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한남자
' 앞으론 그렇게 물어봐줄래요? '
' 예? '
' 지금은 이 말은 마음대로 오해해도 상관없는데. 아까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그땐 꼭 와서 물어봐줘요. 그렇게 가 버리지 말고. '
' ..예 알겠습니다. '
00.
" 젼구기-! 도대체 어딜 다녀오시는겁니까!! 한참 찾았지 말입니다!! "
" ....... "
" 얼굴은 왜이렇게 빨갛, ..혹시 또 운동하고 오신겁니까?! "
" ..아닙니다. "
" 그럼..아 됐고, 일단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단 그.. 여주님 이야기를 들어보시는게 좋을것같지 말입니다. 아직 면회시간 조금 남았으닊,.. "
" 다 들어보고 오는 길입니다. "
" ..예? "
무슨 소리냐는듯 정국의 앞에 서서 정국을 빤히 바라보고있는 지민이 보이기는 한건지 내내 멍하니 서있던 정국이 갑자기 돌연 베시시 웃음을 짓는다.
" 빨리 다음 휴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
02.
그 날 이후 남자와 커다란 관계 변화가 있다거나 뭔가 엄청난 변화가 생긴건 아니지만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
> 식사 하셨습니까.
남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거..? 그리고,
" ..야. "
" 응? "
" 미쳤냐? "
" 뭐가? "
" 왜 혼자 웃는데 진짜 소름돋게. 미쳤어? "
" 아니? 나 완전 정상인데? "
" ..아니 주말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진짜. "
" 아무일도 없는데? 빨리 다음 수업이나 가자- "
" 다음 강의 없는데? 하루종일 핸드폰 보더니 문자도 확인 안 하냐? 휴강 떴잖아. "
" 아 좀 전에 온게 그 문자였나? 그럼 나 먼저 간당~ "
" ..진짜 왜 저래... 야 같이가! "
< 저는 이제 학교 끝나서 집 가서 먹으려구요. 정국씨는요?
> 저는 조금 전에 먹고 왔습니다.
> 지금 집에 가시는거면 전화 드려도 되겠습니까?
> 네
" 버스탈꺼지? "
" 아니? 나 오늘 걸어갈건데? "
" ...뭐? 니가? "
" 응. 먼저 간다 -! "
" ....진짜 왜 저래. "
확실하게 마음을 알게 됐다는거?
03.
민윤기랑 면회 갔다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김석진이 또 휴가를 나왔다.
" 딸 오빠도 나와서 밥 먹으라고 해- "
" 오빠 어디 있는데? "
" 방에. 이상하게 이번 휴가때는 방에 콕 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 "
힘든 훈련이 많았던건지 휴가 나올때부터 살이 빠진건지 얼굴이 많이 상해있더니 휴가만 나왔다하면 내내 돌아다니거나 조잘거리던게 방에 처박혀 나오지도 않고있다.
똑똑 -.
노크를 해도 답도 없고.
" 야 엄마가 밥 먹으러 나오, 엄마야! "
" ........ "
" 아 대답도 안 하더니 왜 갑자기 문을 열어! 놀랐잖아! "
" ...이런게 뭐가 이쁘다고 진짜. "
" 뭐? "
노크 할때는 한 마디 말도 없더니 갑자기 벌컥 문을 열고 나와서는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시비를 걸지를 않나.
" 왜 시비를 안 거나 했다 내가. 엄마가 밥 먹으, "
" 아 비켜. "
" 아! 아 미쳤냐!! "
" 너네는 밥 먹으러 나오라니까 왜 또 싸우고 있어! "
" ...씨 "
" 꺼져. "
왜 저래 진짜..
04.
- 식사 하셨습니까.
" 네. 지금 막 하고 들어왔어요. 정국씨는요? "
- 저도 먹었습니다. 아, 오늘 김이병님 휴가 나가셨다 들었습니다.
