께감자옹심이와
막국수 맛이 일미였다. 그 후에도 이곳을 몇번 찾았다.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국내 여러 곳을 다니며 토속음식을 즐기는 편이며 막국수와의 인연은 꽤 오래되었다.
1980년대
설악산을 다니며 먹어본 막국수는 거무스레한 메밀가루를 부뚜막에 치대어 물위 가마솥 위에 나무로 걸고 누름틀 속에 반죽을 넣어 누르면 메밀반죽이
압착에 의해 펄펄 끓는 물에 익힌다. 적당히 익은 메밀면발을 재빨리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참기름과 고추장에 비벼먹는 막국수는 일품이었다. 그
맛을 잊지못해 해마다 그곳을 들렀던 기억이 있다. 토종닭을 잡아 그 육수물에 먹는 강원도 본래 막국수 맛이 그립다.
사단장으로 부임한 친구가 대접한 양구의 막국수집, 횡성 산골의 막국수집은 서울에서 막국수 마니아들이 줄을 서서 먹을 수 있는
유명 토속음식점들이다. 요즈음은 전분을 많이 섞어서 잘 끊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전 막국수는 면발이 부드럽고 잘 끊어지고 구수한 맛과
비법의 육수는 중독성이 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필자와 1955년생으로 쌍팔년 동갑내기에 애기가 잘 통했다. 메밀두부김치에
막걸리를 추가하여 기분 좋게 포식을 했다.
▲ 실사출력으로 만든 메뉴판에는 다양한 메밀요리가 있다. ©박익희
기자 | |
겨울철에는 메밀떡국, 메밀떡만두국, 메밀바지락칼국수, 메밀묵밥, 메밀감자옹심이, 양푼이돼지고기뽁음 등의 요리를 메뉴에 추가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식, 양식, 일식, 퓨전음식 등 여러 종류의 음식 레시피를 알고 있었다. 식당 창업을 준비하며 대학교수와 호텔 주방장으로부터
교육을 받으며 기록한 20여권의 노트를 보여주었다. 이것만 있으면 어딜가든지 어떤 요리라도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이 대표는 3년 전에 사고로 몸이 불편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밝게 살아가고 있었다. 장애인 자격 신청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내가 신청하며 한정된 예산에서 1원이라도 서로 나누어야 하기에 정말 혜택을 봐야하는 사람의 몫이 작아질 것이고, 나는 잘 살고있으니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철학과 인품을 가지고 있으니 점점 단골이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예로부터 메밀의 효능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오장의 노폐물을 배출시킨다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나와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소화를 촉진하여 1년 동안 쌓인 체기도 내려준다고 한다.
또한 삼복더위에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소화제로 쓰이기도 하며, 루틴이 다량 함유돼 생으로 먹으면 기생충을 없애는 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수육이나 족발, 갈비 등을 먹고
나서 냉면을 먹는 것도 메밀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놀랍다.
‘강원도
生막국수 전문점’ 전화: 031) 244-5365
주소 :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 72번지
▲ 광교저수지 마루길, 벚꽃과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을 배려한 가로등과 꽃길, 달 그림자가 아름다운
곳이다 © 박익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