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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소변보기가 힘들어지고 소변보고 나서 시원하지도 않으며 자꾸 화장실엔 가지만 소변 량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다시 가고 싶어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하루 종일 화장실에서 살다시피 한다는 여성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분들이 비뇨기과에 방문하여 하나같이 자가진단을 붙이는 것이 ‘오줌소태’이다. 오줌소태의 사전적 의미는 ‘(방광염이나 요도염으로) 오줌이 자주 마려운 여자의 병’이다. 염증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빈뇨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소변보는데 불편한 증상이 여성에 생길 때 포괄적으로 일컬어지는 말이다. 필자가 비뇨기과 수련을 받으면서 책에는 없는 용어 중 가장 먼저 환자들에게서 배운 말이 이 오줌소태란 말이니까 거의 정식 의학용어로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오줌소태는 환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증상에 준하여 붙이는 자가 진단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진단이 선행된 후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 되었다. 예전에는 가물치나 옥수수수염을 삶은 물을 마시거나 약국에 가서 마이신 사다가 먹으면 된다고들 철석같이 믿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환자들이 있는데 이는 이제껏 치료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질병에 대해 적절한 진단과정과 그에 따른 치료 그리고 질병에 관한 설명이 없었기에 여전히 무지한 환자들을 방치하게 된 것이다. 오줌소태의 증상에는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을 보고나서의 잔뇨감, 소변을 볼 때의 배뇨통 등 다양한 증상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방광에 세균감염으로 인한 세균성 방광염, 세균감염과 무관한 과민성방광이나 간질성방광염, 신경인성방광 등 그 종류도 셀 수가 없다. 따라서 수많은 오줌소태 환자들이 원인질환이 다 같을 수 없는 것이며 치료도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란 이유로 산부인과를 먼저 찾게 되고 여전히 항생제와 소염제만 처방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치료에 효과를 보는 경우는 세균감염이 있는 세균성 방광염뿐이며 그 외의 경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되어 만성화되는 것이다. 또한 항생제에 반응이 없는 빈뇨증상에 대해 방광기능의 정확한 검토 없이 투여되는 항콜린성 약제는 더욱 문제인데 최근에 새로 개발된 약물들은 입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증상만 듣고 마구잡이로 처방하는 용감한(?) 의사들을 보면 안타깝다. 똑같이 빈뇨를 호소하는 환자에서도 방광 본연의 기능 중 저장기능보다는 배뇨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 어머니들은 명절만 지내면 ‘오줌소태’라는 훈장을 달고 살았더랬다. 며느리 힘들어하는 게 안쓰러워 시어머니가 장에서 사다 끓여주시는 ‘가물치’가 묘약이었던 것은 시어머니의 사랑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지 미미한 이뇨작용 때문이 아닌 것이다. 그 시절과는 비교도 못하게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제대로 된 처방을 받지 못해 병을 키워서야 되겠는가? 이제 자랑스럽지 않은 그 ‘훈장’도 떼어버릴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