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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46화 ― 「비 오는 날의 빈 유모차」
금요일 저녁 여섯 시 십 분.
은솔시에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저녁이 되자 폭우로 변했다.
성당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성전 안까지 크게 들렸다.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는 저녁미사를 준비하며 제의방 창문을 닫았다.
쏴아아―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성당 마당에는 벌써 작은 물웅덩이가 여러 개 생겨 있었다.
박복례 마리아가 제의방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신부님.”
“예.”
“미사 끝나면 바로 사제관으로 오세요.”
“왜요?”
“비 많이 오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성당하고 사제관 사이가 몇십 미터밖에 안 됩니다.”
“몇십 미터에서도 사람이 감기 들어요.”
“알겠습니다.”
박복례가 못 믿겠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정말요?”
“예.”
“어디 이상한 데 보지 말고.”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뭘 봅니까?”
“신부님은 뭔가 이상한 걸 보면 꼭 따라가잖아요.”
“제가 언제요?”
박복례가 한숨을 쉬었다.
“그걸 말하려면 미사 늦어요.”
김맑음 신부가 웃으며 제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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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미사는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폭우 때문이었다.
김맑음 신부는 제대 앞에서 차분하게 미사를 집전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빗소리가 성전 지붕을 두드렸다.
복음을 읽은 뒤 김맑음 신부는 짧게 강론했다.
“사람은 두려움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교우들이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에게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먼저 비를 피할 곳을 내어주고,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미사가 끝났다.
교우들이 우산을 펴며 하나둘 성당 밖으로 나갔다.
김맑음 신부도 제의를 정리하고 사제관으로 가려 했다.
그때—
성당 현관 밖에서 오미자 안나 사목회장의 비명이 들렸다.
“신부님!”
박복례가 눈을 감았다.
“봐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뭘요?”
“제가 이상한 거 보지 말랬잖아요.”
“제가 아직 아무것도 안 봤습니다.”
“이제 보러 가실 거잖아요.”
김맑음 신부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현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성당 정문 앞.
빗물이 계단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미자가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녀 앞에는—
유모차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유모차.
천은 흠뻑 젖어 있었다.
빗물이 손잡이를 타고 떨어졌다.
김맑음 신부가 다가갔다.
“누구 유모차입니까?”
오미자가 얼굴이 굳은 채 대답했다.
“몰라요.”
“아기는요?”
“없어요.”
김맑음 신부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담요 하나.
젖은 손수건.
작은 우유병.
그리고—
아기 신발 한 짝.
연한 노란색 신발이었다.
김맑음 신부가 몸을 숙였다.
유모차 안전벨트는 풀려 있었다.
빗물이 안쪽까지 들어가 담요가 축축했다.
한서윤 세실리아 기자가 우산을 들고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오미자가 말했다.
“아기가 사라졌어요.”
김맑음 신부가 즉시 말했다.
“아직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유모차는 있는데 아기가 없잖아요.”
“유모차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오미자가 입을 다물었다.
김맑음 신부는 다시 신발을 바라봤다.
아주 작은 신발.
한 짝뿐이었다.
---
십 분 뒤.
경찰차가 성당 마당으로 들어왔다.
이도현 형사가 우산을 접으며 뛰어왔다.
“신부님.”
“예.”
주변에 사람이 많아 두 사람은 존댓말을 썼다.
“이번에는 뭡니까?”
오미자가 먼저 대답했다.
“아기가 사라졌어요.”
이도현이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유모차가 발견됐습니다.”
“아기는?”
“없습니다.”
“신고자는요?”
“오 회장님입니다.”
이도현이 유모차를 살폈다.
“발견 시간은?”
“미사 끝나고 바로요. 여섯 시 오십 분쯤.”
“그 전에는 없었습니까?”
장태식 요셉 관리장이 말했다.
“미사 시작 전에는 없었습니다.”
“확실합니까?”
“정문을 제가 닫으면서 확인했습니다.”
이도현은 즉시 경찰관들에게 주변 수색을 지시했다.
성당 담장.
