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때 제철 맞은 바다 먹거리를 한상가득 풍성하게 차려두고 술 한잔을 곁들이는 소박한 한식 횟집을 소개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곁들임과 정련된 솜씨로 썰어 나오는 생선회를 즐기는 일식집보다 투박하면서도 수선스러운 그 분위기와 모양 없이 담은 온갖 먹거리가 오히려 맛을 더하는 집들. 뼈째 썰어 먹는 회, 세꼬시, 시원하고 칼칼한 맛의 물회, 기름이 잘잘 흐르는 촉촉한 생선구이, 현지에서 그날 직송한 온갖 횟감까지... 찾아가는 때에 따라 항상 바뀌는 생생한 바다메뉴가 반갑다. 서울시내 내로라 하는 미식가들이 추천하는 서울의 내공 있는 한식횟집을 소개한다.
가시리
가시리는 생선이나 해산물 하면 일가견이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한식횟집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작은 횟집처럼 보이지만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 보면 내공이 민만치 않은 집임을 알아챌 수 있다. 메뉴도 꼭 바다 먹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육사시미에 전복, 참꼬막, 보리굴비에 묵은김치, 참게장까지 메뉴판만 봐도 그 육해공군이 모두 모인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 두고 있다. 완도 전복, 목포 뻘낙지, 벌교 참꼬막, 부안 백합에 전어, 민어사시미, 영광보리굴비, 새조개, 매생이, 생굴, 참게, 간재미회까지, 메뉴판에 올린 이름들 만으로도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하다. 내고 있는 메뉴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맛이며 무엇보다 재료의 신선도가 훌륭하다.
이 집의 영광보리굴비는 영광산 굴비를 보릿짚에 싸서 꾸덕하게 말린 것으로 찰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벌교산 참꼬막은 싱싱한 꼬막을 아무 양념 없이 살짝 찐 후 테이블에서 껍질을 까서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준다. 해산물과 생선메뉴 이외에도 육사시미나 삼합, 수육도 준비되어 있다.
기본찬으로 차린 상에는 쇠고기 미역국이 함께 나오는데 미역이 푹 무르도록 끓여서 집에서 만든 것처럼 쉽게 넘어간다. 점심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국 정식도 있는데, 가격은 6천원. 상에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깔끔하며, 갖가지 젓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을 붙여 놓은 센스도 눈에 띈다. 한가득 차려지는 곁들임보다 좋은 재료로 채운 한상을 받아보기에 좋은 곳이다. 매일 직송해서 받아쓰는 재료 때문인지 가격은 다소 센 편이며 음식은 전체적으로 약간 간간한 전라도 식이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514-6001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63-9 메뉴 : 육사시미, 전복, 참꼬박, 보리굴비, 참게장 등등
여수 오동도(대치점)
대치동 사거리 골안 안쪽에 위치한 곳으로 여수식 회를 내는 집이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서인지 상당히 유명한 집으로 고덕동, 길동 등에도 분점이 있다. 이 집에서 유명한 것은 무침회. 병어와 온갖 야채를 풍성하게 넣고 초고추장에 무쳐 나오는 병어회가 유명하다. 서대회, 준치회도 무침으로 먹을 수 있고, 서대와 양태는 찜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무침회를 시키면 커다란 양푼에 홍합으로 끓인 미역국이 함께 나온다. 미역국 자체는 특별히 맛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매운 병어회로 얼얼해진 입안을 달래준다.
저렴한 가격에 한상을 풍성히 채워주는 곁들임 역할은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음식은 양도 넉넉한 편이어서 식사와 술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 좋다. 여수별미인 장어탕도 메뉴에 올려두었으니 여수까지 가지 않아도 그 맛을 즐겨볼 수 있다. 보기 드물게 살갑고 수더분한 서비스 역시 좋은 인상을 남기며 많은 단골을 유지하는 이집의 비법이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557-0580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4동 913-75 메뉴 : 병어회, 서대회, 준치회, 장어탕 등등
충무상회
압구정에 위치한 충무상회는 세꼬시와 생선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곳이다. 압구정동 골목 안에 있는 이곳은 아는 사람이 아니고는 눈에 띄기 어려운 골목 안에서도 꾸준한 단골의 호응을 받으며 18년간 성업하고 있다. 들어서면 생경할 만큼 넓은 실내에 놀라게 되는데, 불경기라지만 탁 트인 홀 주위로 있는 룸 자리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충무상회는 이름처럼 통영 향토 음식적으로 충무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갖가지 해산물요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표메뉴라 할만한 것은 푸짐하게 나오는 세꼬시회다. 1인당 4만원의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든든한 식사와 푸짐한 술안주겸하여 찾는 이들이 많다.
