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83] 거문도 삼치회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입력 2021.12.29
거문도 삼치회/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figcaption>
이곳 삼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등대 앞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봐도 슬프다. 바다의 가치와 섬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탓에, 영국군이 머물고, 일본인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며 거문도 어장을 휩쓸었다. 나로도와 거문도 사이에 있는 바다는 조선 시대에도 왜구들이 탐했던 황금 어장이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곳 바다에서는 은빛 향연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삼치다.
삼치는 따뜻한 바다를 좋아한다. 겨울철이면 수심이 깊은 남쪽 바다로 내려와 생활하다 봄철 수온이 올라가면 연안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몸을 만들어 겨울을 나는 곳이 거문도 일대 바다다. 물낯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로 유영을 하면서, 갈치·전갱이·멸치 등을 잡아먹는다. 그러다 보니 반짝이는 것들은 쫓아와 덥석 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빠르게 달리는 배에 장대를 걸고 줄을 매단 후 미끼 대신에 은색 비닐을 매달아 던지고 달리면서 유혹해서 잡는다. 이를 ‘끌낚시’, 어민들은 ‘끌발이’라 한다. 줄에 낚시를 매달아 끌어서 물고기를 잡는 어법(예승·曳繩)으로 다랑어⋅삼치 등이 대상이다.
삼치잡이 끌낚시/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figcaption>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삼치 철이면 거문도 일대에서는 배들이 모여들었다. 삼치를 특히 좋아했던 일본인 식문화도 한몫을 했다. 거문도에는 삼치 파시가 형성되었다. 삼치 한 마리가 쌀 한 가마니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값도 좋았다. 조선 시대에는 삼치를 ‘망어’라 했던 탓에 선비들 앞길을 막는 물고기라 여겨 양반가에서 멀리했다. 삼치는 살이 물러 쉽게 상하는 탓에 염장이나 빙장을 하지 않으면 내륙으로 운반이 어려웠던 탓도 있다. 지금도 끌낚시로 잡은 삼치는 곧바로 얼음에 묻어 보관한다. 그물로 잡는 것보다 싱싱하고 상처와 스트레스도 없어 횟감으로 으뜸이다.
거문도 등대/삼치잡이 끌낚시</figcaption>
여수나 고흥에서는 겨울철이면 삼치를 회로 즐긴다. 삼치회는 김에 싸서 양념장을 얹어 먹는다. 이때 묵은 김치를 올리기도 하고 갓김치를 더하기도 한다. 양념장도 지역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르다. 김 대신에 봄동으로 싸먹기도 한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