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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영동지방은 예년에 비해 적설량이 적었지요. 여고 동창이 올해는 왜 어성전 설경을 안 보내주느냐는 볼멘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2013년 3월 20일 부터 봄을 시샘하는 눈이 내리더니 다음 날 아침에 멋진 설경을 만들어 놓았어요.
남편은 서울에 볼 일 보러 갔기에, 진돌이와 복돌이에게 아침밥을 주고 카메라를 들고 설경을 찍기 시작했지요. 등산화도 아닌 털고무신을 신고 하얀 눈을 밟으며 타박타박 걷다보니 제법 쌓인 눈이 발등을 덮었습니다.
양말을 적시는 그 눈을 피해 눈이 없는 자동차 바퀴자국에 내려서는 순간, 두 발을 앞으로 쭉 뻗으며 너무나 반듯한 자세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ㅠㅠ. 콘크리트 길에 살얼음이 끼어 있었음을 미쳐 몰랐었지요.
그 순간 전신을 휘감는 고통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집까지 기어 와야 했습니다. 주머니에 핸드폰이라도 넣고 갔더라면 그 자리에서 119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으련만... (외출 할 땐 핸드폰을 꼭 챙겨야 됨을 알았습니다.)
산촌에 인적이라곤 없고, 함께 데리고 간 복돌이만 안타깝게 제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20m가량을 기어 집에 돌아와서야 119 구급대를 불렀습니다.
강릉 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X-rey, MRI 촬영 결과는 1번 요추 손상이라고... 시술을 고민하던 의사가 자연치료를 선택하여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깨졌다는 1번요추가 잘 붙기만을 기도하며 22일간 병상에서 기다렸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고난도 축복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나에게서 금년 봄을 앗아간 설경! 나와 함께 부상당한 카메라를 고쳐 열어보니 그래도 새삼스럽고 아름답네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봄도 화사하고 싱그럽습니다.^*^.
*바로 요렇게 난 자동차 바퀴자국에 나의 봄을 앗아갈 미끼가 있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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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경이 참 대단합니다. 그런 대작 사진을 찍느라 다치는 대가를 치룬 모양이지요(미안, 말실수 같군요)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한 것을 모두 모르고 있었으니. 뭐라고 사과할 말을 모르겠네요. 다행히 수술없이 병을 고쳤다니 고마을 뿐입니다. 근래에 모임에 나갔더니 병객이 너무 많아요. 나이탓이겠지요. 아무튼 조심하면서 건강을 지킵시다.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란 말도 있으니 두번 실수 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창수 문우들이 폭설 뉴스에 염려 문자를 보내왔기에
봄 눈과의 기싸움에서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답글을 띄웠었지요.
대자연 앞에서 교만했던 저를 반성시킨 계기라 여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건강 조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릉 회원님들께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양양에 입원하고 있으니 먼 길 오시지 말라고요.
여러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병상에서 얼굴 본지도 꽤나 된 듯 싶어, 다시 상면할 날만 고대하는 중인데...
올봄, 실로 십수년만에 쑥 캐는 일에 온전히 하루를 바쳐본 나로선
들미소에게 약간 미안한 맘까지 드네요.
나혼자 호사한 것 같아서 말예요.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걸 다 내주면서도
때론 참 서운타 싶을 만큼 냉혹할 때가 있더라고요.
농가에서 전원생활에 묻혀 살았던 내 유년 때도 그러했으니까요
하지만, 덤으로 얻는 깨달음도 참으로 크답니다.
속한 시일내에 보고 싶네요. 들미소!!
병상에서 바라보니 싱그럽게 까지 느껴졌던 이문자님과 김학순님!
제 초췌한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기 싫었지만 [강릉 가는 길] 편집 지연이 염려되어
전화드렸을 때 한 달음에 달려오신 두 분! 참 고마웠습니다.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겠습니다.
사고일지와 치료일지를 공개하셨네요.
금후 치료가 잘 완료되길 기원합니다.
예, 케네디님도 조심하시라고요.ㅎㅎ.
카페에 제 흔적 뜸하면 무슨 일 있느냐고 염려해 주시는 마음이 늘 고맙습니다.
1번 요추손상/ 그리고 설경사진 그리고 입원소식... 제발 완쾌소식 기다려요. 그대가 홈에 들어오셔야 재미 있어요
요추를 완전회복하고 강릉에 나오셔요/
예, 선생님!
이제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