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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의 예배신학 (An Orthodox Theology of Worship)
정교회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현존(presence)을 강조한다. 이 현존이란 신자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연합될 때 경험되어지는 것이다.
교회는 본래 예배하는 공동체로서, 사랑으로 품으시는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역사하심으로 말미암아 세워졌다.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행위에 의해 세워졌으며, 성령님에 의해 지탱되며, 성령님으로부터 권능을 얻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워지며, 구체화 되는 것이다. 예배에서의 모든 회중은 일반적으로는 예배를 통하여, 혹은 특수한 방법인 성례전을 통하여 하나님과의 만남을 체험하게 되며, 하나님은 회중들에게 그분의 삶으로 인도하시는 것이다.
정교회의 핵심은 바로 예배에 있다. 그리고 이 예배가 바로 그들의 영혼을 이끄는 지침인 것이다. 말씀과 이미지(imagery) 그리고 예전적 표현들로 가득찬 성경의 본문들은 교회의 권위와 전통들을 영광스런 형태로서 더욱 확고하게 해준다. 예배를 통하여 회중은 계속적으로 가장 기본적이며 근본적인 믿음의 진리들과 접촉하게 되는데, 예배는 회중을 일깨우고, 개혁시키며, 변화케한다. 대체적으로 정교회 회중들의 삶과 그 특징은 예배를 통해 형성되고 이끌어진다. 하나님과 그분의 피조세계를 향해 열려진 창문처럼, 예배는 믿음에 생명을 불어 넣어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회적 책임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예배는 기독교인의 삶에 있어서 위대한 학교이며, 예배를 통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배는 인간의 성품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성별된 삶을 살도록 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선구자(agent)인 것이다.
정교회 예배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인데, 본질적으로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예배는 역사 안에서 행해졌던 하나님의 권능의 행위들을 끊임없이 재 경청하면서, 이미 완성되었고, 벌써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나라를 기쁨으로 찬양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을 통하여 보증되었다. 또한 교회는 항상 미래를 향해 열려있으며, 다가올 세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정교회 신자들의 정체성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나라에 의해 형성된다. 예배, 특히 성례전을 통하여 이들은 그리스도의 구원의 행위에 참여하게 되며, 날마다 부활 신앙으로 인도하는 성령님의 임재를 끊임없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예배의 예전적 의식들을 통하여 새로운 삶에 대한 소망이 구체화되며, 하나님의 은혜를 확고하게 경험하게 됨으로 구원과 성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물리적인 형태(떡과 잔)로 영적인 실체를 구체화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마지막 날에 육신을 장막을 벗고 홀연히 영적으로 변할 종국적인 구원과 우주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정교회의 필수적인 예배 요소와 기본적인 구조들은 초기 사도적 교회의 예배예전의 모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들의 제의 의식과 형태는 여러 세기를 걸쳐 오면서 점차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는데, 비잔틴이나 콘스탄티노폴리탄 예전에 이르러 통일된 형태로의 예전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의 예전은 가톨릭과 수도원적 형태의 혼합적인 모습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예전의 형태들을 수용, 동화(assimilation), 종합한 동방 기독교의 풍부한 예전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예배의 기도는 많은 부분으로 나뉘는데, 다음은 이들 예배의 주요 요소이다.
(a) 성례전 예전과 예배, 그리고 성만찬 예전 (b) 성무일과 (c) 절기와 교회력에 따른 금식 (d) 성서일과 그리고 (e) 예전적 구조 배치와 예전적 몸짓들과 형식들에 관한 세부적인 지침들.
A. 성례전
성례전은 회중에게 미래의 삶을 준비케 할 뿐만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here and now)에서의 보다 더 실천적인 삶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성례전을 통하여 회중은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나라에 보다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역동적으로 역사하며,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발휘되도록 역사한다. 이것은 마술이나 기계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성례전을 통해 주어지는 삶의 변화는 그들의 영성과 믿음, 그리고 헌신이 더욱 고취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원은 하나님의 주도하심과 그에 따른 인간의 응답이라는 협동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신,인 협동을 '협조작용'(synergy)이라 부른다.
