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불교성지, 연화도 및 우도
두 섬 각각 약 2-3시간 트레킹 코스 절경
연화도 용머리해안 및 우도의 구멍섬 특히 유명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 해상에 위치한 섬으로, 북쪽에 우도, 서쪽에 욕지도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서울 삼각산에서 도를 닦던 연화도인이 조선의 억불정책에 의해 암자를 빼앗기고 세 비구니를 데리고 남으로 내려와 연화도에 은둔처를 정하게 되었다. 그는 연화봉에 실리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도 하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죽은 후 세 비구니는 그의 유언에 따라 시체가 바다에 던져졌는데 얼마 후 그 자리에 한 송이 연꽃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연화라는 지명이 생겼으며, 사명대사가 스승인 연화도인의 뒤를 이어 이곳에 와서 수도하였다. 그 토굴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연화도인, 사명대사 등에 관한 이야기 중 상당부분이 역사적 사실로 밝혀져 불교계의 순례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섬이다. 연화항 여객선터미널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연화사는 연화도인과 사명대사의 수도성지로 1998년 8월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쌍계사 조실스님인 고산스님이 창건하였다.
연화도는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되어 있는 섬으로 통영8경의 하나인 용머리해안이 특히 유명하다. 용머리는 일명 네바위라고도 하는데 맨 앞 외돌바위 벼랑 끝에는 천년송이 있다. 어느 주민의 말에 의하면 원래의 천년송은 죽었고 현재 보이는 것은 고사목이라고 한다.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나가는 듯한 온갖 형상의 바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연화도에는 트레킹 코스도 좋다. 여객터미널(연화항)-연화봉-보덕암-연화사-출렁다리-용머리-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여객터미널-연화사-보덕암-출렁다리-용머리해안-여객터미널 코스는 2시간, 여객터미널-연화봉-보덕암-연화사-여객터미널의 짧은 코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연화봉 등산은 여객터미널 우측 정자옆계단길이 들머리이다. 연화봉 정상(212.2m)에 오르면 욕지도, 우도를 비롯, 사방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 경관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용머리해안의 장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정상에는 정자와 함께 아미타대불이 세워져 있다.
연화봉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사명대사가 머물던 토굴터를 볼 수 있으며, 바다쪽으로 좀 더 내려오면 보덕암과 해수관음보살상이 있다.
보덕암은 가파른 경사면에 지어져서 바다쪽에서 보면 5층이지만 섬 안에서 보면 맨 위층의 법당이 단층 건물로 보인다. 용머리해안은 보덕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연화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다.
필자는 연화도에 두 번 다녀왔다. 첫 번째는 정기여객선으로 욕지도 다녀오는 길에 연화도에 내려 연화항에서 출발, 연화봉-사명대사 토굴터-보덕암-연화사-연화항으로 돌아오는 제일 짧은 트레킹 코스를 걸어봤고,
최근에 다녀온 1박2일의 두 번째 트레킹에서는 통영 삼덕항에서 낚싯배로 연화도 용머리해안 바로 옆에 위치한 동두마을에 도착, 동두마을-출렁다리-용머리전망대-5층석탑-보덕암-사명대사토굴터-연화봉-연화사-연화항 코스로 여유있게 약 3시간 정도 걸은 후 연화항에서 이어진 해상보도교를 이용, 우도로 건너갔다.
연화도에서는 연화봉에서 내려다보는 용머리해안 조망이 제일 아름답지만, 동두마을 출렁다리를 건너 용머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안 경관 역시 웅장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용머리에서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와 산봉우리 쪽으로 조금 오르면 이곳에도 용머리해안전망대가 있다. 용머리의 깎아지른 수직절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용머리해벽 조망을 즐긴 후 연화봉 방향으로 좌우에 로프난간이 세워진 바위길을 계속 오르면 바위봉우리 정상에 이른다. 이곳 정상에 서면 시야가 완전히 트이면서 연화도 앞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암봉을 넘으면 연화항과 동두마을을 잇는 주도로를 만나는데, 주도로를 어느 정도 따라가면 좌측으로 보덕암 이정표가 보이는 좁은 숲길이 보인다. 보덕암과 연화봉을 가는 지름길이다. 숲길이 아기자기해서 걷기에 아주 좋다.
좁은 숲길을 약 30분 정도 걸으면 5층석탑(사리탑)을 만나고,
곧 사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250m 직진하면 사명대사 토굴터, 다시 100m 데크계단길을 오르면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연화봉 정상이다. 사거리에서 좌측은 보덕암 가는 길, 우측은 연화사 및 연화항 방향이다. 연화봉 정상을 오른 후 보덕암을 거쳐 우도로 건너가기 위해 연화사-연화항으로 내려갔다.
오늘 저녁은 우도에서 1박할 예정이다. 우도는 연화도 바로 옆에 있는 0.6㎢의 조그마한 섬이다. 우도는 제주도에 있는 우도처럼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하여 우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국에는 우도라는 이름의 섬들이 여러개 있다. 6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통영 우도는 제주 우도 다음으로 두 번 째 큰 섬이다. 섬의 등줄기가 오목하게 굽어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않지만, 마을에 들어서면 여기에도 이렇게 마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25가구, 30여 명 주민이 옹기종기 사는 취락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섬 밖에서 보면 섬 전체를 소나무가 덮고 있어 외지인들은 소(梳)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도는 연화도와 반하도, 우도 사이에 2018년 6월에 보도교가 개통되어 이젠 연화도와 같은 생활권이 되었다. 반하도는 연화도와 우도 사이에 있는 무인도이다. 수목이 울창한 섬으로 통발섬, 소면도 등으로도 불린다. 보도교가 놓이지 않았을 때는 간조시 우도 쪽 여울목이 드러나 건너갈 수 있었다. 이 해상보도교는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 만 다닐 수 있는 다리이다. 그 길이가 309m로, 보도교(인도교)로서는 섬 중 국내 최장이라고 한다.
