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넷째주 토요오름(2008.01.26)
억지 등정 계획을 하지 않고서는 가보지 못하는 남원읍 관내의 작은 오름군을 오르기로 하였다. 약속 장소에 시간에 맞게 도착하려고 서둘렀지만 5분 늦었다. 전선생 부부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3주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가웠다. 그리스, 터키, 에집트 여행을 다녀 온 후 시차 적응이 안되 조금은 애를 먹는 모양이다. 오늘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엊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였다.
오늘의 등정 코스는 소소름, 여쩌리, 쇠기오름, 넉시오름, 운지오름, 고이오름, 생길이오름 순으로 정하고 께철님의 믿음직한 무쏘가 수고하기로 하였다. 차 한 대로 움직이니 이동하는데 쉬웠다.
<소소름>
가시리 사거리를 통과하여 수망리쪽 2km 지점의 소소름으로 가는 농로를 약 70m 들어서면 오름 정상으로 이어지는 새(띠)와 억새 밭 길을 만나는데 오늘은 정원수를 재배하는 농원을 가로질러 올랐다. 정상을 포함하여 그 주변의 새(띠)와 억새가 깨끗이 베어져 황금빛 얼굴을 드러냈다. 정상에서는 한라산, 물영아리, 물찻오름과 토산봉, 북망산, 가세오름 넘어 바다까지 시원스럽게 볼 수 있어 좋다. 조그만 몸체이나 등성이와 굼부리 등 오름으로서의 구색을 갖춘 오름이다.
<여쩌리>
해비치 골프장길 1.7km 지점에 위치한 여쩌리는 새(띠)가 자라는 고운 등성이를 지닌 오름이다. 새는 이미 베어가고 등성이 전체가 곱게 다듬어 져 있어서 딩굴며 놀고 싶은 곳이다. 오늘은 기온이 차고 바람이 불어 추웠다. 이름 모를 고인의 유택 담벼락을 의지 삼아 나눈 따뜻한 커피 한잔은 오름에 동참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우정의 맛(?)이 아닐까?
등성이는 동서로 완만하게 이어지고 남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를 감싸고 있다. 정상에는 경방초소가 있으며, 오름 북쪽으로는 해비치컨트리클럽으로 이어진다. 사방이 탁 트여 한라산은 물론 남원읍과 표선읍 일대를 전망할 수 있다.
<쇠기오름>
쇠기오름은 송애기오름, 웅악으로 불린다.
예전에는 송암농원 정문을 통과해 진입하였는데 미안하고 죄송하였었다. 오늘은 송암농원 후문으로 통하는 길로 우회하기로 하였다. 소망사거리에서 가시리 쪽 300m 지점의 버스정류장 맞은편의 시멘트포장길 따라 약 800m 지점의 송암농원 후문 앞의 감귤밭을 가로질러 올랐다. 어느 왕릉처럼 봉긋하게 솟아 오른 오름이다. 전사면은 억새가 자라며 기슭은 농원으로 조성되었는데 정상에서의 조망권은 시원스럽게 트여 있어 경관이 그만이다.
<넉시오름>
남조로의 의귀리 서동 버스정류장을 바로 지나 다리 옆에 차를 두고 오름의 기슭으로 연하는 도로포장이 잘된 농로를 따라 걷다가 이동통신시설 옆 숲길을 통과해서 정상에 올랐지만 울창한 나무 숲 때문에 시야가 막혔다. 그래도 능선을 따라 이어진 숲길이 있어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빨갛게 익은 백량금과 자금우의 열매가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운지오름>
남원 2리에 있는 오름으로 비고가 낮아 오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름이지만 마을에선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는 오름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매년 포제를 이 오름에서 연다고한다. 오름의 정상 부근에 포제터와 포제 준비실로 쓰이는 간이시설이 있고 산책로도 그래서 잘 마련되었다.
현지 출신 께철님의 말에 의하면
옛 부터 혼인날 이 오름 옆을 지나면 그 부부는 이혼한다는 말이 있어 조심했다고 한다. 그만큼 마을에서는 신성시하던 곳이다.
<고이오름>
남원읍의 위미목장안에 위치한 오름으로, 자배봉에서 보면 북쪽 멀리 동서로 낮게 보이는 오름이다. 정상에는 경방초소와 간이 전망대 시설이 있어 사방을 조망 할 수 있어 좋다. 한라산의 웅장함과 그 남쪽의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오고, 위미목장을 비롯한 광활한 남원읍 중산간 일대를 시원 스럽게 조망 할 수 있다.
처음 이 오름에 올 때는 오름 북쪽에 개설된 서성로에서 바로 진입했기 때문 고생하였다. 오늘은 위미목장 정문을 통과해 오름 기슭까지 목장 길을 따라 걸었다. 앞서 올랐던 작은 오름들과는 그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그런지 걷는 기쁨과 즐거움이 컸다.
오름 남쪽 기슭의 삼나무 숲을 통과해 정상에 올랐고, 정상의 잔디밭에서 계란과 커피를 하며 간이 전망대에도 오르고 담소를 한 후 서쪽 능선 길을 따라 내려와 오름 남쪽 목장 길에서 께철님과 헤어 졌다. 오름 동편 한남로의 감귤가공 공장 서쪽 목장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모두는 동쪽으로 이어지는 목장 길을 걸어 나왔다. 다음 고이오름을 오게 되면 한남로변의 목장길로 시작하여 오름 능선을 돌아 나오는 코스를 생각하며 생길이 오름으로 이동하였다.
<생길이오름>
서성로의 한남교차로에서 516도로쪽 2km 지점의 위미교차로에서 위미쪽 1.5km 지점의 한라산영농조합법인 입구에 차를 두고 생기악농원 정문을 통과해 오름을 올랐다. 정상에서는 시원스럽게 전망권도 확보되어 있지만 고압선이 오름의 서쪽 능선을 통과하고 있어 북쪽의 한라산과 그 남쪽 절경을 가리고 있는 것이 흠이다.
이 오름은 사유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문에서부터 오름의 남쪽 기슭까지 길이 잘 다져져 있고, 길가에는 동백나무와 돌 등으로 조경도 잘해 놓았다. 오름의 동쪽인 농원 정문 앞을 흐르는 천이 종남천이라 한다.
하루에 7개씩의 오름을 오른다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중산간 일대의 조그만 오름들은 무리하지 않으면 좀처럼 발이 가지 않는다. 점을 찍어서가 아니라 제주에 살면서 이런 곳에 이런 오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의 즐거움을 더해 준 것은 전선생께서 교래리 녹산장 가든에서 말고기 요리를 쏜 것이다. 회원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먼 나라 여행담을 들려 주어 고마웠다. 오늘 동참하지 못한 회원들에게는 안됬지만 참 좋은 하루였다.
*소소롬 : 고도 162.4m 비고 42m 말굽형(서). 표선읍 토산리 소재
*여쩌리 : 고도 209,8m 비고 50m 말굽형(남). 남원읍 신흥리 소재
*쇠기오름 : 고도 170m 비고 33m 원추형. 남원읍 수망리 소재
*넉시오름 : 고도 146m 비고 56m 말굽형(북서) 남원읍 의귀리 소재
*운지오름 : 고도 113.5m 비고 24m 말굽형(남) 남원읍 남원2리 소재
*고이오름 : 고도 302m 비고 52m 말굽형(북서) 남원읍 한남리 소재
*생길이오름 : 고도260m 비고 65m 말굽형(서) 남원읍 신예리 소재
첫댓글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