주차장.
화단.
인근 골목.
배수로.
도로.
혹시라도 아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김맑음 신부는 유모차 가까이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살폈다.
바퀴.
손잡이.
담요.
신발.
그리고 바닥.
빗속에서도 이상한 흔적 하나가 보였다.
유모차 오른쪽 바퀴에—
붉은 진흙이 묻어 있었다.
성당 마당의 흙은 검은빛이었다.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이도현이 바로 말했다.
“뭘 봤습니까?”
“바퀴요.”
“왜요?”
“흙 색깔이 다릅니다.”
이도현이 몸을 숙였다.
“그러네.”
“이 유모차는 성당 바로 근처에서 온 게 아닙니다.”
“어디서 온 건데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
성당 CCTV를 확인했다.
오후 여섯 시 삼십칠 분.
비가 거세게 내렸다.
성당 정문 앞 도로에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여자였다.
긴 우비.
얼굴은 우산에 가려졌다.
그녀는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잠시 성당 앞에 멈췄다.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유모차에서 무언가를 안아 들었다.
한서윤이 화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기예요.”
여자의 품에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성당 옆 골목으로 뛰었다.
유모차는 그대로 남았다.
오미자가 말했다.
“그럼 납치는 아니네요?”
이도현이 대답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아이를 데려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엄마일까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그건 확인해야 합니다.”
김하늘 안젤라가 영상을 확대했다.
“신부님.”
“왜?”
“여기 보세요.”
여자가 아기를 안기 직전—
계속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누군가를 경계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유모차를 버리고 골목으로 뛰어갈 때도—
성당이 아니라 도로 건너편을 확인했다.
이도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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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안에서 휴대전화나 신분증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천가방 하나가 있었다.
기저귀 두 장.
분유통.
아기 물티슈.
그리고 약 봉투.
약국 이름은—
**은솔약국.**
아기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도윤. 생후 8개월.**
이도현은 바로 약국에 확인했다.
처방전을 통해 보호자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지현, 29세.**
주소는 은솔시 북쪽 새롬아파트.
경찰이 주소지로 출동했다.
김맑음 신부는 가지 않았다.
대신 성당에 남았다.
박복례가 수건으로 그의 어깨를 닦아주며 말했다.
“신부님도 참.”
“왜요?”
“비 맞고 다니지 말랬잖아요.”
“많이는 안 맞았습니다.”
“머리 젖었어요.”
“조금입니다.”
“조금 젖은 것도 젖은 거예요.”
김맑음 신부는 얌전히 수건을 받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도현이었다.
“맑음아.”
둘뿐이라 말투가 편해졌다.
“응.”
“집 안이 엉망이야.”
김맑음 신부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뜻이야?”
“깨진 그릇, 넘어간 의자.”
잠시 침묵.
“그리고 벽에 피가 조금 묻어 있어.”
“지현 씨는?”
“없어.”
“남편은?”
“찾는 중이야.”
---
이지현의 남편은 박성호.
서른세 살.
자동차 부품회사 직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 달째 무단결근 중이었다.
경찰 기록을 확인하자—
가정폭력 신고가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이지현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사건이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
한서윤이 조용히 말했다.
“남편을 피해 나온 걸까요?”
김맑음 신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도현이 성당으로 돌아왔다.
그가 김맑음 신부를 한쪽으로 불렀다.
“지현 씨가 어제 성당 근처 편의점에서 현금을 뽑았어.”
“얼마나?”
“십오만 원.”
“카드는?”
“그 뒤 사용 기록 없어.”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나왔어.”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추적을 피하려고 일부러 두고 나온 걸 수도 있겠네.”
“나도 그렇게 봐.”
“남편은?”
“차를 몰고 돌아다닌 기록이 있어.”
“어디?”
“성당 주변에도 왔어.”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들었다.
“언제?”
“유모차가 놓이기 약 십 분 전.”
---
이도현은 주변 차량 CCTV를 추가로 확인했다.
검은 승용차 한 대.
성당에서 200미터 떨어진 도로.
