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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의 대외전략을 준비하자
오는 2012년은 동북아 정세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해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정권교체기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선거와 대만 총통선거가 잡혀 있다. 4월에는 한국의 총선이 있고, 8월에는 일본의 총선이 있을 예정이다. 10월에는 중국의 제5세대 최고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나라마다 정권교체의 전망이 각기 다르다. 현재 중국의 경우는 제5세대 지도자로 시진핑(習近平)이 확정된 상태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경우는 오바마(B. Obama) 대통령의 재선과 푸틴(V. Putin) 총리의 대통령직 복귀 여부가 관심거리이다. 일본은 내각책임제인데다가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권교체의 의미가 다른 나라보다는 작다. 대만의 경우는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온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연임될지,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직 정권교체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북한뿐이다. 지난 9월 28일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金正恩)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지만, 언제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오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12년 가을의 북한 정부수립일이나 당 창건일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북한의 3대 최고지도자로 공식 등장할지 여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정했고, 주변국들의 정권교체기를 틈타 제3기 지도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외부환경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2012년을 주목하는 것이다.
북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선정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정권교체가 일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놓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한국과 미국의 차기 정부가 어떤 성격을 띨지가 불확실한 반면, 북한과 중국의 차기 정부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한국과 미국의 경우는 대선을 통해 2012년 이후 대북 및 대중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북한과 중국은 이미 차기지도자의 선정 및 육성을 통해 2012년 이후 대남 및 대미 정책을 담금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2년 이후 중국과 북한의 대남, 대미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선 중국의 대남, 대미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10월 25일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었으며 “항미원조 전쟁은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를 지켜낸 위대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사흘 뒤인 28일 마자오쉬(馬朝旭)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정부의 정론(定論)을 밝힌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지난 2008년 5월 27일, 취임 후 이명박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직전에 중국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한미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현대 세계의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이틀 뒤인 5월 29일 친강은 자신의 발언이 완전한 것이며 계통을 밟아 이뤄진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이를 재확인했다. 당시에도 한국외교부는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었는데, 이번에 10월 29일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이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차관보와 대변인을 만났는데도 한국정부는 제대로 된 해명도 듣지 못하였다.
최근 중국의 태도는 단순히 북한과 중국이 혈맹관계를 넘어, 중국이 향후 한반도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한반도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에 대해 도광양회(韜光養晦,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는 물론, 유소작위(有所作爲, 할 일은 한다)를 넘어 최근 들어 투이불파(鬪而不破, 큰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 투쟁한다)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서해상의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나,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강력한 대응이 중국의 변화된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이후 한반도 근본문제의 대두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대남, 대미 정책은 어떤 방향을 취하게 될 것인가? 한국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작 2개월 남짓의 활동으로 5년간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다면, 북한 3세대 지도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위한 인수위원회는 최소한 2년은 활동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비록 북한 제2인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하나, 최소한 몇 년은 지켜봐야 비교적 정확한 전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관심 갖는 것은 북한의 차기 정권이 어떤 국가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제전략과 관련하여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컴퓨터수치제어(CNC)를 전공했다는 점에서 첨단기술분야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외전략에서는 후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국가전략을 이어받아 선군정치를 지속할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는 제1, 2세대 지도자가 자신의 친할아버지, 친아버지이고, 본인의 자력이 아니라 가계(家系)의 후광을 입어 제3세대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전임자들을 비판하거나 기존의 국가전략을 거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전임자들을 비판하고 기존의 국가전략을 거부하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 내 지배 그룹의 지지와‘결사 옹위’의 명분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도 제3세대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주체’를 내세워 사회주의 건설을 통해 북한주민의 지지를 획득한 김일성 수령, ‘선군’을 내세워 군부를 중심으로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해 권력기반을 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자기 나름의 권력기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3세대 지도자로서 ‘민생’에 기반을 둔 개혁․개방의 가능성도 열려져 있다.
시진핑의 중국과 김정은의 북한이라는 미래권력이 맞물린다면 한반도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시진핑의 중국은 분단의 원인이 된 한국전쟁의 재평가에서 한미군사동맹, 한반도 평화체제 등 민감하면서도 근본적인 한국문제(Korea Question)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도 한반도 평화체제나 주한미군 등 안보현안과 빅딜로 풀어나가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개방을 통한 점진적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북한으로서도 중국의 후원 하에서 권력이 조기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외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2012년 이후에 대비한 대외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한국정부는 ‘한미 전략동맹선언’을 통해 한미관계를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현안에 관한 동반자로까지 격상하였다.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군사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25~28일에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 4명이 미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에 탑승해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0월 13~14일에 부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PSI훈련에 일본해상자위대 구축함 1척이 참가했다.
중장기 대외전략을 마련해야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의 대외전략은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현안에까지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등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하고, 일본과는 경제협력을 넘어 군사협력의 강화를 모색하는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협력을 확대하되 미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천안함 사태에 대해 중국측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대응이 희토류의 대일 수출중단 등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화살이 점차 한국정부를 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관영언론매체를 통해“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의 급행열차에 올라타려고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분열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국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한국전쟁 발언도 이와 같은 중국정부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을 겨냥하며 불만스러운 태도를 드러내고,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정부의 고위관리와 통화조차 못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한국정부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외교부 동북아국 내 중국과를 중국 1과, 2과로 확대하고, 8개인 총영사관을 16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중국중앙연구소’(가칭)를 설립하여 정책 조율 및 발굴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를 맡긴다는 구상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관련 연구소나 부서를 신설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외교부 수석차관급 한․중 전략대화를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전략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는 모순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한 최근 북핵문제와 천안함 문제에서 보여준 중국정부의 태도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한반도 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우리의 대북 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미 북한과 중국은 2012년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략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당면한 김정일 정권과 후진타오 정부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에 등장할 김정은과 시진핑의 차세대지도자들과도 대화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단기적인 대북, 대중 정책 차원이 아니라, 2012년 이후 북한과 중국의 차세대지도자들을 염두에 두는 대외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 차기지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외전략의 방향이 바뀌는 한국의 정치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중장기 대외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지도자들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한 정쟁에만 매몰된다면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날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은 향후 동북아지역에서 겪게 될 미·중간의 갈등과 대립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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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심히 배워 가겠습니다.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