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와 장군이와 함께한지 5년... 드디어 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무의식은 내 고양이 가족을 어떻게 캐스팅했을까?
2022년에 꾼 꿈들을 옮겨본다.
꿈1.
퇴락한 학교. 어둡고 먼지 냄새가 가득하고 드문드문 책걸상이 있는 쓸쓸하고 미로같은 공간. 땅꼬와 장군이와 함께 그 공간을 헤멘다. 장면이 바뀌어 어떤 방 한켠에 놓인 가스렌지 위에서 땅꼬가 불타고 있다. 얼른 달려가 꺼내 놓았다.
장면이 바뀌어 밤. 달동네 언덕에 아이들이 몰려왔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고... 땅꼬랑 장군이가 아이들과 어울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논다. 가파른 언덕에서 아이들이 논다. 그러다 집 가스관이 빠져버린 걸 알게 된다. 가스 중독이나 폭발이 염려되었다.
다시 학교 건물. 그곳에서 땅꼬를 찾는다. 수소문하면서 땅꼬가 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는다. 자기 아이를 오래 바라보았다고 한다. 보건실에 가서 얼굴에 뭔가가 묻은 초췌하고 힘없는 땅꼬를 발견한다.
장소가 바뀌어 저녁 바다. 바다에서 조망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멀리 가파른 산 능선이 달리고 그 앞으로 평원이 바다까지 펼쳐진다. 산에서 흘러온 개천이 평온을 달려 바다로 흐르고 있다. 개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향해 조각배가 파도에 흔들리며 다가가는 중이다. 그 배에 나와 땅꼬와 장군이가 앉아 있다. 어둡고 먼 산 능선 위로 작은 별들이 돋아나고 있다. 땅꼬와 장군이가 바다로 입수를 했다. 물에서 헤엄치다 팽팽한 밧줄을 타고 배에 오른다. 아이들은 담담하고 나이가 많이 든 어른 같고 나는 마음이 스산해서 아이들을 닦아주고 배는 개천을 향해 평원으로 나아간다.
꿈2.
장군이와 땅꼬와 외출을 했다. 나는 치마 투피스 정장에 구두를 신고 모자도 쓰고 있었다. 양산도 들고. 어디 큰 회관에 들어가서 미로 같은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났다. 단체반 활동이 있어서 땅꼬와 장군이가 참여하는 사이 나는 정갈하게 반짝이는 나무 복도와 테라스가 있는 전통찻집에 들어가 창문을 열였다. 테라스 공간에 꽃이 피었다. 매화인듯 샆다. 소담하고 은은한 꽃이 좋아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누군가 계속 팔을 건드려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결국 사진을 찍지 못했다. 카페를 나와 장군이와 땅꼬를 찾아 나섰지만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낯선 건물 이곳 저곳을 헤메는데 어디선가 땅꼬가 나를 불러세운다. 하지만 장군이는 어디에 있을까? 건물을 빠져나오자 넓은 마당이 있고 물이 고인 넓은 풀이 있다. 그 곁에서 잠이 들었다.
공간이 바뀌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심하게 가파르지 않았지만 등에 땅꼬와 장군이 두 아이를 지고 있었던가 너무 힘겨워 오를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타깝고 절망스러웠다.
공간이 또 바뀌어 달동네의 꼭대기에 다다르고 있다. 그 꼭대기를 지나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산동네 꼭대기 골목길에서 콸콸 급류가 쏟아져 내렸다. 길에 홍수가 났다. 길 꼭대기 언덕에 한 남자가 아이들 몇몇이랑 섯 무언가 기다리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다. 배우가 된 대학 시절 먼 인연. 파란 츄리닝을 입고 굴뚝처럼 튀어나온 하수구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게 웬 물인가 물었더니 이 하수구 때문이라며 굴뚝같은 하수구를 지켜보았다. 수리할 사람이 오기로 했다고... 집은 괜찮은가 물으니 우리집은 지하니 괜찮다고 한다. 내 손을 꼭 잡고 어깨를 안고 길을 찾아주었다. 그 체온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길을 찾아 내려왔다. 봄이 있다.
꿈3.
여행 중이다. 땅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서 어디론가 걷고 있다. 축축하고 차가운 대지 위로 어둠이 내리고 있다. 장면이 바뀌어 허름한 시골집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부뚜막에서 몸을 데우고 있다. 불빛이 어른 거리는 부엌 한 구석에 언제가부터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털옷을 입고 있었는데 자기 털은 없이 맨질한 얼굴에 콧물이 어린 코가 보인다. 쓸쓸하고 추워 보인다. 우리와 함께 있어 다행스러워 보였다. 땅꼬가 그 아이를 뜨악하게 바라보았지만 크게 경계하지는 않는다. 시골집 마당 쇠락한 밭에 서리가 내렸다. 집을 향한 방향으로 고랑들이 파여있는데 한복을 제복처럼 입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이 집을 등지고 고랑을 향해 섰다. 고랑을 걸어 나가며 군무를 춘다. 뭔가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연습 중인것도 같고...
