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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천해설사 원문보기 글쓴이: 전민욱
영천아리랑
2003 5. 15
영천의 아리랑
이 소 라 (민족음악연구소 대표)
1. 시작말
1998-1999년간에 북한의 예술교육출판사가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 4권을 출간하였는데 그 제3권에 아리랑 류가 실려 있다. 경상북도 영천과 관련하여 게재된 아리랑은 정희봉 창 긴아리랑과 선우일선 창 영천아리랑 및 윤봉식 창 영천아리랑의 3곡이다.
또한 국내 신나라레코드사가 발행한 CD에도 영천아리랑이 소개되어 있는데 [해외동포 아리랑] 중의 차병걸 창과 [북한아리랑] 중의 김종덕 창이 그것이다.
이러한 북쪽 자료가 알려지기 전에는 ‘영천아리랑’이라는 곡명이 없었다. 필자는 1980년대에 영천군 뿐만 아니라 전국을 읍면별로 그당시 70세이상의 토민을 대상으로 농요를 중심하여 민요 일반을 방문녹음하면서 아리랑을 불러달라고 요청하곤 했는데 영천아리랑이라는 이름이나 후렴구에 ‘영천’이 들어가는 경우를 듣지 못했다.
본고에서는 북쪽 자료를 살핀 후에, 영천의 토민이 부른 아리랑 두편과 비교하고자 한다.
비교의 목적은 북한의 채보자가 ‘영천아리랑’이라고 명명한 곡의 특징을 규명하여 영천토민 가창의 아리랑에 그러한 특징이 나타나는지를 알고자 함이다. 아울러 후자(영천토민)의 아리랑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를 간략히 조명하고자 한다.
2.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의 영천 관련 아리랑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 제3권엔 정희봉 창의 긴아리랑(263쪽), 선우일선 창의 영천아리랑(264쪽), 윤봉식 창의 영천아리랑(265쪽)이 실려있고 후2자는 2000년도에 북한의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펴낸 [조선민요 1000곡집]에다 가창자의 이름을 지우고 ‘경상북도 영천’이라고만 하여 다시 실었는데 윤봉식 창의 채보음정 한곳이 교정되어 있고 윤봉식 창의 가사 제2절 “머루야 다래야 열리지 말아, 산골집 큰애기 발덧이 난다”의 ‘난다’를 ‘나누나’로 고쳐놓았다.
가창자의 출생지나 성장지․나이․성별 등의 이력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 4권을 통틀어서 살펴보면, 정희봉은 강원도 원산(한국전쟁 당시엔 함경남도 원산이었지만, 북한 쪽의 강원도 관할을 넓히기 위해 원산을 강원도로 편입시킨 것으로 보인다)의 밭가는 소리도 가창하였고, 선우일선은 강원도 메나리․황해도 원포귀범․함경도 농부가도 가창하였지만 윤봉식은 영천아리랑 1곡만을 가창하였다. 몇 년전 한국방문공연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온 바 있는 김진명은 황해도 출신이지만 그가 가창한 곡목 옆에 평안남도․평안북도․평양시․강원도․경기도․경상도․충청도 등의 지명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가창자 난의 윗줄에 써 놓은 지명은 노래의 출처지를 나타내려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선우일선은 전문소리꾼일 가능성이 있다.
정희봉 창의 긴아리랑은 강원도어러리 류에 든다. 강원도어러리는 가사를 본문 2행과 후렴 2행으로 나열했을 때에 매행의 끝부분 선율이 유장함과 기음종지 및 미선법 내지 도선법임을 특징으로 한다. 정희봉 창의 후렴구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나 - , 아리 아리 아리 고개로 날넘겨 주소“이다.
