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오징어'고, 축제하면 '오징어 축제'다.
하지만 주문진엔 오징어 축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복어 축제'도 있다는 사실!
복어가 제철을 맞았다.
북어축제 기간에 가면 비싼 축에 드는 복어를 다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재미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주문진 어시장에 가 보았다.
주문진항에서 가장 크다는 이 회센터를 중심으로 복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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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센터라고 하지만 규모가 크진 않다.
주문진항이라고 하면 제법 큰 항구라고 생각 되는데, 상권이 많이 발달하지 못한 듯 하다.
그래서 주문진항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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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복어맑은탕(지리)과 복어 튀김을 시식하고 있다.
이 국물맛을 보면 복맑은탕을 안 사먹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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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빨며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복어 튀김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의 빠른 손놀림,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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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선 양미리 시식이 있다.
주문진항 근처 사천항에서는 양미리 축제가 한창이었다.
주문진항에서도 양미리가 많이 잡히므로 맘껏 시식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양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숯불에 양미리를 구워 먹는데 그 맛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맛있다.
뼈째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양미리!
양미리를 석쇠에 올려 놓고 굵은 소금을 살살 뿌려서 바삭하게 구우면 너무나 맛있다
도대체 한자리에 앉아서 몇 마리를 먹어치웠는지 모른다.
핫! 옆에 앉은 다른 팀에서 키조개를 굽는다.
양미리 말고 키조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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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경력 30년이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의 굽는 모습을 보니
양미리를 통째로 굵은 소금에 굴려서 석쇠에 올린다.
확실히 겉에 살살 뿌린 것 보다 맛있다.
점심은 먹어야 되는데 양미리를 계속 먹다보니 배는 점점 불러오고,
그래도 자리를 뜰 수는 없고...난감했다 ㅎㅎ
복어회와 복맑은탕이 준비 됐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복어를 먹으러 go~
복맑은탕은 개운한 육수의 맛을 일품이며 해장용으로 좋다.
탕을 끊일 때는 꼭 미나리를 넣어줘야 하는데,
미나리는 비타민과 칼슘, 칼륨, 철분이 풍부하고 독특한 향이 있는데다 피를 맑게 하는 해독작용까지 한다.
복맑은탕이 나오기가 무섭게 냄비 바닥이 보인다. 
그 맛이 깔끔!, 시~원, 담백!!하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복어회를 먹어봤는데,
흰살생선인 복어는 조직에 콜라겐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서 매우 쫄깃쫄깃했다.
두꺼울수록 껌처럼 씹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복어회는 종잇장처럼 얇게 떠서 담겨져 나오는 접시바닥이 비칠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기한 맛, 젓가락 가기가 아까울 정도다.
복어회 사진은 없다.
먹기 바빠서....
축제기간 외에는 자연산 참복어 회가 횟집의 큰 접시에 한 겹 깐 정도의 양이 오 만원 정도 하고,
축제 기간에는 삼 만원 했다.
광어나 우럭 이런 회는 기본이 삼 만원인데 매운탕 포함이고 2~3명이 적당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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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배불리 먹고, 주문진 어시장과 포구에 구경을 갔다.
회센터 말고 주문진항쪽으로 가다보면 포구 근처에 어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양미리와 도루목, 새우, 오징어 등과 같은 해산물을 석쇠에 구워 팔거나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굳이 회센터를 찾지 않아도 이런 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재미있고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건어물과 생물생선들, 젓갈류들을 파는 상점들도 줄지어 있다.
어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면 포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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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라 오전의 분주함은 없이 차분하다.
뭔가를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신다.
아마 그물을 손을 보고 계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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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는 배에서 갓 잡아온 양미리를 퍼 담아 옮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삽으로 끊임없이 퍼 담아 나른다.
양미리 철이긴 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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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면서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골라내시는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양미리 한 마리를 들어보이신다.
" 이눔이 남자 양미리야~ XXXXXXXXXX........"
처음 본 외지인에게 진한 농담도 술술 하시는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양미리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몇 말씀 듣고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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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중 커~다란 불가사리를 잡은 아이를 만났다.
바닷가에서 본 붉거나 하얀 불가사리가 아닌 신기한 가시 돋힌 거대한 불가사리씨!
나중에 보니 저런 불가사리가 흔하디 흔하게 포구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마 그물에 잘못 끌려 왔다가 쓸모가 없으니 포구 바닥에 버려진 애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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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가다가....
일흔이 넘어뵈는 노인분이 눈도 어두워 보이고 손놀림도 둔한데 찢어진 그물을 손보고 계신다.
할아버지와 오징어배와 주문진어시장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복어축제에 와서 복어랑 양미리 먹었다고 하니까
그렇게 관광객들이 와서 먹어주고 사주고 하면 된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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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잡힌 생선들은 바로 그물에 걸린다.
말린 양미리는 양념장에 볶아 먹으면 맛있다고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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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득꼬득 잘 말린 가자미는 아주 맛난 밥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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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정말 날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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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가 나란히 나란히 ~
백 마리 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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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벗어나 방파제쪽으로 가보았다.
포구와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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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기 전 복어를 사기 위해 다시 회센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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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른 탓에 바로 눕지도 못하는 복어 신세...
발랑 뒤집혀져 있는 모양이 무척 귀엽다.
복어 1kg에 만원~
달랑 만 원어치 샀는데 멀리 간다고 큰 아이스박스에 담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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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좋은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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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얼굴만한 가자미는 세 마리 만 원~
갔다가 다시 왔다고 두 마리 더 얹어주신다.
가지미가 왜 눈이 없냐구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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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함의 극치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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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사니까 아주머니가 저기 가서 추첨하라면서 행운권을 주신다.
복어축제 중이라 이런 행사를 하나 보다.
추첨하는 곳에 갔더니 종이를 뽑으란다.
내가 뽑은건 '쥐포 한마리 ㅋㅋㅋ'
앗, 옆사람 걸 보니 '조기 오천냥'
쥐포 한 마리를 즉석에서 구워 주머니에 넣고 오는 내내 뜯어 먹었다.
없었으면 아쉬울 뻔한 '쥐포 한 마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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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 가끔 오긴 했어도 먹기만 먹고 어시장을 둘러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모처럼 여유있게 어시장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맛있는 양미리 시식과 쫄깃, 담백한 복어요리도 맛보고,
주문진 재래시장 구경도 하고, 포구에서 어르신들과 수다도 떨고,
행운권으로 쥐포 한마리도 얻고...
바다구경, 사람구경에 마음이 부른 여행이었다.
주문진 어시장은 대체로 정해진 가격을 받지만,
미리 상품의 가격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얼마 안 있으면 동해로 일출을 보러 많이들 떠날 것이다.
가는 길에 주문진항이나 인근 항구에 들러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단, 해산물만 먹고 가지 말고 항구쪽이나 방파제가 있는 곳도 둘러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