성례전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자신을 내어주신 그분의 삶으로 이루어지며, 더욱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의미는 성례전이 그분의 공생애 사역의 연장이며, 확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는 그리스도, 그분을 만나게 될 뿐 아니라, 참된 인간의 모습과 우리가 돌아갈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동방 정교회는 7가지 성례를 인정한다: 성세(baptism), 견진성사(Confirmation), 성체성사(Eucharist), 고해성사(penance), 종부성사(anointing of the sick), 신품성사(priesthood), 혼배성사(marriage). 성례전 가운데 성세와 성체성사는 상위의 위치를 차지한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성만찬에 참여함으로 지속되며, 발전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에 위치한 성만찬은 교회의 가장 심오한 기도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목회인 것이다. 또한 성만찬은 교회의 교회됨과 교회로서의 최고 절정을 동시에 성취하게 하는 예전인 것이다. 성만찬을 통하여 교회는 교회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게 됨과 동시에 끊임없이 인간의 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성령님의 전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성만찬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회중에게 내어주시며, 한 자리에 모인 회중은 그분의 삶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교회는 성찬 성례를 거룩한 예전(The Divine Liturgy)으로 행하는데, 이는 가장 숭고한 의식이기에 그렇다. 이들의 거룩한 예전인 이 성찬성례의 순서는 두 번의 엄숙한 입장, 성경의 독경과 그 해석, 그리고 대 성찬 기도와 성체의 축성기도 그리고 분병, 분잔으로 이루어진다. 동방 정교회의 성찬 성례는 모두 3가지 형태가 있다. 성 크리소스톰의 거룩한 예전(The Divine Liturgy)과 성 바질의 거룩한 예전, 그리고 성찬 전(前) 견신의 예전(the Pre-Sanctified Gifts)등 이 3가지 형태가 그것인데, 3번째 형태는 사순절 기간과 몇몇 성인 기념일과 고난주간(Holy Week) 동안에만 집례 되었다.
성무일과(The Daily Office)
예전적 주기는 상호 연관된 네 개의 주기들에 의해 순환된다. 즉 일(day), 주(week), 달(month), 년(year) 등이다. 성무일과의 목적은 신자를 그리스도의 신비에 연합케 하기 위함이며, 또한 평범한 삶의 시간들이 아닌 매 시간을 구원의 중대한 순간들로 바꾸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매일이 은혜의 날로 변화될 수 있으며, 매 해가 주의 해로 경험될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성무주기는 다음과 같다. 만과(Vespers;하루일과가 끝날 때), 종도(Compline;잠자리들기전), 새벽기도(Midnight), 찬과(Orthros;새벽미명에) 그리고 일시과(prime;그후 조금 있다가), 삼시과(terce;9시), 육시과(sext;정오), 구시과(none;오후3시) 등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드리는 만과와 새벽미명에 드리는 찬과는 상당히 발전된 형태를 지닌다. 이러한 성무일과의 뿌리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드린 매일의 기도회와 수도원 공동체의 공동예배시 드린 기도에서 찾을 수 있는데 성무일과의 예배는 매 예배시마다 그날의 대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데 때로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해당하는 소주제를 갖기도 한다. 특히 만과(Vespers)와 찬과(Orthros)의 성무예배는 축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교회사에 나타난 위대한 성일과 성자들을 축하하고 기념하며, 또는 그 밖의 교회사의 기념비적인 사건들을 기념한다. 그러므로 이 예배는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셔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 하나님의 현존에 중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절기와 금식일(Feasts and Fasts)
가장 기본적인 교회의 축일은 주일(the Lord's Day)로서 이는 매주마다 지켜지는 교회의 가장 기초적인 절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 주일에 행하는 교회의 중심된 활동은 바로 거룩한 예전을 통하여 회중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다. 이로써 주일은 매 주일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고 기념하는 날인 것이다.
초대 기독교 공동체의 예전 전통을 이어받은 교회는 몇가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행하는 금식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면서도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력에 있어서의 축일들과 금식일은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고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두 개의 커다란 범주로 나눌 수 있겠다. 즉, "유동성이 있는"(movable) 절기와 "고정된"(fixed) 절기가 그것이다. 유동적인 절기는 사정에 따라 준수된 절기로서 부활절 같은 절기가 그것이었다. 반면 고정적인 절기는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지켜졌다. 그리고 모든 절기들은 그것이 보편적이든 지역적이든 간에 언제나 엄숙하면서도 거룩한 예전의 형태를 갖추어 집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매 예배마다 집례 되는 성만찬이 교회의 영원한 축제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교회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엄숙하면서도 중요한 절기이다. 이 부활절은 교회력에서 가장 중심이면서 핵심적인 자리에 위치한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은 그분의 핵심적인 구속사역이다. 그러므로 엄숙한 고난주간(Holy week)의 준수와 장중한 부활절 예배는 주님의 구속사역을 영광 돌리는 중심적인 절기인 것이다.
고난주간에 앞서 40일간을 사순절로 지켰는데, 이를 대금식(Great Fast)일로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40일간 계속되는 사순절과 참회시간들을 통하여, 교회는 참회의 능력과 그 의미를 맛보게 되며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의 모습과 생명력을 확고히 하게 되는 것이다.
