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의 데뷔앨범이 발표되었던 1990년대 중반 조윤에게는 뜻밖의 커다란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다.
제주도에 계신 아버님이 팬션사업에 투자하시다가 크게 부도를 낸 것이다. 멋쟁이 아버님은
우리회사에도 한차례 왕림하신 바 있다. 멋진 모자를 쓰시고 아들의 음반을 내어 준 시완레코드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먼 길을 오신 것이다. 하지만 양재동에 차려놓은 최첨단 조윤 스튜디오는 그의
아버님 부도에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그 중 많은 음향장비와 악기들이 조윤과 그의 후배들에 의해서
나의 집 스튜디오로 옮겨졌는데…
문제는 2002년에 발생했다. 그 속에 귀중한 Saxophone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조윤의 연주모습
2002년, 월드뮤직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나는 그리스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문 때는 당시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던 아들녀석을 보기 위해 예정되었던 아프리카를 제외시키고, 비행 스케쥴 중간에 이탈리아
카타니아를 넣었다. 그러나 아들녀석이 서울로 온다는 급보를 전해 들었다. 캐나다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했다가
갑작스럽게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온 손자(내 아들놈)때문에 어머님께서 나의 스튜디오를 아무런 허락 없이
개조(창문을 3개나 만들고)하시고 스튜디오에 있던 음향기기와 조윤의 음향장비들을 지하창고에 넣어버리셨다.
한달 만에 귀국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집 담벼락에 수북이
쌓여있던 방음 판들과 그 사이사이에 껴 있던 턴테이블들의 비참한 잔해 들… Julian Jay Savarin의 오리지널 음반도
그 속에 있었다. 나는 황당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오랜만에 만나는 아들녀석에 대한 반가움과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극진한 내리사랑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무거운 스튜디오장비들을 지하실로 나르다가 인부 한 분이 층계에서
미끄러져 큰일 날뻔했었다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계속)
1996년 11월 삼성생명 사보에 실린 기사... 머리가 가장 긴 사람이 당시 30대 중반의 조윤이다!
안경 낀 사람이 성시완이며 왼편의 웃고있는 젊은 남자가 술취한채 녹음에 참가, 노래 불렀던 김산...
김산도 조윤의 음향장비를 운반했던 천하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