박성호의 차량이었다.
오후 여섯 시 이십팔 분.
차량이 멈췄다.
육 분 뒤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이지현은 여섯 시 삼십칠 분에 성당 앞으로 나타났다.
한서윤이 말했다.
“남편이 먼저 성당 주변을 뒤지고 있었던 거네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미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아기 데리고 도망치고 있는 거잖아요.”
이도현이 말했다.
“그래서 빨리 찾아야 합니다.”
“남편보다 먼저.”
김맑음 신부의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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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는 유모차에 남겨진 아기 신발을 다시 바라보았다.
연한 노란색.
밑창에는 아주 작은 먼지가 붙어 있었다.
빗물이 많이 닿지 않은 안쪽에—
회색 가루.
그는 이도현에게 말했다.
“이 신발, 아이가 오늘 신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왜?”
“밑창이 마른 부분이 있어.”
“유모차 안에 있었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크기가 조금 커 보여.”
박복례가 신발을 바라봤다.
“여덟 달 아기한테는 조금 큰 것 같기는 하네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가방에 왜 신발 한 짝만 있었을까요?”
이도현이 말했다.
“잃어버렸겠지.”
김맑음 신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너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어.”
유모차 중앙.
담요 위.
마치 일부러 보이도록 놓은 것처럼.
“지현 씨가 남긴 신호일 수도 있어.”
이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
박복례가 갑자기 말했다.
“노란 신발.”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봤다.
“뭐 생각나세요?”
“새롬아파트 근처에 아기용품 가게가 하나 있어요.”
“신발을 거기서 샀다는 겁니까?”
“아니요.”
박복례가 머리를 저었다.
“그 가게 앞에 큰 노란 신발 간판이 있어요.”
한서윤이 바로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노란신발 아기용품점.**
새롬아파트에서 남쪽으로 약 1킬로미터.
그런데—
가게는 반년 전에 폐업했다.
건물 뒤편은 오래된 주택가였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지현 씨가 아는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이도현은 즉시 경찰을 보냈다.
그러나 사람은 없었다.
대신 건물 뒤 골목에서—
젖은 아기 담요 한 장이 발견됐다.
그리고 벽 아래 작은 종이봉투.
안에는 현금 오만 원.
누군가 급하게 떨어뜨린 듯했다.
이도현이 전화로 말했다.
“맑음아, 이동한 것 같다.”
“어느 방향으로?”
“뒤쪽이 버스터미널로 이어져.”
김맑음 신부가 생각했다.
“버스를 타려 했다면 휴대전화도 카드도 없는 게 설명돼.”
“그런데 터미널 CCTV에는 없어.”
“비를 피할 곳이 필요했을 거야.”
“어디?”
김맑음 신부가 창밖을 바라봤다.
폭우.
아기.
젊은 엄마.
돈은 많지 않다.
호텔이나 모텔로 가면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다.
버스터미널은 CCTV가 많다.
그리고 남편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 순간—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도현아.”
“응.”
“성당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에 밤에도 문이 열려 있고, 돈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곳.”
“어딘데?”
“병원.”
---
은솔시립병원 응급실.
경찰이 확인했다.
한 시간 전—
젊은 여성이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
아기가 비를 많이 맞아 열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접수 도중 갑자기 사라졌다.
한 간호사가 기억하고 있었다.
“계속 창밖을 봤어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아니요.”
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하는 사람처럼요.”
여성은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간호사가 아기 체온을 재는 동안—
주차장으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여자는 그 차를 보는 순간 아기를 안고 병원 뒤편으로 도망쳤다.
박성호였다.
---
경찰은 즉시 남편을 추적했다.
김맑음 신부도 병원까지 왔다.
이도현이 그를 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왜 왔어?”
“병자성사 때문에 왔다고 하면 믿겠어?”
“안 믿어.”
“그럼 그냥 걱정돼서 왔다.”
이도현이 한숨을 쉬었다.
“차에 있어.”
“알았어.”
김맑음 신부는 이번에는 정말 경찰의 지시를 따랐다.