필자 일행은 해질 녘에 연화항에 도착, 보도교에서 연화도 앞바다의 아름다운 일몰광경도 즐길 수 있었다.
보도교를 건너 좌측 숲길을 따라가면 먼저 아랫마을(작은 마을)을 만나고, 다시 언덕길을 넘으면 윗마을(큰 마을)에 이른다. 마을 가는 길에는 동백나무숲이 터널을 이뤄 장관이다. 아랫마을에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이젠 보도교가 생겨 여객선이 연화항에 기항하면 굳이 우도를 들를 필요가 없지만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이 우도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 곳이다. 필자 일행은 윗마을에 있는 우도마을휴양림센터에서 배낭을 풀고 우도에서의 1박2일 여정을 시작했다.
저녁식사는 송도호민박식당(055-642-6714, 010-3589-6714). 반찬이 꽤 푸짐하다. 참돔회, 우럭국, 갈치젓갈, 멍게젓갈, 애기갈치무침, 톳두부무침, 갓김치 등 이름을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집은 특히 해초비빔밥으로 유명하다. KBS 인간극장, 한국인의 밥상, 6시 내고향, MBC 어부의 반찬, 채널A 갈데까지 가보자, SBS 생방송투데이 등 매스콤에도 여러번 나왔던 집이다.
이 집 주인은 김강춘(57), 강남연(54) 부부. 김강춘 씨는 우도 출신으로 7대째 우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부인은 진주 출신이지만 남편 따라 섬생활을 하다 보니 이젠 섬여인이 다 됐다. 김강춘 씨는 오랫동안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2년 고향 우도로 돌아와 어부 일을 하고 있다. 송도호라고 이름붙인 낚싯배도 한 척 소유하고 있으며,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다 보니 이젠 언론에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러워할 정도다. 송도호민박 만 자주 소개되어 이웃 주민들에게도 무척 미안스러워한다.
우도의 명품음식 ‘해초비빔밥’은 가시리, 미역, 톳, 서실 등 해초 모듬으로 만든 비빔밥이다. 물이 빠졌을 때 강남연 씨가 바다에 나가 직접 채취한 것들이란다. 이중 서실은 비단음식이라 부를 정도로 매우 귀한 해초라고 알려준다.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용강정전망대에 올랐다. 아랫마을을 지나 보도교 동쪽으로 조금만 비탈숲길을 오르면 바다절벽 위에 난간이 설치된 일출전망대에 이른다. 7시 경, 드디어 해가 떠오른다. 멀리 수평선 위 하늘과 구름이 붉게 물든다. 바다도 함께 붉어진다. 황홀한 순간이다. 주변의 이름모를 섬들이 일출광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일출을 본 후 해안둘레길을 돌아봤다. 아기자기하고 호젓한 소나무숲길이다. 우도둘레길은 작은 마을 여객선터미널-강정길-동백나무숲길-반하도-용강정전망대-매길-몽돌해수욕장-큰마을-여객선터미널 코스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도는 2012년 행정안전부의 ‘찾아가고싶은 10섬’에 선정되어 4년간 25억원을 지원받았다. 둘레길의 상당부분은 이 자금으로 조성된 것이다. 둘레길은 섬 동쪽해안으로 조성되었으며, 서쪽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않다.
약 1시간 가까이 산책 후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마을 및 섬 여기저기를 돌아봤다.
큰 마을 골목에는 거대한 후박나무와 생달나무가 보인다. 수령이 후박나무는 약 500년, 생달나무는 400년 정도라 한다. 후박나무 한 그루, 생달나무 세 그루가 함께 서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 344호로 지정되어 있다.
큰 마을 뒤 고개를 넘어 15분쯤 가면 몽돌해안이다. 몽돌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아름다운 벽화도 보이고, 예쁘게 꾸민 카페도 만난다. 이런 조그만 섬에 카페가 있다니 의외다. 호기심에 카페에서 커피 한잔 주문해서 마셔봤다. 도시카페 못지않은 분위기와 맛이다.
몽돌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조그만 바위섬 두 개가 보인다. 구멍섬과 목섬이다. 구멍섬은 바위섬 가운데 가로세로 약 4m 의 구멍이 뚫려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혈도(血島)라고도 부른다. 사리 때 만조가 되면 구멍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다닐 수 있다고 한다. 또, 목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섬이다. 이곳에서도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몽돌해수욕장에는 캠핑도 가능하도록 목제데크도 만들어져 있다.
송도호민박의 김강춘 씨는 우도를 ‘절보다 조용한 섬’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연화도와 보도교로 연결되어 여행객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절처럼 조용하다. 마을이 있을 것 같지않은 깊숙한 숲 속에 마을이 들어서 있는 섬. 그래서 ‘절 같이 외진 섬’. 내가 다시 찾고싶은 섬은 바로 이런 섬이다.(글,사진/임윤식)
*연화도 및 우도 가는 방법은...
연화도 가는 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의 경우 ㈜ 대일해운(055-641-6181)이 06:30, 09:30, 11:00, 13:30, 15:00 등 하루 5회 운항하며, 삼덕항에서는 ㈜경남해운(055-641-3560)이 09:00, 12:15, 16:30 등 하루 3회 운항한다. 약 1시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