세꼬시회 만큼 잡어회도 인기가 좋으며 시기에 따라 제철 해산물요리도 내고 있다. 시원한 해장국으로 인기가 좋은 물메기탕도 이집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모든 음식에는 생선회의 뼈로 우려낸 국물에 잡어의 생선살이 들어간 서더리 미역국이 함께 나온다. 항상 매운탕으로만 먹던 서더리 매운탕과는 다르게 감칠맛 있으면서도 개운한 맛이 좋다. 점심에는 서더리 미역국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맛이 궁금한 사람들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515-6395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613-12 메뉴 : 도다리세꼬시, 잡어회, 해물탕, 마른가자미구이 등등
해천
이태원에 위치한 전복요리전문점 ‘해천"은 전복 요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새조개나 도루묵처럼 철따라 업데이트하는 제철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많은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철 따라 새조개 샤브샤브, 도루묵찌개, 도루묵 구이, 도루묵 튀김, 전어회. 개불, 문어, 관자 등 제철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그 맛의 차이와 제철 재료의 풍성함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사시사철 바다에서 직접 좋은 재료를 건져내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이 곳 채성태 사장때문인지 랍스터 된장찌개나 해물라면처럼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엽기적인(?) 해산물 요리들도 만날 수 있다.
이집의 대표 메뉴인 은근하고 깊은 국물맛의 전복탕인 해천탕과 고소한 전복튀김, 살아있는 전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생전복회는 사시사철 인기가 높다. 환절기에 몸이 허할 때 특히 생각나는 이집의 해천탕은 닭과 전복은 몇가지 한약재와 함께 끓여낸 것으로 의외로 담백하고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실하게 들어있는 전복을 건져먹다 보면 부모님 생각이 절로 든다. 술안주로는 고소하고 쌉쌀한 맛의 전복 내장무침도 제격이다. 점심시간에는 일간 건지가 반가운 알탕도 단골들이 열광하는 실속메뉴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790-2464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39-5 메뉴 : 전복 요리, 도루묵 요리, 해천탕, 생전복회 등등
고래불
역삼동에 위치한 고래불은 소박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바다요리 전문점이다. 포항, 영덕, 울진 지역의 생선과 해산물을 직송해오고 있다. 굵은 소금만을 곁들여 주는 촉촉하고 싱싱한 생고등어 구이와 고등어를 추어탕처럼 끓여낸 고등어 추어탕이 유명한 집이다. 식사를 주문하면, 깔끔한 반찬과 바삭하게 구워낸 생김, 갖가지 젓갈까지 곁들여져 한상이 푸짐하다. 저녁시간에는 푸짐하게 썰어나온 세꼬시회, 해장에 그만인 시원한 물곰국, 오돌한 생전복의 맛이 좋은 전복회, 제철맞은 고소한 과메기, 싱싱한 돌문어로 술한잔을 곁들이기에 좋다. 식사메뉴로 적당한 도루묵조림, 회막국수, 회비빔밥에, 별미인 참가자미구이, 가자미 식혜, 영덕대게까지 메뉴판에 올라있어 선택의 폭이 상당하다.
이 외에 이집에서 유명한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고래고기이다, 꽁치젓국 소스에 부위별로 얇게 썰어 나온 고래 고기를 찍어먹으면 커다란 밍크고래 한 마리를 맛본 셈이 된다고 한다. 꼬리꼬리하면서도 부위별로 다른 맛을 내는 고래고기를 찾는 미식가들도 많다고 한다. 식사를 주문하면 탄산수로 지은 푸르스름한 솥밥이 함께 나오는데, 돌솥에서 바로 섞어주는 밥맛 또한 일품이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556-3677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828-53 메뉴 : 생고등어 구이, 고등어 추어탕, 고래고기, 도루묵조림 등등
제주뚝배기
서초동 법원 근처 먹자 골목 내 자리한 제주뚝배기는 일대 직장인들에기 인기 높은 곳이다. 아침마다 제주 산지 직송된 자연산 회와 다양한 해산물로 만들 요리들을 먹을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제주산 고등어, 갈치, 히라스, 도미, 광어, 생소라 등을 담아 내는 모듬회다. 회는 모두 싱싱하고 찰지며, 곁들여 내는 반찬들도 여러가지 늘어지는 것보다 석화, 멍게 등 신선한 해산물 위주로 단출하게 낸다.
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성게국은 주황빛의 성게와 짙은 녹색의 미역이 어울려 식감을 자극한다. 감칠맛 나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든든하다. 쫄깃한 미역과 스르르 녹는 성게알을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잃었던 봄 입맛이 다시 살아난다. 건더기가 많아 자박하게 느껴지는 제주식 성게국 맛을 제대로 재연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회외 다양한 곁들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다. 저녁시간 더욱 비싸지는 일식집 정식코스나 인당 하나씩 주문해야하는 세꼬시 막회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실속있는 집이 될 수도 있다.
[알아둘 사항] 문의 : 02-588-0207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57-9번지 신영빌딩 2층 메뉴 : 모듬회, 성게국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