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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4-17회
빼재-동엽령-안성탐방소-통안마을
20220904
1.빗속의 덕유능선을 걸으며 들꽃과 함께 놀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종일 가랑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짙은 운무는 끝없이 밀려들고 풍경은 오리무중, 미끄러운 숲길과 미역줄나무 줄기들을 헤치며 힘겹게 걷고 또 걸었다. 덕유산 대봉(臺峰)에서 전망이 좋은데 운무 때문에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밀려드는 운무 속 대봉에서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운무가 내 몸을 감싼다. 고적한 대봉에서 짙은 운무는 내 정다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서 키 높은 억새풀을 헤치며 월음령을 거쳐 바람에 날리는 비를 맞으며 덕유산 지봉(池峰)을 오른다. 운무가 피어오르는 길 옆 바위에 바위떡풀이 꽃을 피우고 있다. 바위떡풀은 가늘고 긴 줄기 끝에 흰색이나 분홍색 꽃이 피는데, 꽃잎이 다섯 개이다. 위의 꽃잎 세 개는 크기가 작고, 밑의 두 개는 크고 길어서 얼핏 보면 큰 대(大)자로 보인다. 꽃말은 '앙증' 또는 '변하지 않는 우정'이다. 덕유산 지봉(池峰) 아래서 구절초 꽃을 올해 처음으로 만났다. 구절초 꽃 피었으니 가을이 온 것이다. 비바람은 몰아치고 운무는 짙은데, 숲길 옆에서 바람에 날리는 구절초 꽃을 보며 가을을 맞이한다. 가을은 청초한 구절초 꽃 불러내 가을의 청초함을 자랑한다. 구절초 맑은 꽃이 가을의 향기를 날린다. 길손은 그 향기를 품고 산길을 걸었다. 가을이다.
덕유산 지봉에서 귀봉, 상여덤을 거쳐 힘겹게 올라온 송계사삼거리 백암봉에 운무가 짙게 깔려 오리무중이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덕유산 중봉과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능선, 남쪽으로 동엽령-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의 능선이 장쾌하기 그지없는데, 아름다운 이 풍경을 감상하지 못해 아쉽다. 동엽령 방향의 뎈길을 따라 내려간다.
덕유산 백암봉에서 동엽령 가는 덕유평전 길가에 수많은 들꽃들이 눈짓한다. 시간에 쫓겨서 들꽃들을 사진에 담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걷기만 했는데, 백암봉에서 후미들과 재회하여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들꽃 가까이 다가가 아름다운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다. 마음이 포근해지며 고행의 산행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리 인형 같은 흰진범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길손에게 인사한다. 길손은 안개 속에서 오리떼와 더불어 흥겹게 놀았다. 눈물겨운 전설이 서려 있는 꽃며느리밥풀 꽃이 가슴에 아리게 들어온다. 아랫입술 꽃잎에 2개의 흰색 밥알 무늬를 내보이며 결백을 주장하는 꽃며느리밥풀 꽃은 초록잎, 진분홍꽃, 흰 밥알 무늬가 슬픈 아름다움으로 길손의 가슴을 후빈다. 산박하 꽃송이들이 보랏빛을 뿜어낸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니 앙증스런 꽃송이들이 아주 쬐그만 종 모양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빗물을 머금은 꽃송이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안개가 몰려온다. 보랏빛 작은 종 같은 꽃송이들이 안개에 감싸여 종소리를 날린다.
송이풀 꽃들을 지금까지 지나쳐 왔지만 이제는 그들도 곱게 담는다. 흰송이풀 꽃과 송이풀 꽃이 사랑스럽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송이(松栮)를 따기 시작한다고 하여, 또는 홍자색 꽃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연달아 피어나는 모습이 송이를 이룬다고 해 '송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 송이풀, 흰색의 흰송이풀도 즐비하다. 풀숲에 튼실한 삽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민들레 같은 흰꽃을 피운 삽주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삽주꽃이 반가웠다. “산에서 맛있는 것은 삽주싹과 더덕인데, 며느리 주기가 아깝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삽주는 예로부터 유명한 산나물이며 몸에 좋은 구황식물이라고 한다.
길손의 눈에 새파란 색채가 쏘옥 들어온다. 과남풀이었다. 가을의 문턱에서 피어나는 진보랏빛 과남풀이 꽃망울을 층층으로 달고 입술을 방긋이 펼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과남풀 진보랏빛 꽃망울 색이 짙은 운무를 밀어내며 환하게 반짝인다. 그 색채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파란색은 슬픔과 우울의 감정을 표현한다. 왜 그럴까? 새파란 가을하늘 빛을 뿜어내는 과남풀 꽃망울들 앞에서 길손은 마음이 환해지는데, 그 새파란 빛깔이 왜 슬픔과 우울의 감정을 표상한다고 할까? 역설일까? 아름다움에 푹 빠지면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정이 솟아나는 것일까? 진한 아름다움은 눈물을 자아내기 마련일까.
