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집총간 > 석북집 > 石北先生文集卷之一 > 詩 > 靈川申光洙聖淵甫著
車嶺雨中
終朝車嶺雨。到嶺更紛紛。溼盡林間過。輕多馬上聞。盤回五里磴。崩洩兩峰雲。直北微明氣。天安遠可分。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9
차령 우중
종일 차령에 비가 내린다.
산을 지나면 비가 더 거세게 내린다.
비는 숲을 가득 적시며 흐르고,
가벼운 발자국 소리는 말 위에서 들린다.
구불구불한 길을 5리 가고,
두 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흩어져 떨어진다.
북쪽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지며,
천안은 멀리에서나마 가늠할 수 있다.
해석
"終朝車嶺雨": 차령에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표현으로, 자연의 변화에 집중하는 시작입니다.
"到嶺更紛紛": 산에 가까워지면 비가 더 거세진다는 의미로, 자연의 힘과 그 변화를 강조합니다.
"溼盡林間過": 비가 숲을 완전히 적시고 지나간다는 묘사로, 자연이 숲을 통해 흡수되는 이미지를 그립니다.
"輕多馬上聞": 말 위에서 들리는 발소리라는 표현을 통해, 자연 속에서의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盤回五里磴": 구불구불한 길을 5리(약 2km 정도) 가는 구절로, 길고 험한 여정을 나타냅니다.
"崩洩兩峰雲": 두 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흩어지며 떨어진다는 표현으로, 자연의 웅장함과 변화를 그려냅니다.
"直北微明氣": 북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통해 비가 그친 후의 평화로운 변화를 묘사합니다.
"天安遠可分": 천안(天安)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자연의 변화와 멀리서 느껴지는 고요함을 전달합니다.
이 시에서 차령의 비 오는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섬세하게 그린 신광수의 시는 자연을 경외하며 인간 존재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드러냅니다. 자연의 변화와 그것에 대한 감수성을 강조한 이 시는, 당시 문인들의 자연 친화적이고 심오한 사유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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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嶺見放鷹
鷹氣豪無敵。西南萬嶺懸。側身看落日。乘勢過秋天。不見翻回處。遙憐搏擊前。腐儒疲馬背。吟望意蕭然。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9
이 시는 **신광수**의 **《차령 견방응(車嶺見放鷹)》**입니다. 이 시에서는 차령에서 독수리를 보고 그 모습을 묘사하면서,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인간의 무력함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독수리의 기세를 찬미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의 무기력함과 우울한 정서를 드러냅니다.
차령에서 방생된 독수리 보기
독수리의 기세는 호기 넘쳐서, 그 어떤 적도 없다.
서남쪽의 만 가지 산이 걸려 있는 듯 보인다.
몸을 옆으로 돌려서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세찬 바람을 타고 가을 하늘을 넘어간다.
다시 되돌아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그 독수리가 앞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무능한 유학자는 피로한 말의 등에 앉아,
고독하게 시를 읊고 바라보며 마음은 쓸쓸하고 우울하다.
해석
이 시는 독수리의 자유로운 비행을 통해 인간의 무력함과 허무함을 대조적으로 그려냅니다. 신광수는 독수리의 강하고 자유로운 기세를 찬미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유로움과 기력 부족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독수리는 서남쪽의 만 가지 산을 넘고 하늘을 나는 반면, 유학자는 피로한 말의 등에 올라앉아 고독하게 시를 읊고 있다는 묘사를 통해 인간의 무기력과 슬픔을 드러냅니다.
"鷹氣豪無敵": 독수리의 기세가 호기(雄氣) 넘쳐서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독수리의 자유롭고 강한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西南萬嶺懸": 서남쪽에 수많은 산들이 걸려 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독수리의 비행이 그만큼 웅장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側身看落日": 독수리가 몸을 옆으로 돌려서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는 구절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장면입니다.
"乘勢過秋天": 세찬 바람을 타고 가을 하늘을 넘어간다는 표현으로, 독수리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리며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합니다.
"不見翻回處": 독수리가 되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구절은, 자유롭게 떠난 뒤에는 돌아오지 않는 자연의 순리를 표현합니다.
"遙憐搏擊前": 멀리서 그 독수리가 앞을 향해 싸우는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진다는 구절은, 독수리가 비행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자유롭게 세상과 싸우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腐儒疲馬背": 피로한 유학자가 지친 말에 앉아 있다는 구절은, 지치고 힘없는 인간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나타냅니다.
"吟望意蕭然": 고독하게 시를 읊고 바라보며 마음은 쓸쓸하고 우울하다는 구절에서, 유학자의 고독함과 우울한 정서가 잘 드러납니다.
시의 의미
신광수는 독수리의 자유로운 비행과 그에 비해 지친 유학자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는 장면을 그리며, 자연 속에서의 자유와 인간의 한계를 대비시킵니다. 독수리의 강하고 자유로운 기세는 자유와 기운의 상징으로, 반면 유학자는 무기력하고 피로한 상태로, 사람의 내면적 갈등과 고독을 드러냅니다.
이 시는 자유와 구속 사이의 갈등을 그리며, 자연과 인간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신광수申光洙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성연(聖淵), 호는 석북(石北) 또는 오악산인(五嶽山人). 아버지는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신호(申澔)이며, 어머니는 통덕랑(通德郎) 이휘(李徽)의 딸이다.
집안은 남인으로 초기에는 벼슬길이 막혀 향리에서 시작에 힘썼다. 채제공(蔡濟恭) · 이헌경(李獻慶) · 이동운(李東運) 등과 교유하였다. 그리고 윤두서(尹斗緖)의 딸과 혼인하여 실학파와 유대를 맺었다.
신광수는 39세 때에 진사에 올라 벼슬을 시작하였다. 49세에 영릉참봉(寧陵參奉)이 되고, 53세에 금오랑(金吾郎)으로 제주도에 갔다가 표류하였다. 제주에 40여 일 머무르는 동안에 「탐라록(耽羅錄)」을 지었다. 그 뒤에 선공봉사(繕工奉事) · 돈녕주부(敦寧主簿) · 연천현감(漣川縣監)을 지냈다.
신광수는 1772년 61세 때에 기로과(耆老科)에 장원하여 돈녕부도정(敦寧府都正)이 되었다. 이로부터 조정에서는 문장의 신하를 얻었다고 하였다. 영조는 그를 대단히 대우하여 그가 서울에 거주할 집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집과 노비를 하사하였다. 그 뒤에 우승지 · 영월부사를 역임하였다.
신광수의 시는 그 시대의 현실을 담고 있거나 우리 나라의 신화나 역사를 소재로 하여 민요풍의 한시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한문학사상 의의가 매우 크다. 저서로 『석북집』 16권 8책과 『석북과시집』 1책이 전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