" ..네에.. "
오늘 하루종일 축 늘어져서는 나랑 눈만 마주치면 눈을 째리면서 짜증을 내던 김석진 얼굴이 생각나 괜히 김석진이 들어가있는 방 문을 한번 흘겼다. 시비걸던거야 하루이틀일이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해도
' 꺼져. '
' 아 비켜. 짜증나게 진짜.. '
'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됐다. '
평소랑은 차원이 다른 예민함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수가 없다. 왜 저러는거야 진짜..(환장)
- 목소리가 왜 그러십니까.
" 네? 뭐가요? "
- 목소리가 갑자기 안 좋아지셔서..무슨 일 있으신겁니까.
" 아, 아뇨 그냥.. "
정국씨한테 한번 물어볼까. 휴가 나와서 부터 저렇게 예민한걸보니까 무슨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정국씨는 알고 있지 않을까..
- 김이병님이랑 싸우신..겁니까.
" 아,아뇨.. 그런게 아니라..그..정국씨 혹시.. "
- 예 말씀하십시오
" 요즘 훈련 많이 힘들어요? "
- ..예?
" 아니 그.. 막 요즘 너무 힘들게 훈련을 시킨다던지..어! 그, 밥! 밥을 안 준다던지.. "
- ....
" 여보세요? "
- 프흐, 안 그렇습니다.
" ....... "
-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 아,아뇨 그냥 갑자기 걱정이 되서.. "
아니 군대에서 그런것도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죽이네 살리네 해도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수 없기에 이유가 뭘까 고민을 생각하다보니 문뜩 수화기 넘어가 조용한게 느껴졌다.
" ..여보세요? "
- 휴가 나가서 여주씨 만날 생각하면 하나도 안 힘듭니다.
" ..네? "
- 빨리 휴가가 왔으면 좋겠지말입니다.
" ..아.. "
이 남자는 갑자기 또 왜 이래.. (심쿵)
05.
" ..왜저래..? "
정국씨랑 통화를 마치고 갑자기 열이 올라 차가운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싶어 거실로 나가는데 어딘가 곤란해보이는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있는 김석진이 보여, 괜한 호기심에 슬금슬금 다가가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 아 그게..아,아닙니다. 절대 그런건 아니지말입니다. "
" ..? "
" 예. 아,아닙니다. 예.예 알겠습니다. 필승! "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마치 툭치면 울것같은 표정으로 통화를 마친 김석진이 안 어울리게 깊게 한숨을 쉬곤 베란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문 앞에 서있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사을 찌푸리곤 굳이 내 옆을 지나가며 어깨빵을 날려댄다.
" 아 차가! 야! 너 때문에 물 흘렸잖아! "
" ..어쩌라고. "
" 너 진짜 왜 그러는데?! "
물컵을 대충 옆에 내려놓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 김석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나를 한번 휙하고 쳐다본 김석진이 등을 돌려 침대에 누워버린다.
" ..나가. "
" 왜 그러는건데. "
" 나가라고 쫌. 짜증나니까. "
" 그러니까 왜 짜증이 나냐고. 너 무슨일 있어? "
" ...... "
" 뭔데. 말을 해야 알거 아냐. "
" ...나가. "
" 아 진짜 답답하게! 존나 오춘기냐? 왜 지랄인데! "
" 나 존나 너 보면 짜증나니까 그냥 나가라고!! "
" ...... "
도대체 내가 뭘했다고 저렇게 짜증을 내는건지. 이유라도 말을 해주던가. 나는 뭐 감정도 없냐? 나쁜새끼.
" 어 그래! 존나 짜증나는 애는 꺼질게!! "
정국씨한테 다 이를거야. 씨이...
06.
김석진은 그렇게 일박이일동안 나만 보면 인상을 팍팍 쓰더니 간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부대로 다시 복귀를 해버렸다. 나쁜새끼. 짜증나 죽겠어 진짜.
Rrrrrr -
[ 민윤기 내꺼 ]
..민윤기?
" 응. "
- 뭐해?
" 그냥 있지 뭐.. "
- 학교는.
" 오늘 공강이라 "
- 나와. 밥이나 먹자.
" 갑자기 웬 밥? "
- 고기 사줄게.