선우일선 창의 영천아리랑 선율을 정희봉 창의 긴아리랑 선율 밑에 옮겨 보면 후자의 본문 첫행 끝부분과 후렴 첫행 끝부분을 줄여서 끊고 사소한 선율변화를 주었을 뿐, 선율진행의 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인다. 위의 책에 채보되어 있는 선율은 양자 모두 미솔라도레미‘의 미선법(이른바 메나리토리)을 구성음으로 하며, 3분박3박을 기본단위로 한다. 다만 선우일선 창은 기음의 4도윗음인 라에서 종지함에 비해, 정희봉 창은 기음인 미에서 종지한다. 또한, 전자는 본문 2행(머루야 다래야 더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 난다)과 후렴 2행(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넘겨 주소)이 각각 매행 3분박3박(8분의9박) 4마디씩임에 비해 후자는 본문의 첫행과 후렴의 첫행이 3분박3박 6마디씩이다. 선우일선 창은 후렴의 첫행 선율이 (A)아<(B)스<(C)영과 같이 점점 높아지는데, 정희봉 창의 해당부분도 (A)아<(B)아<(C)아와 같이 점점 높아졌다. 강원도어러리 류는 가창자에 따라 다양하긴 하나, 예를 들어 “(A)아리랑 (B)아리랑 (C)아라리요”에서 (A)아=(B)아<(C)아와 같이 (B)를 높이지 않으며 C의 첫머리가 A,B의 첫음에 비해 높게 가창되고 A는 볼록형의 곡선을 그리는 형이 보다 애절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윤봉식 창의 영천아리랑은 본문 2행과 후렴 2행(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넘겨 주오)의 매행이 각각 8분의5박 4마디 씩으로 채보되어 있으며 구성음은 솔라도레미의 솔선법이다. 기음의 4도윗음인 도에서 종지한다. (A)아<(B)스<(C)영의 선율형을 보유한다. 구성음이 선우일선 창의 영천아리랑과 다르지만 선율형은 대동소이하다.
3. 흑룡강성 차병걸 창과 북한 김종덕 창의 영천아리랑
신나라레코드사의 CD에 들어 있는 [해외동포 아리랑]중의 차병걸 창과 [북한아리랑]중의 김종덕 창엔 모두 “영천아리랑”이라는 곡명이 붙어있다.
차병걸(車炳杰.1925년 평안남도 順川군 신창면 출생. 15세에 요령성 개원으로 이주. 18세에 흑룡강성 이주. 22세에 만주 주둔 일본군이 퍼뜨린 세균에 감염되어 장티푸스를 앓은 뒤 실명함. 중국 흑룡강성 상지시 로가기향 신승촌 거주) 창은 1995년에 녹음된 것이다. 첨부되어 있는 해설과 녹음내용을 보면 신승촌(新勝村)의 영천사람을 통해 ‘어렸을 때 들은 것 같다’고 한 것으로 전한다. 그가 부른 해주아리랑, 정선아리랑, 독립군아리랑과 쪽박아리랑도 같은 CD에 실렸는데 독립군아리랑과 쪽박아리랑은 영천아리랑과 선율상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독립군아리랑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 났네, 독립군 아리랑 불러를 보세”를, 쪽박아리랑은 “아라린가 쓰라린가 한숨인가, 아라리 쪽박차고 넘던 고개”를, 영천아리랑은 “아라린가 쓰라린가 용천인가, 아라리 고개루 날 넘겨 주소”를 후렴구로 가졌다. 위의 해설서엔 ‘용천’ 대신에 ‘영천’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용천’이라 발음하는 고로 필자의 채보에서는 곡목도 “용천아리랑”이라 붙여 보았다. 경상도지방에선 “용천인지 지랄인지”라고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가 부른 정선아리랑은 강원도토민이 부르는 강원도어러리에 비해 애절한 맛이 적다. 차병걸 창의 용천아리랑은 후렴부분만 가창되었는데. (A)아<(B)쓰<(C)용의 선율형을 보유한다. 구성음은 솔(라)도레미의 솔선법이며 기음의 4도윗음인 도에서 종지한다. 요성은 주로 기음에 있으며, 그 4도윗음에 약요(弱한 요성)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8분의10박 4마디로 채보되었으니 8분의5박으로 셈하면 8마디가 되어 후렴 2행의 매행이 8분의5박 4마디씩인 상술 윤봉식 창과 장단이 같다.
김종덕에 대한 인적사항은 알 수 없으나 그의 영천아리랑을 들어보면 전문 성악가인 것으로 보인다. 후렴구는 “아라린가하 쓰라린가하 영천이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오”이다. 솔선법(S1)이며, 4도윗음종지한다. 요성은 기음과 4도윗음에 있으며, 6도윗음인 미에 약요가 나타나기도 한다. 장단은 윤봉식 창과 같다.
