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찬의 집이야기2010-7>
순천만 풍요로움을 닮은 꽃맘‘s Gallery
(초록색 데크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건축주와 통한다고 느껴질때 나의 기분은 한층 고조된다. 순천 '꽃맘'님 부부와는 집 지을
터를 바라보는 안목에서 서로 통한데다 내가 설계한 집이 그의 작품과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완성품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꽃맘님 부부는 자신의 집이라는 캐버스를 아름답게 채색해
나가고 있었다.
정면도, 배면도
좌측면도, 우측면도
갯벌 비린내 넘실대는 갈대위로 떼지어 날아 오르는 철새들..
그 뒤로 끝갈 곳 없이 멀어만 보이던 수평선이 내려 앉으면 열기를 다해 생명수 길어 올리던 태양이 팔베게 하고 옆으로 돌아 눕는다. 순천만의 여유로움을 즐기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림, 연인들의 속삭임을 갈대숲에 남겨두고 순천만을 출발 상사호저수지를 향해 올라가면 조그만 면소재지 상사면사무소가 있고 그 맞은편 개울 건너 아담한 마을이 편안하게 밤을 껴안고 있다.
건축주 김종린(57세)씨와 부인 이현섭(53세) 씨는 답답한 아파트생활을 벗어나기 위하여 쌍계사 계곡을 비롯하여 일대의 경치좋고 물좋은 곳을 찾다 이곳에 발을 들였다.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거실을 분리하고 싶어했던 건축주 요구사항과 면적의 한계를
절충해 갤러리형 거실로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테마가 있는 거실, 일상에 작품이 젖어든 공간으로, 두 공간을 분리하는 것보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순천만의 너른 들판과 풍부한 생명력의 탯줄을 잡고 위로 올라가면 남으로 낙안읍성을 굽어보는
산봉우리들과 마주하여 수리봉, 옥녀봉에서 발원돼 순천만의 생명들을 살리는 거대한 순천호(糊)가 있다.
순천호 아래로 5km지점 70여호가 모여 살도록 만들어진 전원주택단를 2003년 발견한 부부는 ‘바로 이곳이야!’ 하면서 그 다음날 매매 계약서를 체결 했다 한다.
건축주는 현직 교사이며 꽤나 오래된 카메라 하나를 메고 다니면서 열심히 아내를 찍는다.
아내는 '들꽃화가', '꽃맘'라고들 한다.
얼굴엔 늘 웃음이 있고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그 흔해빠진 한(恨)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 예기를 했더니 "한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또 웃는다.
그녀는 마주 하고 있으면 좋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그리고 조각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건물 정면, 좌측부 주차장 계획으로 생긴 월이 외부 시선 차단과 아늑한 마당 공간을 만든다.
정면과 달리 심플한 모습의 배면, 수목과 어울려 운치를 더한다.
계단 챌판에는 건축주가 직접 제작한 도자 타일이 장식됐다.
마치 이곳에 설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일을 만든 것처럼 치수와 색상이 잘 맞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부지
본격적으로 집짓기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부부는 밤새 도면을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기를 반복하다 필자를 알게 되어 1999년 봄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녹차향기가 가득한 4월 상사호수위 옥녀봉 기슭 녹차농장에서 설계에 대한 첫 번째 브리핑을 했다.
그날 건축주는 방금 보고온 집터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저 편안함이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나 명승지 처럼 사람이 북적되지도 않고 물길따라 깔끔하게 포장된 2차선도로 건너편에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 편안함을 주고 상사호에서 내려오는 마르지 않을 생명수가 들녘을 풍요롭게 만들어 모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동네입니다. 아마 두분도 그래서 이곳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부부가 서로 마주 보더니 남편은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래요 바로 그래서 이 부지를 구입했습니다. 똑 같은 느낌으로 땅을 봐주시니 아무래도 좋은 인연으로 좋은 집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배치계획도
2층 동선 계획도
설계에 대한 건축주의 요구
주택으로 기능을 갖추되 거실과 별도로 갤러리(전시공간)와 아뜨리리(작업실)이 있으면서 예산을 생각하여 최소 규모로 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과 2층의 야외 데크(야외 조각 전시 가능) 많은 미술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구성은 두분만 살되 필요시 부모님의 건강을 고려해 모시고 살 수도 있는 방과 가끔 자녀들이 들렀을 때 기거할 공간이 요구했다.
설계조건에 대한 분석 및 대한 제시
건축 연면적 약 60평 규모에 이 많은 것을 넣을 수 없음을 설명하고 각 기능들 중 유사한 것을 통합하기로 하였다.
그 첫 번째로 손님을 맞이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갤리를 통합해 하나의 실로 구획을 하되 그 안에서 가구나 작품 등으로 자연스럽게 분할한 갤러리형 거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1층에 손님을 응접할 때는 2층 작업실이 다른 가족을 위한 거실이 되도록 하는 대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늘 만면에 웃음을 띈 들꽃 화가 꽃맘님의 고운 자태
건축주와 통했을 때의 즐거움이란
지난해 겨울 공사를 진행했고 꽃맘 님은 지난해 명예퇴직(미술교사, 교감)하고 올 초 새집으로 이사
했다. 4월쯤 필자가 입주 후 처음으로 방문한 날 비가 엄청 내렸다.
야외 뎈, 외벽, 북측 가로수길, 마당....온 천지에 널려 있는 꽃맘 님의 작품들과 눈인사를 하면서 빗속을 헤집고 해부하듯이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필자가 왔다는 부인의 전갈을 받고 서둘러 귀가한 건축주가 사 온 막걸리와 꽃맘 님이 직접 지자인한 싱크대에서 구워낸 파전을 먹으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나누었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일이 내 일이지만 그 집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은 집주의 안목과 정성이다.
쉬고 싶어 명퇴를 했지만 정작 이 집에 와서는 꽃을 심고 집을 가꾸느라 진종일 노동에 시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은 그 모습을 보면서 노동은 심신을 치유하는 사물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삶의 애정을 고무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창우 화백의 친필 사인이 있는 도자 문패
집을 짓기 전부터 미리 건축주가 구워 만들었다.
주차장옆 휴게 의자에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황토 조각 인형
세월의 고단함이 아무리 큰들 웃음을 이길까 ?
2층 작업실 앞 비에 젖은 초록색 뎈
필자가 선택해 붙여 놓은 거실과 복도 벽의 타일(빨간색, 초록색, 노락색, 남색의 화련한 세로 문양)이 꽃맘 님이 디자인한 싱크대의 색상 및 패턴과 아주 유사하고, 오래전 작업했다는 꽃무늬 도자기 타일은 계단 챌판(Riser, 계단의 세로부분)높이와 딱 맞고 색상이 잘 어울려 보기 좋은 리듬으로 오선지를 그리고 있었다.
"인연이 있다는 것은 통(通)한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月刊 전원주택 라이프 2010년 9월호)
첫댓글 순천만의 꽃맘갤러리에 가보고 싶군요. 낙안읍성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