" ......."
-여보세요?
" 어디로 나가면 된다고? "
갑자기 고기를 사준다는 민윤기의 연락에 씻고 나와 대충 후드를 뒤집어 쓰고 나갈준비를 마쳤다.
" 엄마 나 밥 먹고 올게. "
" 어디 가는데? "
" 민윤기 만나러. "
" 어머. 민서방? 요즘 자주 만나네 - "
" 아 그렇게 부르지말라니까. 민윤기 여자있어 "
" 그렇게 부르라고 찡찡 거릴땐 언제고- 일찍 들어와 "
" 응- 갔다 올게! "
07.
" 다 익었다. 먹어. "
" 응. 근데 갑자기 웬 고기? "
" 그냥. 드디어 옛사랑 청산한거 기특해서 사주는거야. "
" ..뭐래. "
" 기특해서 그런가 임마. 기특해서. "
" ..참나. 잘 먹을게. "
" 오냐 - "
밥 먹으면서 말하는걸 좋아하지 않는 민윤기라 한참을 말 없이 민윤기가 구워주는 고기만 주워먹고 있는데, 앞에서 깨작깨작 고기를 먹던 민윤기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말을 걸어온다.
" 석진이는 들어갔고? "
" ..응. 어제 들어갔대. "
" ..... "
" ..또 왜 그렇게 봐. "
항상 무슨일만 있다하면 귀신같이 알아채는 민윤기는 항상 저런 눈빛으로 내가 뭔가를 먼저 말 할때까지 기다린다. 아니 근데 뭐 내가 티낸것도 없는데 저러는거면 김석진이 나불댄건가.
" ...아 또 왜그렇게 보냐고 "
" 뭐가. "
"빤히 바라보잖아 자꾸! "
먼저 물어라도 보던가 맨날 내가 먼저 말 할때까지 이렇게 맨날 먼저 말없이 쳐다만본다 사람 무섭게..
" ..김석진이 이상해. "
" 뭐가 이상해. "
" 아니 휴가 나와서 이틀내내 나만보면 짜증내고.. "
" 원래 그러잖아. "
" ..이번엔 뭔가 달랐단말야. "
" 뭐가 달랐는데? "
" ..살이 빠진건지 얼굴은 다 상해가지고, 또 화낼때도 예전에 그냥 이유도 없이 틱틱대던 그런게 아니라 진짜 짜증나 보이기도 하고.. "
이틀 내내 나랑 눈만 마주쳤다하면 진심을 다해 짜증을 내던 김석진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심각해져서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내내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기를 뒤집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민윤기가 곧 집게를 내려놓고는 갑자기 피식 거리며 웃는다.
" 진짜 다 컸네 김여주. "
" ..뭐래. "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괜히 젓가락을 잡아 앞에 있는 반찬을 뒤적이자 민윤기가 웃으며 집게를 들어 구워진 고기를 내쪽으로 밀어주며 말을 이었다.
" 부대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 "
" 왜. 누가 때렸대? 괴롭혔대? "
" 아니. "
" 그럼? "
" 그냥 이제야 좀 진짜 군대 다니는구나 하고 생각해. "
" .... "
" 그새끼가 원래 편하게 놀자판으로 다녔잖아. "
" 그건 그런데.. "
" 군대가서 살찐놈은 걔 밖에 없을껄 "
" ..인정. "
" 그러니까 그냥 짜증내면 좀 받아줘. 그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전화까지 왔더라. "
" 너한테? "
" 응. 니 기분 다 망쳐놓고 들어다는것 같으니까 내가 신경 좀 써주라고. "
" ..등신같이 지금 누가 누굴 신경 쓰는거야.. "
김석진 진짜 짜증나..
08.
- 점심은 드셨습니까
" 네 저 지금 막 학식 먹고 나오는 길이에요. 정국씨는요? "
-저도 조금 전에 먹었습니다.
" 아- 오늘은 뭐 나왔어요? "
- 그냥 돈까스 나왔습니다. 여주씨는 뭐 드셨습니까.
