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탁구관련 용품시장도 상당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동력은 아무래도 공의 재질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ABS볼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현재 탁구라는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동호인들은 어쩌면 나중에 많은 추억거리를 남길만한 격동의 시류 한가운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두에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지금까지 피드백이 된 ABS볼의 성질, "회전이 약해지고 템포가 느려지는" 특성 때문에 용품의 선택 자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셀볼시대에서 폴리볼시대로 넘어오면서부터 순수 5겹합판은 확실히 입지가 약해진 듯 합니다. ABS볼들의 특성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아무래도 좀 더 힘있는 블레이드가 선호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각 브랜드의 신제품들을 살펴봐도 "다양한 특수소재를 사용하되 합판의 감각을 살려내는" 것이 현재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고 대표적으로 이너구조의 특수소재 제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ABS시대에는 5겹합판의 점유율은 더욱 낮아지고 상기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7겹합판과 특수소재 제품들이 더욱더 큰 사랑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특수소재가 개발이 되고 합판의 특성을 카피해내는 소재구성법이 나온다한들 결국 "합판의 감각은 합판에서"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감각과 스피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7겹합판의 시대가 당분간은 유지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DHS의 제품들은 특유의 얇은 그립때문에 저와는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으나 허리케인롱 시리즈나 많은 해프닝을 유발하고 있는 연구소 특주시리즈가 동호인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연한 기회에 허롱2,5를 동시에 영입해보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클리퍼우드가 기준을 잡고 낯설은 허롱2를 메인 테스트 모델로 하였고 간만에 로즈우드7을 꺼내어 같이 쳐보았습니다.
스티가의 레젼드그립, 아디다스의 FLW그립 형상을 가장 좋아하는 저로서는 허롱2의 그립을 언급하지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윙부위로 갈수록 얇은 형태이기 때문에 공에 힘을 실어내기 위해 움켜쥐는 순간에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날것"과 "순정"에 집착하는 저로서는 심미적인 이유때문에 그립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윙다듬기도 최소화하는 편인데, 허롱2는 라켓의 성능과 감각을 논하기전에 그립형상때문에라도 적응불가 뱃지를 달고 시작하는 셈이었습니다.
허롱2의 스피드와 반발력은 클리퍼우드나 로즈우드7과 유사한 수준이었습니다. 러버 편차를 감안해야하므로 미세한 차이정도라고 느껴졌습니다.
실측 사이즈로도 그러하지만 레젼드 그립의 두터운 그립감때문인지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클리퍼우드가 세 라켓 중에는 가장 단단하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허롱2는 우드에 비해 얇은 느낌이지만 든든하게 받쳐주는 감각의 차이는 거의 없거나 약간 하회하는 수준이었고, 가장 부드러운 것은 로즈우드7 이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퍼스트터치 시에는 클리퍼우드가 가장 단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연속해서 기술을 구사할 때는 오히려 허롱2가 단단하게 받쳐주고 튕겨내주는 감각이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클리퍼우드는 연속 타구시 공을 품어주면서 허롱2보다 약간 부드럽게 느껴지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세 번의 테스트를 종합해서 판단해보건데, 퍼스트 터치 및 연속타구를 포함한 전반적인 라켓의 단단함이라는 측면만 분리시켜 비교해본다면 허롱2가 가장 단단하고 클리퍼우드가 두번째, 로즈우드7이 가장 덜 단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덜 단단하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로즈우드7 또한 부드러운 5겹합판류에 비하면 충분히 단단한 편이라는 뜻입니다.
클리퍼우드는 기본적으로 묵직한 타구감에 짧고 둔중한 울림을 동반하며, 두텁게 받쳐주면서도 임펙트시 공을 감싸서 움켜쥐는 특성이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허롱2는 이러한 클리퍼우드를 약간 압축해서 균형감을 대폭 향상시킨 특성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비해 로즈우드7은 클리퍼우드를 압축했다는 느낌은 없고 우드에 비해 얇게 구성하면서 다소 둔탁한 느낌을 덜어내고 경쾌함을 얹어서 감각적 명료함을 대폭 향상시킨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허롱2는 클리퍼우드를 밸런스 튜닝, 로즈우드7은 클리퍼우드를 감각 튜닝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허롱2는 특수소재 호감도(특히 이너계열)가 높은 분이 좋아할만한 매력이 있고, 로즈우드7은 순수합판의 호감도가 높은 분이 끌릴만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허롱2와 로즈7의 분명한 경계선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리퍼우드와 로즈7에 비하여 허롱2의 또다른 장점이라고 한다면 단단하게 받쳐주는 감각과 연동되어 가장 넓은 스윗스팟을 보유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특수소재 호감도를 언급했던 이유 또한 이 부분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상기한 특성과는 반대급부로 타구점이 셋 중에 가장 앞쪽에 위치하며, 공을 깊게 품어안아서 튕겨주는 감각은 상대적으로 가장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허롱2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제 주관적인 성향에 따른 것일 뿐 다른 분들이나 다른 스타일에는 되려 장점이 될 수도 있음은 감안해야할 것입니다.
테스트를 마친 현재 시점에서 위 세 가지 제품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로즈우드7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마치 어쿠스틱의 7겹버젼이라고도 표현할 만큼의 출중한 감각과 ABS시대에도 충분히 통할만한 반발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로즈우드7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테스트는 허리케인롱2로 시작하여 로즈우드7로 귀결되어버린 묘한 테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헉 허롱2면 설마?! 그때 저에게 허롱5랑 한방에 두개 가져가셨던?!! 오오오오 감격의 눈물이 한방울 뚝.. ㅠㅠ 쓰신 글을 읽어보니 제가 갖고 있을때 쳐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글로 표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가능하시다면 허롱2도 사진한장 달아주시면.. 그리움이 덜할듯 합니다 ㅠㅠㅎㅎ
그 허롱2가 맞습니다. 사실 허롱2 사진을 실어야하는데 사진을 안찍어놨더라구요. ㅎㅎ
혹시 crw랑 로즈우드7이 같은 라켓인가요?
CRW는 클리퍼로즈우드이며, 클리퍼CR과 같은데 표층재만 림바가 아니라 로즈우드를 사용한 얀얀 특주라켓입니다.
@미라쥬 그건 저도 알고있는데 모 사이트에 보니까 로즈7도 같은 구성이길래요(두께까지)
아닌가요..?
@우주를 줄게 질문을 하실려면 정확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라켓의 구성이 어떻게 다르냐"라는 내용으로 질문을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두께나 목재구성 비교해보고 다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로즈우드7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데 중편은 가벼운 개체를 구할 수가 없네요~ 잘 읽고 갑니다~
로즈7 굉장히 좋은 라켓이네요. 부디 가벼운 개체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시타하실때 어떤 브랜드의 ABS공으로 하셨는지요? 평소 사용하시던 공과 이질감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
주로 니타쿠 프리미엄공으로 테스트했습니다. 엑시옴 브라보도 아주 잠깐 써봤는데 짧은 시간이라 의미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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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로즈우드7~~ 요번에 세일에 빠진게 아쉽네요. 그냥 필수템~~
매력이 많은 라켓입니다. 그런데 세일에 빠진게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네요. ^^
이렇게 멋진 배경에 허롱2를 재회하다니~~! 미라쥬님 감사합니다^^ 좋은 주인 만나서 사람손이 탄 블레이드를 보니 기분까지 좋아지네요^^
아쉽지만 허롱2는 저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허롱5는 레퍼런스용으로 계속 보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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