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에센. 탄광이 많은 이곳의 에센대학 부속병원 통합의학센터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이다. 이곳의 게오크 슈판(내과)박사는 갱년기 질환을 생약요법(phytotherapy)과 동종(同種)요법(homeopathy) 등 자연요법으로 치료한다.
여기에서 3년 전부터 심한 갱년기 증상에 시달려 왔다는 중학교 교사 사비니 헤르만(51.여)씨를 만났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엔 수업을 하기 힘들 만큼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을 많이 흘렸다"며 "내 체질에 맞는 펄사틸라(할머니꽃과 식물)에서 추출한 동종요법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동종요법은 '독은 독으로 치료한다'는 자연의학적 치료법으로, 유럽에선 200년 전부터 쓰이고 있다. 현대의학처럼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을 써 환자의 신진대사를 정상화한다.
슈판 박사는 "동종요법 약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된다"며 "키가 작고 통통하며, 성격이 밝고 명랑한데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는 여성은 펄사틸라가, 키가 크고 늘씬하며 시고 단 음식을 좋아하면 세피아(오징어 먹물에서 추출)가 외모가 다소 남성적이면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면 설파(유황에서 추출)가 잘 듣는다"고 설명한다.
안면 홍조엔 승마가 가장 효과적=취재팀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 65번가에 있는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산하 벤드하임 통합의학센터를 방문한 것은 지난 1월 16일. 중소 규모 클리닉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여성 카렌 힐리는 블랙 코호시(승마)라는 생약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안면 홍조를 줄이는 데는 블랙 코호시(승마)가 가장 효과적인 생약"이라며 "두 달 전부터 매일 세번씩(한번에 두 알) 승마 추출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의사는 "승마는 폐경 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할 뿐 아니라 월경 전 긴장.생리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며 "과거 미국의 인디언은 관절통.류머티즘에도 썼다"고 전했다. 그는 증상에 따라 승마 외에 달맞이꽃 종자유, 성요한 초목 같은 생약도 처방한다고 덧붙였다.
한 컵의 콩은 호르몬제 한 알과 같다=갱년기나 폐경 여성에 대한 에스트로겐 치료의 부작용이 알려진 뒤 미국.유럽에선 콩 추출물인 이소플라본의 인기가 크게 치솟고 있다. 두부.된장.청국장 등 콩 음식(하루 20~50g)을 즐겨 먹는 덕분인지, 서양 여성보다 갱년기 증상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하는 '한국.일본 여성 따라하기'가 유행인 것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최준영 교수는 "한국인은 이소플라본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매일 20~80㎎씩 섭취한다"며 "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여성의 골밀도를 높이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며, 인지기능, 특히 단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컵의 콩은 '프레말린'(호르몬제) 한알과 같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기요법도 유용=갱년기 여성이 특정 에센셜 오일의 향을 코로 흡입하거나(매일) 에센셜 오일로 하복부.목을 마사지(주 3회) 또는 욕조에 에센셜 오일 원액을 20방울쯤 떨어뜨린 뒤 목욕(격일)하면 안면 홍조 등 갱년기의 초기 증상이 경감된다. 이때 흔히 쓰이는 향은 장미향.네롤리향.자스민향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들어있는 것들이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는 "원액으로 피부 마사지를 하면 발진.가려움증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몬드 오일 등 식물성 오일을 97% 섞어 묽게 한 뒤 발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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