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비봉산 자락 두 기의 마애불 마애불과 절 정확한 사료 없어 시인 조병화 시 ‘굴암사’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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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사 마애여래좌상(안성향토유적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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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송전공립보통학교 1학년 때 /
처음으로 원족을 갔던 굴암사, /
사푼사푼 잘도 올라갔던 생각이 /
다시 찾아든 산길 /
하두 험하고 가파라서 쉬엄쉬엄 오르매 /
옛날은 까마득하다 /
허이허이 오르는 산길 /
절은 하늘 위에 있다 /
아, 어머님, 어머님은 너무나 높은 곳에 계십니다 /
할 때, 한 소년이 사푼사푼 내곁을 앞질러 오른다 /
나를 힐끗 뒤돌아보며.”
시인 조병화의 시 ‘굴암사’이다.
궁금한 절, 굴암사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진현리. 자그마한 산, 비봉산 자락엔 두 기의 마애불상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굴암사 마애여래좌상(안성향토유적 제11호)과 굴암사 마애선각좌불상(안성향토유적 제12호)이다. 마애불을 모신 절은 굴암사이다. 마애불과 절의 내력은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사료가 전하지 않는다.
마애불과 절, 모두 어찌 살아 왔는지 알 수 없다. 절의 내력에는 그 흔한 전설 하나가 없다. 그 시절에 닿기엔 너무나 아득한 시 한 편이 있을 뿐이고, 그나마 절의 내력을 알고 있는 두 마애불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애불의 내력만 알 수 있어도 좋으련만, 마애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오는 것이 없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 내력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인 것 같다.
절이 서고 그 힘든 부처님을 모셨는데 글 한 자가 없을 수 없고, 구전 한 마디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서글프다고 한 것은 내력을 알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력을 전할 수 없었던 이유들이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글들,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들이 궁금한 절, 굴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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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사 마애선각좌불상(향토유적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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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사에 가면
앞서 말한 시, ‘굴암사’는 조병화(1921~2003) 시인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지은 시이다. 법명이 원행심이었던 시인의 어머니는 그렇게 굴암사엘 다녔고, 시인은 보통학교 때 굴암사로 소풍(원족)을 갔다. 시인이 된 소년은 훗날 어머니가 걸었던 그 길을 되밟으며 어머니를 추억한다. 시인의 추억은 한 편의 시가 되었고, 그 한 편의 시는 글자 한 자가 아쉬운 굴암사의 소중한 이야기가 한 편이 됐다. 그리고 그 소중한 이야기를 남기고 또한 역사가 된 시인은 굴암사에 발자국을 남겼다.
시인의 발자국을 밟으며 도량으로 들어서면 허전한 역사만큼 도량 역시 그 허전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시절을 이야기 해주는 것들이 거의 없다. 연못가에 서있는 삼층석탑 한 기가 그 시절과 가장 가깝게 보이고, 전각은 최근에 지은 대웅전이 전부다.
알 수 없는 역사가 많지만 잊힌 불터에 설 때 마다 알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아쉬움 때문에 더 바라보게 됨이 작은 위안이다. 알 수 없는 것들 앞에 서면 그렇게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아쉬운 눈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며 서 있다 보면 가슴이 애를 쓴다. 그렇게 가슴이 애를 쓰다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알 수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많고 많은 자리 중에 그래도 잠시 두 발을 모았으니 그저 모르는 자리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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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선각좌불상이 새겨진 바위에 조성한 굴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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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사 역사 간직한 마애불
역사를 알 수 없고 흔적이 없어 조금 쓸쓸하고 허전해 보이는 굴암사이지만 도량엔 분명 가볍지 않은 세월을 간직한 마애불이 있다. 마애불 앞에 두 발을 모으면 역시 가슴이 애를 쓴다. 시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연못 옆으로 거대한 바위를 끼고 계단을 오르면 바위 끝에 부처님이 계신다. 향토유적 11호굴암사 마애여래좌상이다. 화강암의 암벽에 양각으로 조성한 높이 3.5m의 마애불은 원형의 두광을 갖추고 있고, 머리 위에는 육계가 있으며 상호는 원만하고 목에는 3도가 선명하고 법의는 통견으로 조각되어 있다. 전면에 백색칠을 해놓았고 왼손엔 보주가 있다.
마애여래좌상 오른편 갈라진 바위 사이로 굴법당이 있고, 이어진 바위에는 전체 높이 4.17m의 마애불이 또 있다. 향토유적 12호 굴암사 마애선각좌불상이다. 부분적으로 마멸된 흔적이 있지만 원형은 거의 남아 있는 편이다. 굴암사에 가면 어찌 살아 왔는지 알 수 없는 마애불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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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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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보기
<사찰> ▲칠장사/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칠장리) 636년(선덕여왕 5)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고려 초기에 혜소국사가 현재의 비각(碑閣) 자리인 백련암(白蓮庵)에서 수도할 때 찾아왔던 7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7인 모두가 도를 깨달아 칠현(七賢)이 되었으므로 산 이름을 칠현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혜소국사는 왕명으로 1014년(현종 5)에 이 절을 크게 중창했다. 1674년 거사 초견(楚堅)이 중수했다.
<명소> ▲조병화 문학관 / 031-674-0307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산337
조병화문학관은 편운 조병화의 유품 및 창작저작물, 그림을 상설 전시하는 문학기념관으로서, 조 시인이 전 생애의 창작활동을 통해 추구해 온 꿈과 사랑의 시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한국 현대문학의 한 발자취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안성맞춤랜드 / 031-678-2672 안성시 보개면 남사당로 196-31 안성맞춤랜드는 전통공연과 체험이 있는 곳으로 344,514㎡(104,215평) 규모의 공간에서 계절별로 자연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민휴식공간으로서, 가족단위 여가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가능하고 전통문화예술과 체험 학습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남사당 공연장 / 031-678-2518 안성 최고의 전통놀이인 남사당 풍물놀이를 계승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보개면 복평리에 남사당 풍물놀이 전수관이 조성되었다. 전수관 앞마당에는 황토를 다져 야외무대를 갖추고 있으며 아트센터마노와 한 곳에 있어 문화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숙박> 레이크스힐스 안성리조트 / 031-671-2888 고삼재 / 031-677-8000
<식당> 태평관 / 031-676-3001 / 해물짐. 탕류 장인가마솥곰탕 / 031-677-0391 /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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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굴암사는 아주 아담한 사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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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묘법연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