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화진포 석호
연안 사주에 갇힌 자연호
고성 화진포 석호의 2차원 위성영상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서 통일전망대 방향으로 해안국도인 7번 국도를 타고 10㎞쯤 가면 남한 최북단의 해수욕장인 화진포가 나타난다. 해수욕장 배후에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인 화진포호가 해수욕장과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뽐내고 있다. 화진포호는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지역이어서 오랫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었다. 이로 인해 자연생태의 호수생태계가 잘 보존되었으며, 호저퇴적물도 인위적 영향을 거의 받은 적이 없는 자연석호이다.
화진포호의 자연환경
화진포호는 서로 연결된 2개의 호수(내호, 외호)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수의 총면적은 2.37㎢, 둘레 16㎞, 최대 수심은 내호 중심에서 3.7m이다. 화진포의 내호는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수로로 외호와 연결되어 있고 외호는 동해와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와 연결되는 통로는 평상시는 닫혀 있지만 장마 또는 폭풍에 의해 바다와 일시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주변 지역의 기반암은 경기편마암복합체와 이를 관입한 쥬라기 대보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석호로 유입되는 하천은 평천과 월안천으로 내호의 서쪽 산지에서 발원한다. 화진포호의 기존 퇴적물 입도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내호의 평균입도는 7.6ø, 외호의 평균입도는 5.7ø, 사주의 평균입도는 1.7ø으로 퇴적물의 근원암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퇴적분지의 지역적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화진포호가 사주의 발달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후빙기 이후 형성된 사주는 지속적인 변화에 의해 성장되기보다는 폭풍 및 해일과 같은 돌발적인 영향으로 사주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화진포호는 2개(내호, 외호)가 연결된 상태이다. 내호와 외호는 좁은 수로로 연결되어
있다. 연어, 숭어, 도미 등 서식어가 많아 낚시터로 유명하며, 겨울에는 백조가 찾아든다.
외호와 동해의 좁은 연결통로화진포호는 연안류의 작용으로
형성되는 사주가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된 호수이다.
육화될 운명을 가진 자연호
화진포호는 후빙기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에 침수현상이 일어남으로써 발달하였다. 석호는 신생대 제4기를 대표하는 지형 가운데 하나로, 약 1만 8,000년 전부터 최종빙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여 약 6,000년 전 현재의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이때 해안이 침수되는 과정에서 산지 말단부의 골짜기 깊은 곳까지 해수가 침투하여 좁은 만을 형성한다. 이후 배후산지에서 하천으로 공급된 모래 퇴적물이 연안 조류와 파랑 작용으로 사주를 형성하고, 이후 사주가 성장하여 만의 입구를 가로 막아 바다와 격리된 석호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7번국도(화진포 아산휴게소 부근)에서 바라본 화진포호수는 외호의 일부이며, 해안에는
바다와 연결된 강문이 보인다. 외호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살아 있는 석호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석호는 하천에서 공급되는 토사가 퇴적되어 호수 내부가 천천히 채워지면서 늪지나 충적지로 변하여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석호는 동해안의 해안선을 단조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화진포호는 유입되는 하천의 집수역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동해안의 이미 매몰된 다른 석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퇴적속도를 보이고 있다. 대략 1년에 평균 1.64㎜ 정도 퇴적되고 있다. 석호는 한반도의 형성과 제4기 자연환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해안퇴적지형이다. 즉, 석호의 퇴적물과 진화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석호가 형성될 당시의 해수면 변화와 같은 해양환경과 기후변동 등 고환경을 복원하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본 석호와 사빈북쪽 석호의 바깥쪽에 사빈이 발달하고 있어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독특한 자연생태계
석호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까닭에 담수생물과 해수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생태계가 나타난다. 특히, 해일과 강한 파도로 바닷물이 호수로 들어오는 갯터짐 현상이 종종 발생하여 담수와 해수 사이의 유기물을 주기적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이를 통하여 플랑크톤이 풍부해져 호수 전체의 생산력이 왕성해지고 안정된 먹이사슬이 유지된다. 최근 동해안의 석호들은 자연적 요인보다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한 무분별한 대규모 관광지 개발 사업 등으로 호수 수질악화 및 매적이 나타나고 있다. 화진포호는 비무장지대와 인접하여 오랫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호수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곳 역시 대규모 관광 개발 사업이 계획되어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한 곳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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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위성에서 본 한국의 지형)
2024-12-09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