" 어? 저도 돈까스 먹었는데! "
점심부터 남자에게 걸려 온 통화에 신나게 전화를 받자. 옆에 김태형이 소름돋는 기집애라며 팔을 벅벅 쓸더니 먼저 강의실로 쌩하고 들어가버렸다.
- 저 다다음주쯤에 휴가 나가게 될것같습니다.
" 휴가요? 진짜요? "
- 네. 포상휴가 받았습니다.
" 어? 그거 뭐 잘해야 주는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
- 예 그렇습니다.
" 이번엔 뭐 때문에 받았어요? "
- 축구 이겼지 말입니다.
" ..축구도 잘해요? "
- 그냥 조금..할줄 아는 편입니다.
..못하는게 뭐야..
09.
오전 강의가 없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져 쇼파에 누워 빈둥빈둥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집 전화가 울렸다.
" 여보세요? "
- 야 김여주 나!...콜렉트 콜 입니다
" 어. 왜? "
- .. 오늘이나 내일중으로 집으로 편지 하나 갈거야
" 편지? "
- 어 부대에서 갈건데 니 이름으로 갈거야 받으면 그냥 내 방에 처박아놔
" 내 이름으로? 무슨 편진데 내 이름으로 와? "
- 아 알거없고 그냥 뜯지도 말고 내 방에 처박아놔. 알겠지
" 어..뭐.. "
- 끊는다
" 어..야!야! "
- ..왜
" ..아니..요즘 많이 힘들어? "
- ..뭐?
" 아니.. 많이 힘들면 말하라고.. 아니면 내가 또 면회라도 갈까? "
- ..됐어 오지마
" 왜에.. 민윤기 불러서 엄마한테 말해서 도시락 들고.. "
- 아 됐다고. 필요없어 끊어
아 진짜 왜이래..
10.
김석진 말대로 진짜로 김석진한테 전화가 온 다음날 내 이름으로 부대에서 편지 하나가 도착했다.
" ..남상진?.. 누구야.. "
일단 어제 짜증내던 김석진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아 일단 김석진 말대로 김석진 책상위에 편지를 올려놨다.
" 딸- 너한테 편지왔는데? 남상진이 누구야? "
" 또? ..뭐야 진짜.. "
그날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해서 편지가 도착했고, 그때마다 궁금해서 미칠것같았지만 일단은 김석진 말대로 그냥 김석진 책상위에 편지를 올려놨다.
11.
> 수업중이십니까
수업중간에 한시간 정도 공강이 있어서 김태형이랑 학교앞 카페에 앉아 시간을 떼우고 있는데 남자에게서 메세지가 도착했다.
< 아뇨, 지금 중간에 시간이 비어서 친구랑 카페에요
> 녹차 플랫치노 드시는겁니까
< 어? 네. 어떻게 알았어요?
정말 별거아닌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다며 알람창이 울렸고 혹시 김석진인가 하는 생각에 확인하려 알림창을 꾹 누르자 요즘들어 질리도록 봤던 이름이 떠있었다.
> 안녕하세요 ㅎ
" ...뭐야 "
" 왜? "
" 어? 아냐.. "
나한테 굳이 메세지를 보낼일이 없는 사람이니 잘못 보냈으려니 싶어 무시하려는데, 또 메세지 도착 알람이 울렸다.
> 저는 김이병 부대 선임 남상진이라고 합니다ㅎ
김이병 동생 여주씨 맞으시죠?ㅎ
사랑스러운 독자님이 선물해주신 표지
사랑스러운 독자님이 선물해주신 표지
드디어 남상진 등자응~
(눈물) 너무 오랜만이져 여러분.. (눈물)요즘 현생이 너무 바빠서...ㅠㅠ 그래도 이렇게 가끔 시간 날때마다 와서 글 열심히 올릴수있게 할게요 (눈물)
예전에 독자님의 리퀘로 썼던 에피소드인데 리퀘가 내용의 스포가 될수 있어서 다음편에 같이 공개할게요!! 기다려주세여 (핫트) 감사하고 싸라합니당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도짜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