4. 북한 영천아리랑의 특징
위의 자료(선우일선․윤봉식․김종덕 창)를 통해서 볼 때, 북한에서 일컫는 영천아리랑은 후렴구가 “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오(또는 주소)”이며, 그 첫행의 선율은 (A)아<(B)스<(C)영과 같이 점점 높아진다. A부분의 ‘아라린’과 B부분의 ‘스라린’은 각기 동음연타선율이다.
선우일선 창은 3분박3박장단(또는 8분의9박. 북한에서는 양산도장단이라 일컫는다)이며 윤봉식 창과 김종덕 창은 5박 엇모리장단의 자진아라리 곡풍이다.
자진아라리 곡풍은 강원도의 양양․강릉․고성지방에서 모심는 소리로도 발견되는데, 본래는 함경도 원산소리라고 말해주는 제보자들이 있었다. 그 후렴부분의 선율형 중엔 학산형과 덜커덩 형이 있다. 전자는 “(A)아리아리 (B)아리아리 (C)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로 넘어간다”의 ABC 첫‘아’가 (A)아>(B)아>(C)아와 같이 점차 낮아지는데 비해 덜커덩 형은 후렴구 "덜커덩 덜커덩 찧는 방아, 언제나 다찧고 밤마실 갈까"의 첫행 선율이 (A)덜<(B)덜<(C)찧과 같이 점점 높아진다. 이렇게 점점 높아지는 선율형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일반아리랑(영화아리랑,서울아리랑)의 후렴구 첫행 선율에서도 나타난다.
선우일선 창은 미선법임에 비해 윤봉식 창과 김종덕 창은 솔선법이다.
이들의 메김구에는 경북 영천에 관련되는 어휘가 없다.
정희봉 창은 선우일선 창의 영천아리랑 선율과 연관되는데도 출처난에 ‘경상북도 영천’이라고만 하고 곡목은 ‘긴아리랑’이라 한 것을 보면, 후렴구에 ‘영천’이 들어가 있는지의 여부와 본문․후렴의 각기 첫행 끝부분의 비(非)유장성(悠長性) 및 4도윗음종지냐가 북한의 채보자가 ‘영천아리랑’이라 이름붙인 아리랑의 공통적인 주요요건이다.
이리하여 북한에서 이름하는 영천아리랑의 특징은 덜커덩 류의 자진아라리 곡풍이며 후렴구가 “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오(또는 주소)”이되, 후렴구의 '영천'어휘가 중요요건이라 여겨진다. 후렴구 첫행의 선율은 (A)아<(B)스<(C)영과 같이 점점 높아지며, 아라린과 스라린은 각각 동음연타선율이고, 기음의 4도윗음에서 종지(즉, 중간음종지)한다.
5. 영천 토민의 아리랑
영천에서 태어나 계속 살아온 영천토민이 가창한 아리랑 중에서 2003년 5월 영천신문사의 최은하 기자가 녹음한 장두표(1932년 자양면 용산리 출생. 남. 댐건설로 인해 1979년도에 임고면 선원1리 이주) 창과 필자가 1989년 7월에 녹음한 최계암(1909.남.신령면 화성리 토민) 창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1).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에 대해 메김선율 셋(<영천읍내><좌우산천><고향은>)과 후렴 2회를 채보하여 보았다.
메김선율은 예를 들면 “(a)영천읍내- (b)물방아는, (c)물을 안고 돌고- / (d)우리집이 (e)저영감으은 (f)나를 안고 돈다 -"에서 (a)끝, (c)끝과 (f)끝을 장인(長引)하는데 다른 가사의 선율에도 동일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노랫말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다양하게 굴곡을 그리지만 그런 중에서도 기본 틀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b)‘물방아는’을 필자와의 전화대담시에는 ‘물레방아는’으로 가창했다. 가창한 총13절중 제4절<고향은>만 눅여 시작하였는데, 제3절 끝에 후렴을 생략하였던 고로 후렴대신에 낮은 음으로 들어간 것이므로 질러냄이 그의 고정선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채보악보 중에서 <영천읍내>와 <좌우산천>을 보면 ‘물방아는’과 ‘고향가기’ 및 ‘영글렀’부분이 5박리듬으로 자진아라리적이다.