빼재-덕유산 지봉-백암봉-동엽령 구간의 백두대간 산행을 마치고서 칠연계곡을 따라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였다. 안성탐방지원센터 이르기 직전 칠연계곡 다리를 건너면 칠연의총이 있다. 시간에 쫓겼지만 뒤에 후미 일행이 있어서 다리를 건너 칠연의총을 답사했다. 칠연의총(七淵義塚)은 1907년 일제에 의해 조선 군대가 해산되자 이에 반발하여 시위대 소속 군인 신명선이 전북 무주에 들어와 덕유산을 거점으로 의병을 모집, 일본군과 싸워 많은 공을 세웠다. 1908년 4월 신명선과 그 부하들은 칠연계곡 송정에서 일본군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 150여 명의 대원들이 장렬히 전사했다. 훗날 부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신명선과 그 부하들의 유해를 거두어 장사 지내고 칠연의총이라 불렀다고 한다.
2.산행 과정
백두대간 거리 : 13.2km
전체 산행 거리 : 19.41km
총 소요 시간 : 7시간 59분
백두대간 빼재-동엽령 구간을 산행하기 위해 구천동로를 따라 빼재로 오른다.
이곳에서부터 구천동로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백두대간 빼재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승용차 한 대가 도랑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빼재는 이 방향과 반대로 거창군 고제면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구천동로를 따라 거창군 고제면 개명리 빼재 방향으로 올라간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와 경남 거창군 고제면 개명리의 경계가 된다. 터널 위가 백두대간 산줄기인데 동물이동통로이기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 같다.
경남 거창군 고제면 개명리 빼재. 뼈가 많이 있는 고개 뼈재에서 빼재로 변하고 이를 한자로 바꾸어 수령(秀嶺)이 되었다.
백두대간 빼재-백암봉-동엽령 구간의 산행을 빼재에서 출발한다.
덕유산국립공원 빼재코스 나들목이다. 오른쪽에 수령 표석이 세워져 있다.
빼재-대봉-월음령-지봉-횡경재-백암봉-동엽령 구간을 산행하고 북쪽 칠연계곡을 따라 안성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한다.
덕유산국립공원 이 구간에서 삼각점을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다.
덩굴식물 미역줄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을 계속 지난다. 미역줄나무 줄기가 무성한 곳은 지나기가 힘들다.
빼재에서 500m 지점이다. 빼재나들목에서 500m를 걷는 데 17분이 걸렸다.
빼재나들목에서 1km 자점, 빼재에 신풍령휴게소가 생기면서 빼재=수령=신풍령이라 이르게 되었다. 500m를 걷는 데 속도가 조금 빨라져 13분이 걸렸다. 이곳 앞 삼각점이 있는 곳을 빼봉이라 이른다.
이곳을 빼봉이라 하지만 조금 더 가면 바위봉이 나오는데 그곳을 빼봉이라 하여야 할 것 같다.
삼각점이 있는 곳을 빼봉이라 이르지만 이곳 바위가 있는 곳을 빼봉이라 하여야 할 듯싶다.
신풍령쉼터 앞에 덕유07-03 다목적위치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빼재에서 1.5km 지점, 해발995m이다.
이곳에서 진달래군락지를 내려갔다가 오르막길을 오르면 다시 진달래군락지가 나온다.
진달래군락지를 다시 내려가 갈미봉 오르는 급경사 된비탈길을 오른다.
갈미봉 급경사 된비탈길을 오르면 해발1172m 덕유07-05 지점이다. 500m, 20분 소요, 된비탈길을 오르기가 몹시 힘들었다.
신풍령2.6km, 횡경재삼거리5.2km 지점이다.
진달래군락지 평탄한 길을 500m 걸었다. 위치표지목의 앞자리는 지역, 뒷자리는 500m 간격으로 세워진 지점을 나타낸다.
빼재에서 3.5km 지점이다. 꽃며느리밥풀 꽃이 비에 젖어 진분홍빛을 뿜어낸다.
신풍령에서 3.6km 지점의 대봉이다. 이곳에서 전망이 좋은데 운무가 짙어 오리무중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횡경재삼거리4.2km, 대봉에서 급경사를 내려가서 돌아나가면 월음령이다.
