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교 지평을 찾아서(총 동문회 회보 제3호 게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목 활동 체험기-
한해가 저물어가는 12.31(금).
강동 경찰서 방범순찰대가 밤에 광화문 보신각 타종행사 경비로 낮에는 휴무라는 전갈! 오전10:30분에 13명의 천주교대원들을 만나 모임을 가졌다. 난방이 전혀 안 되는 가건물 경신실(경찰서내 천주교 공소)이 얼마나 추운지!! 그래도 대원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은 따뜻한 하느님의 사랑의 온기가 우리 대원들에게 전달되는 듯 했다.
한편 1.2(일)에는 대원들과 새해들어 첫 모임을 가졌다. 대원들 근무스케줄을 보니 오후 방범순찰이 예정되어있어 시간상 외부 성당 미사참례는 못하고 10시에 대원들 13명과 경신실에서 공소예절을 했다.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예수를 경배하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대원들이 군생활중 하느님의 인도에 따라 보람있게 생활해 나갈것을 강조하고 돌아가면서 신자들의 기도를 했다. 전 대원들이 비록 짧게 어린아이 같이 청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무언가 마음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 기특하기도 했다. 또 신앙이 없는 한 대원이 모임을 참석하고 나서 예비자 카드를 작성했다. 2011년 첫 예비자 카드를 받고보니 다소 감회가...!!
돌이켜 보니 신학원을 졸업하고 선배의 권유로 서울 대교구 경찰사목에 발을 들여놓은지도 어언 10년이 다되어 가는것 같다. 혜화동 언덕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며 하느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을 배우며 어느 곳에서 선교사의 꿈을 피워보나 하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 2002년 겨울 졸업을 앞두고 하느님은 묘하게도 젊은 전․의경들 앞으로 저를 인도해 주셨다.
군 생활을 경찰기관에서 하는 전․의경들은 각종 사회환경과 맞물려 근무를 하다보니 불규칙한 근무 환경과 시위진압으로 인한 각종 스트레스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못이겨 자살을 하는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찰사목은 이러한 현상에 발 맞추어 복음화 방향을 자살예방 생명사랑 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전․의경들을 대상으로 인성 프로그램과 해피아트테라피(Happy Art Therapy. H.A.T.)를 도입하고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이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표현예술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위진압 현장을 찾아가 힘들어 하는 대원들에게 “힘 내라” 하면서 간식을 주고 그들을 껴안아주면서 사랑을 전하는 모습은 마치 엄마와 아빠가 친 아들을 대하는 모습과 똑같다. 세상에 이러한 선교활동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시위진압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대원들은 선교사들의 이러한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소와 힘을 얻고 지친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게된다.
심지어 자살의 문턱까지 갔던 대원들이 선교사들의 따뜻한 정성에 힘을 얻고 새로운 생명의 길을 찾은 사례는 부지기 수이며 인터넷과 서신으로 감동의 글을 수없이 보내오고 있다.
그리스도가 복음선포 당시 말씀하신 하느님의 나라가 바로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해 12.12자 평화신문은 “자살문제 대응해야” 라는 사설을 통해 최근의 한국사회 자살 증가 현상에 대해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촉구하면서 “교회도 한마음 한몸 자살예방센터와 경찰사목 내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응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터진 봇물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게재한바 있다.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선교현장!
외적인 물질위주의 삶이 행복의 척도가 되고 있는 사회현상과 이에따른 사람들의 생명경시 풍조현상이 복음화를 막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할 가치는 무엇이고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는 결국 현재 한국 천주교회가 추구하고 있는 생명존중 운동이며 이를 통해 우리 천주교의 가치기반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바로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 신학원 출신 선교사들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의식에 발맞추어 국내외 공소와 각종 특수사목 현장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그리스도의 복음화 운동을 더욱 열심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에는 현재 약 70명 정도의 선교사들이 전․의경들과 경찰서 유치인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현장에서 선교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은 많은데 보낼 선교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중 신학원 출신 동문 선교사들은 약 30명 정도가 되며 신학원에서 갈고 닦은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을 펼치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1년에 3회 명동성당에서 세례식이 열리고 있으며 평균 1회 300명선, 년간으로 약 1천명 가까운 대원들과 직원들이 하느님의 품에 안기고 있다. 세례를 받는 수많은 대원들은 입교 동기 자체가 선교사들의 엄마와 아빠 같은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고 교리를 배운 후 세례를 받게 된다. 비록 충분한 교리지식은 없으나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는 어렴풋 하나마 마음에 새기고 하느님을 통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도 깊다고 생각한다.
천주교 대원들의 모임을 하다보면 이미 사회에서부터 열심했던 대원들, 세례는 받았으나 냉담했던 대원들, 훈련소에서 잠깐 교육을 받고 세례한 대원들, 천주교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온 대원들, 개신교나 불교신자인 대원들, 그냥 쉬고 싶고 간식이 생각나서 찾아온 대원 등! 참으로 다양하게 구성이 되어있어 어떤때는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러한 다양함이 정해진 틀안에 움직이는 일반사목과는 달리 선교사들의 지혜와 창조성을 구사하는데 오히려 많은 가치를 발휘하고 있어 매주 나가는 선교활동이 항상 새로운 꿈을 향한 여정이 되고 있다
비록 정해진 시간을 맞추기가 다소 어렵고 유동성이 많아 어떤때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힘든 근무 환경에서 심지어 자살을 하려고 했던 대원들이 새로운 생명의 길을 찾고, 다양한 환경에서 지내온 잡동사니 같던 많은 대원들이 하느님 사랑의 용광로에 들어와 올바른 신앙의 길을 찾는 모습을 볼 때 하느님이 이곳으로 인도해주신 것에 항상 감사를 드리게 된다.
작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의 깊은 감동을 심어주고 있는 수단의 고 이태석 신부님! 감히 신부님과 같이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100만분의 1이라도 신부님의 열정과 정성을 본받기 위해 오늘도 약한 마음을 주님께 봉헌해본다. 오늘도 한손에는 간식을 들고, 한손에는 교리책을 들고 경찰서와 기동단으로 향하는 선교사들의 발걸음 하나 하나를 성령의 촛불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금년에는 년초부터 유난히도 동장군이 위력을 발휘하다 보니 강동경찰서 건물 옥상위에 가건물 형식으로 지어진 경신실이 얼마나 추운지! 이곳에 찾아오는 대원들은 이를 알고 아예 두툼한 방한복과 장갑 및 심지어 귀마개 까지 하고 올 정도이니....!!! 비록 외적으로는 추우나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하는 이곳은 사랑의 아지랑이가 경신실안에 퍼지고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열기로 더욱 흐뭇한 시간이 되고 있으며 대원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참으로 가볍기만 하다.
서울 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이계상 분도(교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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