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소는 ‘초국가주의적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위치’라는 대주제로 1년차에서는 세계화가 야기한 광범위한 사회 변동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어떠한 쟁점을 낳고 있는지 주요 흐름을 짚어보는 연구를 진행시킬 것이다. 2년차에서는 그 결과 대두된 새로운 담론들이 국경을 넘어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가로지르는 (신)사회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는 양상을 추적할 것이다. 3년차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된 담론들이 세계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을지를 고찰함으로써 초국가주의적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자리매김을 시도할 것이다.
"1단계: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주요 쟁점".
1980년대 극심한 경제위기, 냉전체제의 붕괴, 세계화의 가속화,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 등의 영향으로 라틴아메리카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근대화, 독재, 정당, 혁명, 중심부/주변부, 발전, 정체성, 민족주의, 민족해방, 민중 등의 과거의 의제들은 폐기되다시피 하고 합의, 다원주의, 민주주의, 권력 이동, 세계화, 블록화, 지속가능한 개발, 종족 등 새로운 의제들이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이에 따라 어떠한 쟁점들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1년차 연구에서는 특히 현재의 화두가 지난날의 사회적․역사적 모순들이 누적되고 중첩된 것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각을 정립하고자 한다.
"2년차 연구: 라틴아메리카의 초국가적 (신)사회운동".
198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근대국가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칼날 같은 국경”으로 비유될 만큼 확고한 경계선으로 인식되어 온 국경이 실질적으로 해체되거나 그 의미가 재구성되는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해방신학, 브라질의 무토지운동 등에 기원을 두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신)사회운동은 특히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여성, 원주민, 흑인, 이주민 등의 소수자 집단이 국가의 억압성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넘어 그들의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소수자 문제의 해결이 세계화의 핵심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징후를 보여준 것이다.
"3년차 연구: 라틴아메리카 담론의 세계성".
라틴아메리카는 식민 지배, 독립 투쟁, 인종 차별, 신식민주의, 극단적인 좌우 갈등, 외채위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등의 세계사적 갈등을 고스란히 경험한 대륙으로,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대항 담론도 일찍이 19세기 말에 정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비판적 담론들은 인문학적 뿌리에서 잉태되었다. 반제국주의를 표방한 종속이론의 기원에 쿠바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호세 마르티가 있고, 라틴아메리카 신사회운동의 선구적인 운동인 풀뿌리공동체가 신학을 새롭게 해석한 해방신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그 예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인문학적 사유는 세계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호세 마르티는 탈서구주의,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는 문화연구와 하위주체연구, 보르헤스는 탈근대와 주변부적 근대성, 프란츠 파농은 탈식민주의, 엔리케 두셀은 모더니티 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심지어 서구에서도 서구중심주의의 반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왔다. 그리고 최근에도 복잡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혼종성 논의, 군부독재와 경제위기 때부터 발생한 현상인 이산(離散) 관련 연구, 멕시코 계의 대규모 미국 이주 현상에서 비롯된 경계 이론 등이 세계적으로 시의성 있는 인문학적 주제로 주목받을 정도이다. 라틴아메리카 인문학적 사유는 통합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인문학적 담론을 일구어낸 이들은 문인, 성직자, 사상가 등으로 제도권 학자들처럼 분과학문의 틀에 갇히지 않고 사회 현상을 폭넓게 관찰하고 통합적으로 사유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 담론의 세계성을 검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