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존대 말 쓰는 부부
몇 달 전인가 용두팔 산악회에서 포천에 있는 왕방산에서 시산제를 지낸다고 하기에 참석한 바 있다.
그때 강석용 동문의 부인께서 준비를 하시느라 여러 가지로 수고를 많이 하셔서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성연욱 총무가 몇 차례 이야기 하여 알 수 있었는데 석용
이는 부부간에 서로 꼭 존대말을 쓴다는 것이다. 성 총무 자신은 내외간에 싸울 일이나 있으면 그때 가서
야 존대말을 쓴다고 하며 매우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요즈음 대부분 부부간에 무람하다 하여 서로 반말을
쓰는 것이 보통이고 보면 분명 특이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대갓집에서 부부간에도 서로
존대를 하였고, 남편의 지위와 걸맞게 여자들에게도 정경부인이니, 숙부인이니 하여 부르게 하는 외명부
라는 게 있었다.
나도 실상 결혼 전에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 존대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정작 결혼하게 되니까
그게 반 정도밖에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정말 석용이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장여빈(相莊如賓)이라는 말이 있다. 상경여빈(相敬如賓), 또는 상대여빈(相待如賓)라고 하는데 부부간에
서로 존경하기를 마치 손님과 같이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운 부부이니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로 간에 말하나 쓰는 데 있어서도 서로 존경할 수 있다면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
이 된다. 실지로 부인은 아무렇게 대해도 좋을 그런 존재가 아니다. 나와 가장 지근거리에서 평생을 같이 할 동
반자요, 내 부모를 섬기는 데도 나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거니와 아이들에게는 없어서 안 될 훌륭한
어머니이다. 이들이 가리킨 자식들이 건전한 사회에 초석이 되고 있음은 다시 따져 볼 것도 없음에랴. 아내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 절대로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연욱 총무께서 또 말씀하시지 않던가. 마누라 말 들어 해로
운 것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