대봉에서 내려가는 비탈길은 억새풀이 키높이로 자라고 땅은 질퍽거려서 몹시 미끄러웠다.
해발1079m 덕유07-09 위치표지목과 횡경재삼거리2.9km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대봉에서 1.3km를 걸어왔다.
신풍령6.1km, 횡경재삼거리1.7km 지점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옛날에 흰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연꽃이 피는 연못이 있었다 하여 지봉(池峰)이라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발1310m 다목적위치표지목 덕유07-12 지점이다. 숲길로 들어가 나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에 연못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봉(池峰, 못봉)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을 것 같다. 대간은 왼쪽으로 꺾어진다.
신풍령6.6km, 횡경재1.2km를 표시하는 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덕유07-13 위치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수풀이 우거진 풀밭에 이정목과 덕유07-13 다목적위치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곳곳에 산죽밭이 있는데 어느 곳은 허리 높이의 산죽밭도 있다. 산죽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명랑한 듯 구슬프다.
500m를 빠르게 걸어 11분이 걸렸다.
이정목과 덕유산 다목적위치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이정목에는 송계사3km, 백암봉3.2km, 신풍령7.8km라고 적혀 있고, 위치표지목은 해발1273m 덕유07-15 지점이다. 빼재나들목에서 7.5km 지점으로, 이곳을 '횡경재삼거리'라고도 이른다.
횡경재에서부터 덕유산 다목적위치표지목이 덕유산04 지역으로 바뀐다. 덕유산04 번호는 덕유산송계 코스 지역으로, 이곳은 송계탐방지원센터에서 4km지점이라고 볼수 있다.
귀봉이 어디일까? 운무 속에서 귀봉의 위치를 어림하며 바삐 걸었다.
상여덤이 어디일까? 이 위 바위지역이 상여덤이 맞을까?
송계사4.7km, 백암봉1.4km, 향적봉대피소3.4km 지점이다.
평탄한 산죽밭을 걸어가는데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참나무를 만났다.
해발1395m 다목적위치표지목 덕유04-12 지점이다. 500m를 빠른 걸음으로 11분에 걸었다.
이곳에서 오른쪽은 중봉과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백두대간은 왼쪽 동엽령, 무룡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위치표지목 덕유01 지역은 무주구천동 지역으로, 표지목 덕유01-19는 구천동 탐방로 19번 지점이다.
중봉을 거쳐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 가는 길이지만 짙은 운무에 가려 오리무중이다. 동엽령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횡경재3.2km, 향적봉2.1km, 동엽령2.2km 지점이다. 산악회 후미대장과 함께 인증샷. 이곳을 송계사삼거리라고도 이른다.
다목적위치표지목 해발1342m 덕유01-21 지점이다.
동엽령에서 오른쪽 안성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하산한다.
이곳에서 백두대간 산줄기 산행을 마치고 칠연계곡으로 하산한다.
하산 과정
안성탐방지원센터4.2km, 칠연계곡 안성탐방로를 따라 하산한다.
동엽령에서 1.3km를 내려왔으며, 안성탐방지원센터까지 2.9km가 남았다. 해발970m 위치표지목 덕유03-05 지점이다.
칠연폭포0.3km, 동엽령3km, 안성탐방지원센터1.2km 지점이다.
해발635m 다목적위치표지목 덕유03-01 지점에 문덕소가 있다.
칠연계곡 다리를 건너 칠연의총에 다녀오기로 한다.
칠연의총을 출입하는는 다리에서 칠연계곡을 올려보았다. 위쪽의 문덕소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소(沼)를 이루고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에 있는 조선말 의병들의 무덤으로 전라북도 시도기념물 제27호이다. 건립시기는 1908년이다.
이곳은 1907년(순종1년) 정미조약에 의하여 해산된 시위대 출신 신명선(申明善)이 150여 명의 의병을 모아 구국항쟁을 벌였던 곳이다. 의병들은 칠연계곡을 본거지로 덕유산 일대와 인접한 군은 물론 경상도 일부까지 그 세력을 뻗치다가, 1908년 4월 일본군의 대협공을 받아 치열한 혈전 끝에 모두 전사했다. 뒤에 이웃마을 사람들이 유해를 거두어 안장, 칠연의총이라 하였다. 1974년 무주군에서는 호국정신교육도장으로 정화하였으며, 이 일대에 자연학습원을 건립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엽령에서 하산하는 후미대원들이 안성탐방지원센터 안성탐방로 출입구로 내려오고 있다.
덕유산 이야기펜션 앞 통안천변 임시 본부에 도착, 백두대간 빼재-백암봉-동엽령 구간을 힘겹게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