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초코파이
제 아내는 처녀시절에는 눈을 참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저와 결혼 후에는 눈이 싫어졌답니다.
요즈음에도 겨울철에 눈이 제법 온다 싶으면, 제 아내로부터 전화를 꼭 받게 됩니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웬만하면 일찍 들어와요. 좀 들 벌어도 사고 안 나는 게 돈 버는 거예요.”
저는 한 때는 초코파이를 꽤나 좋아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찰떡초코파이를 사게 되면, 아껴먹느라고 '이리딩굴 저리딩굴' 굴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너무 자주 먹으면 싫증이 나게 마련이기에, 초코파이는 제 간식메뉴에서 제외된 지 이미 꽤나 오래되었고, 찰떡초코파이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후로는 '찰떡초코파이' 를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간식은 거의 안 드시고, 무슨 간식을 사가든지 사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요즈음에는 대놓고 찰떡초코파이를 사오라고 하십니다.
여동생과 잘 아시는 분이 찰떡초코파이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하시면서...
어머님은 '찰떡초코파이' 를 표현하시기를, '찰떡카스테라' 라고 하셨습니다.
찰떡이 들어 있는 빵은 흔치 않기에, 밤색이냐고 여쭈어 보니 그렇다고 하시기에,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찰떡초코파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즈음은 간식메뉴가 매우 다양해 져서 초코파이는 간식메뉴 중 뒷전으로 물러난 지 꽤나 오래 되었지만, 한 때는 초코파이는 제법 괜찮은 간식거리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머님도 그런 시절을 살아오신 분이기에 초코파이를 모르실리가 없는데, 찰떡초코파이를 찰떡카스테라라고 표현하신 것은, 정신이 예전 같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예전에 어머니와 의견이 안맞아서 속상한 때도 가끔 있었지만, 비록 그럴지라도, 차라리 어머니의 당당셨던 예전모습의 시절로 되돌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우연의 일치일까...
얼마 전에 제3,4,5남전도회원들과 안수집사회원들이 친목 족구대회를 갖았는데, 많지 않은 간식메뉴 중 찰떡초코파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분이 야릇하더군요.
물론 찰떡초코파이에 제 손이 가장먼저 갔답니다.
아마도 어머님 머나먼 길을 떠나신 후에도 '찰떡초코파이' 생각이 꽤나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아있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