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더 푸를까?
바다가 더 푸를까?
正答이 없는 곳이 있다.
충무 앞바다 <한산 섬> 해역이다.
구정연휴 초이튿날 정오 경
손님들이 막 떠난 한가한 시간의 시작인데 누군가가 조용히 부르는 듯 하다.
남해바다로 가서 1박2일로 속닥하게 한잔하자는 제의가 휴대폰을 통해 조용히 흘러나온다.
넌지시 마음이 동한다.
‘속닥하게’라-! 생각해 보니 기가 막히는 발상이다.
오붓한 정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멤버를 확인해 보니 남해바다와 견주기에 감히 손색이 없는 꾼들이다.
말만 들어도 벌써 무릎이 후들후들해 진다.
평소실력 그대로 단련된 솜씨로 이리저리 등산복을 걸쳤다.
가 보자-! 남도천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법도 하다. 금년에는 정초부터 산해진미가 골고루 구색을 갖추는걸 보니 뭔가가 조짐이 틀리긴 틀린다.
신설된 남도천리 행 새마을호는 5인승 승용차였다. 요금은 무료다.
차의 성능에 대한 위풍당당한 자랑을 들어주는 걸로 대신이다. 아무리 장시간 운전을 해도 어께가 아프지 않고 또 졸음도 오지 않는다고 하니 불세출의 영웅을 모시는 차량으로서는 제격이다.
계속 Go다. 믿거나 말거나 ...
마산에서 충무까지는 국도다.
차가 밀리지 않아야 여행의 진미가 여유롭다. 반대편 노선의 불편함을 위로하는 입장이 되니 다소 미안하기는 하나 정초의 첫 드라이브가 일단 순탄하다.
가자. 충무로... <고등학교 2학년 가을추억>이 있는 곳으로 뱃머리를 돌려라.
발전은 추억에 역행하나보다.
변화가 있는 곳에 추억은 아프다.
아파트 집성촌은 아마 한국적인 자연미와는 별개인 듯하다.
몇 해 만에 다시 찾은 충무항의 주거환경은 예전의 풍광 같지가 않다. 콘크리트 색깔을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변한 건 아닐는지?
화륜선 뱃고동 소리는 아주 먼 곳으로 밀린 듯 집의 모양도 변했고 사람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굽이굽이 어촌의 화사한 지붕이 맛 대인 조촐한 아름다움이 없어진데 대해서 일행은 다같이 실망하고 있었다.
기억속의 충무는 아름다운 항구였었는데 ...아름다운...그 아름다운...
어둑어둑한 술(酒)시가 되어 해변가 어수룩한 횟집에서 비로소 속닥한 자리가 마련된다.
<속닥한 자리 그대여-!>
이 순간을 위해 새마을호 노선을 창설하면서 까지 선순위로 불원천리 내 그대를 찾아오지 않았든가-!
부어라. 한잔 가득히 부어라.
속닥하게 부어라. 진솔하게 받으리라.
오붓한 분위기에서는 속닥하게 취하고 싶었노라.
호방한 너털웃음과 함께 넌지시 취하고 싶었노라.
주거니 받거니 이렇게 갑신년의 酒國天下는 남해바다에서 그 서막이 오른다.
마침 충청도 말씨를 쓰는 도우미 아씨의 연약한 부드러움이 돋보여
신선한 느낌에 세종대왕 한 장이 자동으로 건너갔다.
연휴라 그런지 숙박시설이 양호한 상태가 못 된다.
고액의 콘도를 권유하는 것을 사양하고 여객선 터미널 인근 어느 여관 2층에 여장을 풀었다.
아마 이 근처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하룻밤 숙박한 곳인 듯하다.
한산도를 돌아 부산으로 가는 낙동강 하류 근해에서는 처음 겪는 배 멀미로 곤욕을 치른 기억이다.
나란히 침소를 정렬해 놓고 酒國의 체통도 있고 하여 2차를 겨냥해서 저잣거리의 청등홍가를 찾아 나섰다.
어두컴컴하다. 구정 다음날이라 거의 휴업상태다.
마침 문을 밀고 들어선 곳이 - 오랜 바닷바람에 빛이 바랜 듯한 얄궂은 술집이다.
왜 하필 당신이었나? 아니다. 아니리라.
어느 酒客이 감히 타향의 술집분위기를 탓하랴-!