그러나 잠시 뒤—
병원 경비원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형사님!”
“무슨 일입니까?”
“뒤쪽 폐세탁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답니다.”
모두가 뛰었다.
---
병원 뒤편.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세탁동.
낡은 철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아앙—”
이도현이 경찰관들과 안으로 들어갔다.
김맑음 신부는 문밖에 섰다.
잠시 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지 마세요!”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괜찮습니다!”
이도현이 말했다.
“경찰입니다!”
“남편이 보냈죠?”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이지현 씨.”
안이 조용해졌다.
“저는 은솔경찰서 이도현 형사입니다.”
“…….”
“남편분과 떨어뜨려드리겠습니다.”
“못 믿어요.”
“남편분은 지금 경찰이 찾고 있습니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렸다.
그때 김맑음 신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지현 자매님.”
안쪽이 다시 조용해졌다.
“저는 은솔성당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입니다.”
잠시 후—
아주 작은 목소리.
“신부님……?”
“네.”
“유모차…… 보셨어요?”
“봤습니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죄송해요.”
“왜 죄송합니까?”
“성당 앞에 버려두고…….”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잠시 침묵.
“아기가 춥습니다.”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남편이 오면요?”
“경찰이 막을 겁니다.”
“또 데려가면요?”
김맑음 신부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이번에는 혼자 막지 않으셔도 됩니다.”
철문 안이 조용했다.
그리고—
끼익.
문이 조금씩 열렸다.
---
이지현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 얼굴에 붙어 있었다.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팔목에는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기 도윤은 울다 지쳐 어머니 품에서 떨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자신의 겉옷을 벗어 아이와 어머니에게 둘러주었다.
“먼저 들어가시죠.”
이지현이 울면서 말했다.
“저 잡혀가는 거 아니죠?”
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아이 뺏기는 것도요?”
“현재로서는 그럴 이유 없습니다.”
이지현의 다리가 풀렸다.
경찰관이 그녀를 부축했다.
---
응급실에서 아기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약간의 저체온과 감기 증상.
이지현도 팔과 얼굴에 타박상이 있었지만 치료가 가능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의 폭력은 결혼 후 조금씩 심해졌다.
처음에는 물건을 던졌다.
다음에는 욕을 했다.
그리고 손찌검이 시작됐다.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줄 알았다.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며칠 전—
남편이 술에 취해 아기 침대를 걷어찼다.
아기는 다치지 않았지만—
이지현은 그날 결심했다.
도망가야 했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지현이 고개를 숙였다.
“전에 두 번 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다음 날 미안하다고 했어요.”
“…….”
“다시는 안 그런다고.”
이지현이 울었다.
“저도 믿고 싶었어요.”
김맑음 신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오늘은 왜 유모차를 성당 앞에 놓으셨습니까?”
이지현이 말했다.
“남편 차를 봤어요.”
남편은 그녀가 유모차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당 앞에 유모차를 버렸다.
남편이 CCTV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더라도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 수 없도록.
아기를 안고 반대 골목으로 뛰었다.
“신발은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이지현의 눈이 커졌다.
“그걸 보셨어요?”
“네.”
“그건 일부러 놓은 거예요.”
“왜요?”
“엄마한테 보내는 신호였어요.”
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
이지현의 친정어머니는 두 해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생전에 딸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남편 문제를 처음 알았던 어머니가 말했다.
‘정 못 견디겠으면 노란 신발만 들고 나와. 엄마가 알아볼게.’
어머니가 사준 아기 신발이었다.
아이를 가지기도 전—
언젠가 태어날 손주에게 주겠다며 산 작은 신발.
“엄마는 없는데…….”
이지현이 흐느꼈다.
“그냥 그 신발을 놓고 싶었어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물었다.
“누가 알아봐주기를 바라셨습니까?”
이지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만 흘렀다.
---
그날 밤.
박성호는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몰던 차량 트렁크에서는 술병과 부서진 휴대전화, 그리고 아내의 가방이 발견됐다.