장면이 바뀌어 다시 그 일행들과 길을 나섰다. 깊은 숲 속에 큰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한 중년, 초로의 남성이 복도에 서서 우리에게 아는 체를 한다. 그 사람은 연극 연출가였는데... 이곳에서 아주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업무만 기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예전의 빛이 다 사라지고 부석거릴 일만 남은 사람.
“너희가 여기 왜 있어?”라는 시선과 눈빛을 우리 무리를 향해 던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이렇게 있으면 안돼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그 사람이 나를 피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복도를 지나 건물 끝에 있는 유리문을 나가니 방파제가 있는 해변이 나왔다. 차갑고 쨍한 대기로 인해 음지와 양지의 날카로은 경계가 해안을 가르고 있다. 방파제는 산 그늘이 드리워 음지였고 갈대가 무성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갈대밭 너머에 해안 절벽과 산기슭이 방파제와 맞닿아 있고 그 곳에 석양으로 넘어가기 직전 한 줌 햇살이 양지를 만들고 있다. 양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방파제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행정가가 된 연출가가 방파제 끝으로 걸어나간다. 방파제 끝에 서서 손짓을 시작하자 철새들이 사람들 앞으로 날아들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철새의 어린 새끼가 내게로 날아와 앉아 우리 일행(고양이들과 나)과 함께 석양을 무대로 펼쳐지는 철새들의 춤을 본다.
잠이 깼다. 꿈을 헤아려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행정가가 된 연출가. 그 사람은 여기서 철새들과 공연을 만들고 있었구나. 이 외진 곳에서 함께하는 누군가와 작은 아름다움을 일구고 있었구나. 방파제 귀퉁이의 한 줌 햇살에 모여있던 여러 무리들. 고양이, 여자아이들, 철새들, 나, 그 남자... 좋았다. 다시 잠들었다.
꿈4.
관악산 중턱 쯤 되는 곳. 팬션에 조성된 정원에 유리로 만든 온실이 있고 소파와 책걸상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거기 J가 그림같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인사를 나눴다. J야~~~ 불렀더니 깜짝 놀라며 왜 여기 왔느냐고 반색한다. 어쩐지 내 방문이 기껍지 않은 느낌이다. 잠시 후 사람들이 양복을 입고 근엄한 모습으로 몰려든다. 딱딱하게 굳어있고 긴장된 느낌인데 소위 엘리트들 같았다. 대학시절 같은 학과 친구인 L과 K도 들어왔다. 기름을 발라 넘긴 머리에 지적인 분위기가 배어나왔다.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고 그 둘은 소파 등받이 너머에 서 있다. 나는 어쩐지 의기소침해진다. 여기는 S대 정치학과, 이 온실은 강사휴게실이다. J가 여기서 강의를 하는구나.
J는 “왜 여기 왔어요~~~~?” 난감하게 그림처럼 미소짓고 앉아있다.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에서 납치당해 팔다리를 잘린채 갖힌 여자처럼.
잠시 후 어른들이 빠져나간 후 학생들의 몰려왔다. 거기 장군이가 있었다. 그 곳에서 유일하게 보드랍고 다정한 존재.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온기와 생기를 전하고 있다. J곁에 장군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둘러 앉아 세미나를 하는 학생들에게 L과 K가 내 소개를 한다. 학생들이 뜨악하게 올려다본다. 연두색 상의를 입은 남학생이 나를 한쪽 구석으로 데려가더니 속삭인다. 그런데 너무 발음이 나빠 귀를 쫑긋 기울여도 알아듣기 힘든데 대체로 나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최근 나온 논문도 모르면서 A 정치철학자를 가르칠 수 있느냐, 숟가락을 표현하면서 중지로 퍽큐를 만드느냐, 뭐 이런 내용이다. 분노가 일었다. 뭐 이런 무례하고 지 잘난 것들이 있지? S대 정치학과? 장군이만 폴짝, 열심히 사람들 사이를 메운다.
꿈5.
땅꼬와 장군이를 데리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지 항구에 있다. 황량한 바닷가 허름한 마을, 항만이 조성된 터에 드문드문 창고가 있다. 물 웅덩이를 겅중겅중 피해 걸으면서 선착장에 가서 티켓을 산다. 그 동안 장군이가 없어져 찾아다니는데 장군이가 오줌을 묻혔는지 젖어있다. 당황하며 이리저리 구석으로 숨어드는 장군이를 쫓아다닌다. 장군을 안전하게 넣을 가방이 없다. 그러다 누군가가 건네 준 캐리어에 장군이를 넣는다. 바닥이 차가와 보여 천을 깔아주려고 캐리어를 드는 순간 또 사라진다. 다시 찿았다. 그렇게 파도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어딘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