메김구로는 제1절<영천읍내>, 제7절(아리랑 고개는 열두고개, 영천에,땀고개는 한고개라)과 제8절(영천에~시장에는사람도 많고, 호부래비 가슴에는 수심도 많다)에 영천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땀고개(또는 땅고개)는 금호읍에 소재하는 고개로 대구 나가는 길목이었으며, 예전에 영천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강도를 많이 만났다고 한다.
후렴구로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의 후렴구에는 아리‘랑’이 나오지 않고 그 대신에 아리‘라리’ 또는 아‘롱아롱’이 등장하는 점이 색다르다.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를 넨겨주소”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만 넨겨주소”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고개 넘어간다“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를 넘어가자”
“아리라리- 아리라리 아라리요,오오 아롱아롱 고개만 넨겨주소”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요,오오 아리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후렴선율을 보면, 2행중 (A)아=(B)아<(C)아인 점은 강원도 어러리에 가까우나, ‘넘어간’부분은 5박리듬을 이루며 중간음 종지적인 면은 자진아라리적이다.
선법은 미선법에 도선법이 잠재되어 있는 형태이다.
장두표는 이를 바로 앞집에 살았던 송끝출(30세정도 년상)로부터 전해 들었다 한다. 송씨는 남의집 고공살이를 했으며 장가도 못가 신세타령조로 곧잘 이 소리를 구성지게 부르곤 했는데, 20세정도 년상인 임생, 14세정도 년상인 서경출도 이런 아리랑을 부를줄 알았다고 장옹은 기억한다.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는 강원도어러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진아라리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으며 후렴구에 아리랑 대신에 아리라리(또는 아롱아롱)가 들어가고 메김구에 영천지명이 나오는 비(非)고정장단의 곡으로, 개성적인 면이 가미된 아리랑이라 할 수 있다.
2). 최계암 창의 아리랑
최계암 창의 받음구(후렴에 해당)는 “아리랑 아리랑 아하라리여허(또는 아라리야), 아리랑 고개를 내(가)넘어간다(또는 날 넨겨주소)”이다. 그 2행중 첫행은 8분의6박 2마디로, 두번째행은 (8분의6박)+(8분의5박)으로 불리웠다.
메김구(본문에 해당)에 “아리랑고개는 단고갠데, 내 넘어가는 고개는 열두고개”가 나온다. 위의 장두표 창에서는 “아리랑고개는 열두고개, 영천에 땀고개는 한고개라”였다. 최계암의 단고개 메김구는 2행중 매행이 (8분의6박)+(8분의5박)으로 가창되었다. 즉, 아리랑고개는 8분의6박, 단고갠데는 8분의5박, 내 넘어가는 고개는 8분의6박, 열두고개는 8분의5박으로 가창되었다. 또한 최계암은 “저건네 저산이 대명산인데헤, 오동지 섣달에 매화꽃이 피네”로도 멕였는데 받음구에서와 같이 2행중 첫행은 8분의6박 2마디로, 두번째행은 (8분의6박)+(8분의5박)이다.
받음구 첫행의 선율은 (A)아=(B)아<(C)아의 모습을 보인다. 받음구 첫행의 ‘아리랑’ 2회는 동음연타선율이다. 구성음이 미라도레미‘인 미선법(M2)이며, 기음에서 종지한다. 요성이 미라미`에 있다.
최계암 창은 장두표의 아리라리에 비하여 자진아라리에 더 근접한 아리랑이다.
3). 후렴의 ‘고개’어휘
지금까지 보아온 정희봉․선우일선․윤봉식․차병걸․김종덕․최계암․장두표 창의 후렴구엔 아리아리아리 고개(정희봉), 아리랑고개(선우일선․윤봉식․김종덕․최계암), 아라리고개(차병걸), 아리라리고개(장두표)라 하여 모두 ‘고개’라는 어휘가 나온다.