이지현이 집을 나갈 때 가방을 빼앗으려다 몸싸움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접근금지와 긴급 보호조치를 진행했다.
이지현과 아이의 위치는 남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은솔성당에서는 여성 보호기관과 연계해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다음 날 오전.
김맑음 신부는 보호시설 앞까지 모자를 데려다주었다.
이지현이 물었다.
“신부님.”
“네.”
“제가 잘한 걸까요?”
“무엇을요?”
“도망친 거요.”
김맑음 신부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도망친 게 아니라 아이와 자신을 지킨 겁니다.”
이지현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저는 제가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참는다고 모든 것이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특히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행동을 견디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지현은 품에 안긴 도윤을 내려다봤다.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늘부터 전부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럼요?”
“오늘 하루만 생각하십시오.”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오늘은 아이 밥 먹이고, 자매님도 식사하시고, 조금 주무십시오.”
“내일은요?”
“내일이 오면 내일 생각하죠.”
이지현이 아주 조금 웃었다.
---
며칠 뒤.
은솔성당 사무실.
이도현이 찾아왔다.
“지현 씨랑 아이는 안전해.”
둘뿐이라 편하게 말했다.
“다행이다.”
“접근금지 조치도 나왔고.”
“응.”
“근데 말이야.”
“왜?”
“이번에는 꽤 잘했어.”
김맑음 신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경찰 수사에 안 끼어들었잖아.”
“내가 언제 수사했는데?”
“그걸 내가 하나씩 설명해야 하냐?”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때 박복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노란 아기 신발 한 켤레가 있었다.
“신부님.”
“이게 뭡니까?”
“지현 씨가 보내왔어요.”
다른 한 짝이었다.
성당 앞 유모차에서 발견된 신발과 한 켤레였다.
작은 쪽지도 함께 있었다.
**신부님.**
**그날 한 짝은 제가 두고 갔지만, 이제는 두 짝을 함께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도윤이 조금 더 크면 신겨주려고요.**
**도망칠 때 버리는 신발이 아니라 걸어갈 때 신는 신발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한동안 쪽지를 바라봤다.
---
주일미사.
강론 마지막에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왜 더 일찍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성당 안이 조용했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청하는 일조차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는 교우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러니 누군가 어렵게 문을 두드렸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일 것입니다.”
김맑음 신부가 잠시 멈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리고—”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미사가 끝났다.
성당 밖에는 며칠 동안 이어지던 비가 그쳐 있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왔다.
김맑음 신부가 현관에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오미자가 옆에 와서 말했다.
“신부님.”
“예.”
“비 그쳤네요.”
“그러네요.”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죠?”
김맑음 신부가 성당 계단 아래를 바라봤다.
“예.”
오미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
김하늘이 성당 안에서 뛰어나왔다.
“신부님!”
오미자가 눈을 감았다.
“또 왜.”
하늘의 손에는 낡고 두꺼운 성경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이거 좀 보세요.”
“무슨 일인데?”
하늘이 책을 펼쳤다.
누군가 오래된 성경책 여러 페이지에—
연필로 글씨를 써놓았다.
한 페이지에는 숫자.
다른 페이지에는 도로 이름.
또 다른 곳에는 방향을 뜻하는 화살표.
김맑음 신부의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안경을 고쳐 썼다.
이도현이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맑음아.”
“응?”
“그 안경 다시 내려놔.”
“안경을 어떻게 내려놔?”
“그 표정 하지 말라고.”
김맑음 신부가 성경책을 바라보았다.
낙서들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데 이어놓으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주소 같은데.”
오미자가 다시 눈을 반짝였다.
“사건이에요?”
최병철이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니까 바로 시작이군요.”
김맑음 신부는 성경책을 천천히 덮었다.
그리고 말했다.
“일단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성당 마당 끝에서 햇빛을 머금은 빗물이 반짝였다.
빈 유모차의 주인은 안전한 곳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백 년 된 성경책이 새로운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 제46화 끝 ―**
### **제47화 ― 「백 년 된 성경책의 낙서」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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