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차 운길산-갑산 정기산행기 - 산강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03-08 21:24:48
산행일 : 2010. 3. 6. (토), 흐림
산행길 : 운길산역-계곡따라-서편능선-운길산-능선-새우젓고개-새재고개-갑산-새재고개-도곡동
산동무 : 광용, 인섭, 진운, 민영, 병욱, 학희, 인식. (총 7명)
참 오랜만에 산우회 산행에 나선다. 대장 하라꼬 한 달 전부터 공지해 둔 탓에 뭐라 변명도 못하겠다. 코스를 좀 변경하면 어떤지 물었으나, 단칼에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6공 대장님의 지엄한 분부가 있었던 탓이다. 산행 전날 있었던 재경 6반 반창회에서 그래도 많이 마시지 않은 덕에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났다. 주섬주섬 준비하고 있는데 날아든 문자는 <우교수 차량으로 이동예정>이란다. 곧바로 우교수와 통화하고 복정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거침 없이 달린 하얀 애마는 팔당역 앞에 감춰두고, 역사 안으로 들어가니 혹시나 나와있을 선달님이 안 보인다. 운길산역으로 바로 오려나 보다 하고 열차를 기다려 정시에 도착한 차량에 몸을 싣는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인데 그 배차 간격이 30분이나 되기에 여러 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차 안에서 만난 쫄고님과 장사님,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만 하다. 장사님은 팔목 깁스를 풀고 첫 산행길이다. 쫄고님은 포도청일로 어렵사리 이번에 시간을 내줬다. 고마움을 이 자리에서 표시라도 해두자. 역에서 내려도 오기로 한 하키가 안 보인다. 전화하니 그제서야 나타난다. 펭귄은 인섭에게 전화해서 우리더러 ‘먼저 가라’ 했다니 1시간 뒤 차편으로 올 모양이다. 헌데 선달님은 뭔 일이 있는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가본 운길산역에는 시작하는 새로운 산행길이 마련돼있는 모양이다. 안내판 표지를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되겠다.
시작한지 5분여 지났을까? <미나리전, 누룩막걸리> 하는 문구에 끌려 들어간 포차, 그 미나리가 향기롭다. 지금은 제 철이 아니라 양식한 것을 사와서 전을 붙였단다. 누룩막걸리와 조화가 된 듯하여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풀리는 듯하다.
산행개시주를 곁들여 시작한 산행, 15분 정도를 오르니 몸이 달아 오른다. 겉옷을 벗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제는 서쪽 능선을 따라 오른다. 얼음이 녹아 질퍽이는 사면에서 돋아난 짜증은 능선에 올라서면서 좀 편안한가 했더니, 그 비탈이 애를 먹인다. 가면 갈수록 가팔라지는 비탈에서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어렵쇼? 능선 오른쪽으로 수종사가 고즈넉히 앉아 있다. 이 능선이 수종사로 통하는 길이 아닌 모양이다. 계곡 오른편으로 붙으면 수종사로 갈 수 있는 모양인데, 다음에 숙제로 남겨둔다. 한 시간을 올랐을까?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운길산인가 보다. 마침 울리는 전화기에는 은수가 들어있다.
“어데쯤이고?”
“어~ 은수가? 그래 지금 막 운길산 다 와간다.”
“그래? 대기 빠르네. 나는 뭔가 스케줄이 틀어지고,,,,, 지금 관악산에 가 볼란다.”
“그래? 그라몬 나중에 산행 마치고 서로 연락 함 해보자. 만나서 반가운 얼굴 함 보게.”
“그래. 그라자.”
마지막 힘을 들여 바위길을 오르는데 정상을 알리는 아무런 표지가 없다. 어~잉~~~ 이 봉우리는 전위봉으로 약 3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한다. 본의 아니게 은수한테 거짓을 알려준 꼴이다.
헬기장을 지나 올라간 정상에는 전에 보았던 널따란 목재데크를 설치해뒀다. 활엽수 가지가 많아 조망이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에 치여 빨리 내려갈 생각밖에 안 든다. 펭귄에게도 연락해서 점심 먹을 장소에서 조우하자는 연락을 보냈다.
귤 하나로 목을 적시고 차 한 잔으로 입을 헹군다. 사진 한방으로 그 흔적을 남기며, 가야 할 길로 접어든다. 북사면 급한 내리막 길에는 눈이 녹아 질펀거리고 철제 말뚝을 밟고 내려서니 그래도 조그마한 공간을 발견하고 둘러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펭귄, 얼굴에 혈색이 좋아 보인다. 요즘 내공을 확실히 쌓아가는 모양이다.
언제나처럼 뱅우기는 마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 증명되었고, 하키 역시 굴~전까지 준비해 왔다. 마나님이 직장에 나가면서 총기가 넘쳐흐른다느니 벌어진 입이 귀 밑에 붙었다.
또 누군가는 약 10년 전에 회사 회식자리에서 좀 예쁘게 생긴 직원(아마도 서남쪽지방 출신)한테,
“야~ 니 내하고 빠OO 함 하자”
고 했다는데, 당시에는 그 파장이 별로 크진 않은 모양으로, 혼자 고민고민하고 난 그 다음날, 온갖 자료를 다 뒤져 보니, 그 결과, <빠OO>는 전라도 사투리로 <땡땡이>를 뜻한다는 것을 찾아내고 한숨을 쉬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다시 정비하고 길을 간다. 새우젓고개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곳이 아닌 모양이다. 지도마다 그 위치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게다. 갈림길에서 철문봉으로 오를 생각을 했으나, 오는 사람들의 신발에서 도저히 갈 길이 아님을 안다. 적갑산 북사면을 내려온 산객들의 신발에 뻘이 진창으로 붙어있는 거다. 이에 우 교수의 조언에 따라 원래 예정한 갑산으로 오른다. 남사면이라 뻘이 없을 거라 생각한 거다. 급한 오르막을 올라 능선에 다다르면 이제 좀 순해진 길이다.
20분을 더 올라 도착한 갑산에는 뭔가 구조물을 설치해뒀다. 안테나와 감시 카메라다. 뭘 저리 감시할 게 많은지 동물농장의 인간 같다. 급한 마음에 어수선한 사진 한 장으로 흔적을 남기고 왔던 길을 되돌아 온다. 갈림길에서 예정된 코스로 가려니 만만찮다. 매어있는 밧줄은 경사가 급함을 알리지만, 온통 뻘밭인 길에서 너무 많은 힘을 뺄 것 같아, 우 교수의 의견에 따라 다시 새재고개에서 도곡리로 빠지기로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여러 가지로 우 교수가 탁월한 선택을 하게 해주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나선 산행이라 많이 긴장했다. 좀 두꺼운 옷을 입었나 보다. 아랫도리가 좀 답답했다. 산행 개시하면서 맛본 미나리전과 누룩막걸리, 딱 한잔이라면 산행에 도움이 안 되겠나 여기며,,,,,, 오랜만에 만난 모든 산우님들,,,, 반가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