지구가 둥글면 호박도 둥글다. 오늘은 이 항구 내일은 저 바다가 아닌가. 동촌호박에 충무김밥이라-! 구색이 맞다.
다들 마산서 논다면 놀고 충무서 마신다면 마시는 사람들 아닌가.
마도로스파이프에 등급은 없다. 이내 마음정리를 하고 그만 푹 주저앉아 주는 대로 불평 없이 받아 마시니 얼마가지 않아 접대의 질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청하지 않은 강정도 나오고 과일도 나오고 급기야 집문서까지 나올 태세다. 문패를 바꾸는 것이 뭐 그리 어렵지 않게 보였다.
외모 보다는 순박한 마음씨요 소박한 살림살이다. 단지 여인의 몸으로 거친 바닷바람에 얹힌 세파를 이겨내자니 생업의 그늘에 숨은 주름살이 어둡다.
섬섬옥수를 방임하고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그 후 아무도 언급이 없었다.
1시간여의 술상-그래도 석별의 정은 아쉽다.
거나하게 취해 뿔뿔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향해 울리는 노랫가락은
‘순간의 미로’였을까? 아니면 ‘낙엽 따라 가버린 술꾼’이었을까?
이튿날 아침 우풍(外風)의 차가움으로 잠시 어릴 적의 겨울 잠자리를 회상하는 걸로 웃옷을 걸쳤다. 몸이 조금 찌뿌디디하다.
복국과 간단한 해장술로 운기조섭을 하고 이내 본게임인 ‘미륵산’등산길에 올랐다. 해발 461m 왕복 2시간여의 코스다.
대나무와 해송(海松)으로 우거진 ‘미륵산’이다.
竹林에 海松이라-!
한 마리의 호랑이만 움직이면 풍속은 점입가경에 이르리라.
태평양 저편에서 파도에 밀린 해저산맥이 이곳에 이르러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솟아 다시 남해바다를 응시하니-
여기가 바로 충무의 명산 ‘미륵산’이다.
여기도 내 고향 남쪽바다다. 미륵산’에 대한 이 지방 사람들의 자긍심은 대단하였다.
조금 오르니 해양풍을 느끼게 하는 솟을 문 계단입구가 나타난다.
그리 크지 않은 석판에 검은색으로 새겨놓은 억겁의 화두가 탐방객에게 인사를 청한다.
*생각은 있든 없든*
미륵산 ‘堂來禪院’이다.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듯하다.
수도승들의 기도도량이다.
연못에 우뚝 솟은 10여 층 석탑이 이채롭다.
‘도솔선사’가 창건하였다는 ‘도솔암’을 지나 정오경에 일행은 ‘미륵산’ 정상에 올랐다.
바다가 푸른 건지 푸른 것이 바다인지 눈이 시리도록 전개되는 별천지가 황홀하다.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수강산이 여기에 이르러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니 대단원의 첫 장면인지 끝 화면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된다.
저만치 한산도가 보인다.
가물가물 거제대교도 안중에 잡힌다.
아주 멀리 여수까지의 뱃길주변이 삼천리 금수강산중의 ‘한려수도’다.
‘한려수도’전체를 조망하기는 ‘미륵산’이 제일 좋다고 한다.
청명한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같은 철이라 하더라도 물안개의 변화에 따라 풍광이 다르다고 하니
계절 따라 변하는 ‘한려수도’의 장관은 우주를 드나드는 신선이 아니고서는 어찌 그 진수를 느낄 수 있으리오-!
첫댓글 아서라 말어라 네가 그리 하지를 말어라 正初부터 술애미(酒母) 가심(가슴)에 불 질러놓고... 내 몰라라 했으니...(안 보았으니 알게뭐람) 그 술애미 생과부인지 쳥상과부인지는 몰것으나 과부가심에 恨이 서리면 오뉴월에도 서릿발 선다는건 알겠지롱...... 나머지 네명의 불한당패거리는 누구였을꼬??? 통영=충무??
臥雲-! 과세如何오? 나비들이랑 함께...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흰나비 노랑나비 이렇게 헤맷수다.엄동설한에 말이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반가운 梅花는 충무에도 없었노라.석양에 홀로서서 갈곳 몰라 하노라.> '충무市' 인근일대가 전부 '통영郡' 이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