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이야기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다 아시다시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중 대나무를 노래한 일부분이다.
대나무는 일반적으로 외떡잎식물 벼과의 상록성 나무로 정의한다.
하지만 외떡잎식물 중에는 나무가 없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은 풀이라고 한다.
그러나 줄기를 이루는 목질이 리그닌으로 되어있어 나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이렇듯 대나무는 나무와 풀의 중간지점에서
많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특이한 식물이다.
그래서 초본, 목본 외에 죽본도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대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다.
필리핀에서는 대나무를 ‘뱀부(bampoo)’ 라고 부른다.
속이 비어있는 대나무가 불에 탈 때 터지는 소리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세 종류의 대나무가 있다.
큰 키와 굵은 몸통을 자랑하는 왕대류,
흔히 시누대라 하는 키 5m 안팎의 이대류,
작은 키로 덤불을 이루며 자라는 조릿대류가 그것이다.
대나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속이 비어 있다.
일반적으로 가지 끝에 생장점이 있는 나무들과는 다르게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다.
그래서 키가 빨리 자라 생존경쟁에서 유리하다.
두 번째는 일 년 내내 푸르다.
넓은 잎과 큰 키를 가지고 있으면서 푸른 잎을 달고 있기는 쉽지 않다.
한겨울에도 푸른 잎과 푸른 줄기를 고집하는 강단 있는 나무이다.
세 번째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대나무는 겨울철에도 광합성을 할 정도로 억척스럽지만,
꽃도 피우지 않고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는다.
그러면 봄이나 여름에 만든 양분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인데
왜 굳이 겨울 추위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푸른 잎을 달고 있으며 광합성을 하는 것일까?
대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60년 혹은, 100년이 지나서라도 언젠가는 꽃을 피운다.
어차피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도 아닌데 왜 대나무는 꽃을 피울까?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제한된 지역에서 과밀하게 자라다보면
토양의 양분이 부족해 그 일대의 대나무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꽃을 피워 종자를 만드는 게 아닐까 짐작할 따름...
그런데 꽃이 피면 왜 대나무는 죽을까?
잎이 나야 할 자리에 꽃이 피어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양분을 축적하지 못해 이듬해 죽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네 번째는 모여 산다.
대나무의 생존방식은 모여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병해충에 대한 위험도나
밀식에 대한 스트레스, 빛에 대한 경쟁에서 불리하므로
식물들은 자신들의 자손을 최대한 멀리 보내려 한다.
물론 새로운 영토 확장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대나무는 병충해나 빛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왜 모여서 사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나무들은 해마다 씨앗을 만들어 낸다.
이런 나무들에 비해 대나무의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억척같이 만든 양분을 뿌리줄기로 보내
땅속 왕국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즉 대나무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땅속줄기인 지하경은
양분을 자기 둥치를 키우는데 쓰지 않고 후대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다.
얼키설키 얽혀있는 뿌리는 다른 식물이 들어오더라도 양분을 허락하지 않고,
견디기 힘든 빽빽한 숲은 다른 식물에게 한 치의 빛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죽은 후에도
후손들이 더욱 쉽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대나무는 죽순, 죽염, 낚싯대, 광주리, 죽부인 등
우리의 의식주 어느 곳에서나 스며들어있을 뿐 아니라
“대쪽같다.” 표현만 보더라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 숲해설가 이창수님의 자료 일부 인용 =
조릿대꽃
조릿대꽃은 5~6년 마다 핀다고 하나 일정하지 않다.
이 조릿대도 꽃이 피고나면 지상부는 죽고 만다.
땅속 줄기와 뿌리를 통칭하여 '지하경(地下莖)' 이라 한다.
이 단단하고 얽히고 설킨 지하경때문에 태풍에도, 지진에도 끄덕없다.
구갑죽(龜甲竹)
맹종죽(왕대의 일종)의 변종으로
줄기의 기부에 마디가 비스듬하게 서로 붙어 거북이 등가죽처럼 생겨
공예품으로 많이 이용한다.
첫댓글 엊그제 얼키고 설킨 대나무 지하경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것이
대나무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ㅎ
대나무 나름의 생존 전략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덕분에 저도 대나무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잘 정리된 자료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넘어 지지 않아 다행이그요~
넘어지길 잘해요...허당
트라우마가 있어 넘어지더라도 얼른 입을 막고~ ㅋ
유익한 자료 감사합니다,
근디 지하경은 몇미터 정도뻤어 나아갈까요?
3백평당 총 연장이 6km정도 된다고 합니다.
근데 전 얼른 머릿 속으로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ㅋ
@꽃숨(최경희) 어마어마합니다, 상상이 않됩니다, 감사합니다^^
우와...이리 긴 길을 제가 정독을 했습니다. ㅎㅎ
너무 가까이 있기에 우습게 알았던 대나무의 생존전략이 기가막힐정도군요
대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도 처음 듣는 소리고..ㅎㅎ
암튼 또 한가지 유익하게 배움니다.
긴 글 정독하느라 고생하셨네요~ ㅋ
땅속 줄기와 뿌리를 통칭!!
지하경!!
확실히 배웁니다!!
확실히 배워 나도 먹고 남도 주고...ㅎ
좋은 자료 감사 합니다.
좋은 자료입니다.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지만 요즘많이 배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