정교회는 이러한 부활절 외에도 12개의 대(大) 절기들을 지키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모 마리아의 삶 가운데 나타난 여러 사건들, 게다가 성모의 무흠수태 대축일, 성탄절, 주현절, 종려주일, 승천일, 성령강림절, 변화 축일(Transfiguration) 등을 포함한다.
매주일의 주간 금식일과 사순절기간의 금식일 이외의 다른 금식일로는 성탄절을 앞두고 일정기간을 금식하는 기간으로 삼았다.
금식기간에는 기도만이 아니라 봉헌도 함께 드려진다. 금식은 경건한 공로행위로 간주되지도 않았으며, 십자가를 지는 행위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님의 말씀인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4:4)는 말씀의 표현이며, 그 말씀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금식이란, 주로 영적인 지식의 성숙과 하나님께 향한 순종, 그분의 말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성화됨의 성숙으로 간주되었다.
공예배시 사용되는 예배서(service books)는 크게 주로 4개의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Typikon이다. 단권으로 된 이 예배서는 매일 예배를 위한 예배 모범서요, 전례규범(Rubrics)서이다. 두번째 형태로는 'Euchologion'과 이에서 유래한 'Small Euchologion', 'Archieratikon' 그리고 'Diakonikon'를 들 수 있겠다. 이 예배서는 모든 예배를 비롯하여 성례전과 그 밖의 다른 예배시에 사용되는 제사장적 기도와 간구의 기도문을 담고 있다. 세번째는 형태로는 고정적인 형태의 성무일과와 환경에 따라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가변적인 형태의 성무일과 내용을 담고있는 예배서이다. Horologion는 성무일과에 있어서의 고정적인 예배 요소들과 그밖의 다양한 예배 순서들을 싣고 있다. Great Octoechos (또는 Parakletike)는 한 주간에 걸쳐 매일 드리는 예배에서 사용하는 찬양을 담고 있는데, 8주를 한 주기로 하여 반복된다. Triodion은 사순절 전야와 사순절 기간, 그리고 대금식일과 고난주간의 성무일과를 위한 찬양집이다. Pentaekostarion은 부활절 기간중의 성무일과에 불려지는 찬양집이며, Menaia은 모두 12권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일년 12번, 매월 한권씩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12권의 책은 교회력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고정적인 예배나 절기예배 등을 다룬 예배서이다.
정교회의 찬송가는 감정적이기 보다는 다분히 교리적이다. 모든 곡은 교회 음악의 대표적기법인 기본 8음계 중에 하나로 시작된다.
네 번째 형태는 일종의 성서일과로서, 성경을 주기별로 읽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Evangelion은 1년을 주기로 4복음서를 순서에 맞춰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으로, 복음서의 말씀을 구절씩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Apostolos는 사도행전부터 서신서에 이르기까지 각 구절로 나누어 1년동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Psalter는 시편을 크게 9개의 노래로 나누었으며 그것을 또 20개부분으로 구분하여 놓았다. 그리고 Prophetologion는 한때 구약성경의 특정 부분을 미리 지정하여 그 부분을 읽도록 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배예전서로 사용되지 않으며 단지 위에서 언급된 다른 예배서에 포함시켜 사용하고 있다.
예전적 구조 배치(Liturgical Space)
전통적인 교회건물이나 성전은 몇가지 독특한 특징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당시의 교회 건축의 목적은 변모하는 세계의 미(美)적 수준과 부(富)를 반영키 위함이었으며, 또한 성만찬 예전의 본질을 명백하고도 뚜렷히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돔모양(domes)의 천장과 둥근 문(arches), 그리고 천문(apses;교회당의 동쪽 끝에 있는 반원형의 돌출부), 뿐만 아니라, 잘 그려진 도해(圖解)적인 구성과 촛불을 사용한 조명과 높이와 길이 등, 이러한 성전 양식을 통해 교회는, 인류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며, 인간과 세상을 향한 교회관을 표현하는 것이다.
성전은 주로 세 부분으로 구된다. 즉, 세례자를 위한 공간(narthex), 회중석(nave), 성단(sanctuary)이 바로 그것이다. 설교대와 설교단은 성단 밑, 회중석의 중앙에 위치하고, 성찬대나 제단은 성단의 중앙에 놓인다. 성단은 약간 올라가 있으며, 성화막(iconostasis;동방정교회의 제단쪽 성화병풍)에 회중석과는 분리되어 있다.
성상들은 정교회의 예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며, 개인의 신앙 성숙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성상들은 주로 교회사에 기념비적인 인물이나 사건들을 다루며, 회중을 거듭난 중생의 삶으로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인도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그 동안 성상은 기독교의 교리를 가르치는 선생의 역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것 자체가 숭상되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상이 성육신에 대한 이해를 적절히 도울 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며, 거룩케 하기 위한 전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