그런데 조선총독부가 1912년에 실시하여 기록한 18편의 아리랑 후렴해당 부분엔 ‘고개’어휘가 없다.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가 아니라 ‘아르렁 얼시고 아라리요’라 하여 고개 대신에 ‘얼시고’가 많다.
후렴의 ‘고개’는 1921년도의 [조선 신구잡가(新舊雜歌)]와 1926년도의 나운규의 영화아리랑 주제곡에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리랑 곡의 본래의 받음구(후렴에 해당)는 아마도 ‘고개’가 아니라 ‘얼시고’류였을 가능성을 비춘다.
황현(1855-1910)의 [매천야록]에 의하면 1894년 정월에 고종이 광화문 쓰러지는 꿈을 꾸시고는 2월에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어 곧 동궁을 개수하면서 밤마다 광대들을 불러들였는데 이때 아리낭타령(阿里娘打令)이라는 새롭고 아름다운 곡(新聲艶曲)이 나와 원임대신 민영주가 광대들을 인솔하여 아리낭만 전담하고 그 우열을 평가해서 상방의 금은으로 상을 주었다고 전한다. 1894년도의 이러한 궁중주최 아리랑의 경창대회 비슷한 것과 그후 1926년도의 영화아리랑으로 아리랑 붐이 크게 일어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리하여 필자는 1920년 전후해서 ‘고개’라는 어휘가 후렴구에 들어가 영화아리랑의 붐을 타고 널리 애창되어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6. 영천토민의 아리랑과 북한의 이른바 ‘영천아리랑’
북한에서 이름하는 영천아리랑의 특징은 덜커덩 류의 자진아라리 곡풍이며 후렴구가 “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오(또는 주소)”이다. 후렴구 첫행의 선율은 (A)아<(B)스<(C)영과 같이 점점 높아지며, 아라린과 스라린은 각각 동음연타선율이고, 기음의 4도윗음에서 종지(즉, 중간음종지)한다. 선우일선 창은 미선법, 김종덕 창은 솔선법이다. 본문가사엔 ‘영천’이라 이름할 하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지 후렴구에 나오는 ‘영천’이라는 어휘에 따라 ‘영천아리랑’이라 명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영천토민인 장두표나 최계암 창의 후렴구엔 ‘영천’어휘가 없으므로 북한의 이른바 ‘영천아리랑’은 아니다.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는 강원도어러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진아라리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으며 후렴구에 아리랑 대신에 아리라리(또는 아롱아롱)가 들어가고 메김구에 영천지명이 나오는 비(非)고정장단의 곡으로, 개성적인 면이 가미된 아리랑인데 비해 최계암 창은 보다 자진아라리에 근접한 아리랑이며 개성이 적다.
7. 맺는말
이른바 영천아리랑은 영천지방에서 창출되거나 전해오던 것이 아니고 북한주민 중에서 덜커덩 류의 자진아라리 곡풍에 얹어 후렴구를 개작하여 부른 것을 북한의 채보자가 후렴구의 ‘영천’을 따, 곡명으로 선택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강원도어러리는 강원도 민중의 바탕선율이며 함경도 원산이 출처라고 회자되는 자진아라리와 함께 가장 오래된 아리랑 류에 속한다. 해주아리랑․진도아리랑․밀양아리랑․이른바 본조아리랑 ... 등등은 모두 19세말 이후의 아리랑 붐을 타고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1912년 이전의 아리랑 후렴구엔 ‘고개’라는 어휘가 없었고 후렴 2행중 후반은 ‘아리랑 얼시고 아라리야’와 같이 고개 대신에 ‘얼시고’ 류가 들어가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영천토민인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는 고향마을인 자양면 용산리에 거주했던 송끝출로부터 전수된 것이라 하는데, 강원도어러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진아라리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으며 본문(메김구에 해당)과 후렴구(받음구에 해당)에 개성적인 면이 가미되어 있다. 개성적인 면이 송끝출에게서 시작되었다면 장두표까지 2대를 영천지방에 전해오는 셈이다.
필자는 당대에 민중속에 유행하는 노래가 ‘민요’라는 칭호를 얻으려면 적어도 3세대를 전해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두표 창의 아리라리 형을 앞으로 영천의 개성있는 아리랑으로 정착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영천시민의 생각과 취향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