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의 시대, 21세기는 시조가 우리 문학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일제에 의해 말
살되었던 우리 민족 문학의 정수요, 숨결인 이 땅의 운문시 시조가 문단 내에서도 날이 갈수
록 그 기운이 새로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 동인지는 아름다운 우리 가락을 영원토록 꽃피우게 하는 조그마한 등불이고자 한다"는 초
심으로 돌아가 우리는 오랫동안 가꾸어온 관포의 우정을 더욱 다져가면서 묵묵히 정갈한 시심
에 몰두할 것이다. 우리 '나래'는 펄럭이는 혼을 지녀 비바람 동천 아래서도 꺾이지 않고 영원
히 펄럭일 것이기에.
- 「비바람 동천 아래서도 꺾이지 않을 '나래'」 중에서
♣ 제66집을 내면서
‘우리’를 향하는 문학운동
나래 66호 동인지를 묶는다. 나래시조문학회 창회 연도가 1966년이어서 인지 66이란 글자가
무척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언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짧다면 짧겠지만 한국 문단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세월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잴 수 있으리라.
나래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시인이 전체 시조단의 10%를 차지하는 1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은 그 동안 나래가 몸으로 일궈온 텃밭의 넓이도 달리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6회에 걸친 시
화전과 12회를 이어오고 있는 나래시조문학상 시상 및 나래시조 신인상 추천제도 등도 나래
의 활발한 활동의 한 모습이다. 운문의 시대, 21세기를 맞아 날로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잡아가
고 있는 우리의 민족시 시조문학의 흐름 속에서 우리 나래는 더욱 우뚝한 모습으로 힘찬 깃발
을 펄럭일 것이다.
오늘날 전국 규모의 순수 동인 활동을 펼쳐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지를 표방한 대
다수의 문예지들마저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배출한 문인들의 발목을 잡고 동인지로 전락한 상
태인 데다, 도별 또는 지역별 문학단체들의 비교적 넉넉한 재정으로 지역 단위의 문학활동에
갇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주의를 심화시켜 전국 단위의 문인 상호간 이해의 폭을 좁히는 등의 부정
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래시조문학회’는 전국 단
위 동인활동의 전통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향하는 통합의 문학운
동이라고나 할까. 그러기에 ‘나래’는 그 동안도 그래왔듯이 문단 내의 편가르기나 지역주의로
부터 벗어나 순수성을 지켜나갈 것이다. ‘나래’의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