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를 말하다] <6>
이병도가 존경한 일본인 식민사학자들
임나일본부설은 극복되었나 ⑤
매우 존경할만한 일본인 식민사학자들?
대한민국 역사학계를 장악한 강단사학이 실제로는 임나일본부설을 추종하면서도 겉으로는 임나일본부설을 부정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학문적 사기가 광복 75년이 넘도록 유지되는 것은 세계 사학(史學)사상의 미스터리다.
일연이 ‘삼국유사’ 에서 말한 6가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본 극우파들의 교과서인 '일본서기'에만 나오는 이른바 '임나 7국'이 가야인 것처럼 호도한 다음 '가야는 임나'라고 우기는 것이다.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이 ‘임나는 가야’라고 주장하는 일본인 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속내가 보인다. 강단사학자들이 이들에게 보이는 존경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민국 강단 사학계의 이른바 태두(泰斗) 이병도는 1982년 4월 '광장'지에서 일본 와세다대 유학시절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했다.
“대학3학년 때의 강사인 쓰다 죠오끼지(津田左右吉, 쓰다 소키치) 씨와 또 그의 친구인 이께우찌 히로시(池內宏, 이케우치 히로시) 씨의 사랑을 받아 졸업 후에도 이 두 분이 자기들의 논문이나 저서들을 보내 주어 내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중략) 일본인이지만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였고,그 연구방법이 실증적이고 비판적인 만큼 날카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병도는 쓰다 소키치와 이케우치 히로시를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라고 흠모했고, 그들의 연구방법을 “실증적이고 비판적”이라고 극찬했다.
아유카이 후사노신이 가장 훌륭한 학자인 이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한국사’ 7권의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에는 일본인 학자들에 대한 평이 있다. 그 중 이병도가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로 꼽은 쓰다 소키치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썼는지 살펴보자.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는 '일본서기'에 대하여 당시로서는 획기적일 정도의 비판을 가하면서 합리적 설명을 추구한 사람으로서, 가야 전역에 대한 지명 비정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임나부(任那府) 속령(屬領)을 찾아낸다는 측면에서 거의 모든 가야 관계 지명을 경상남도 남해안 연변에 배열하다시피 하는 비합리적인 연구결과를 낳고 말았다"
홍익대 교수 김태식의 위와 같은 설명은 언뜻 칭찬 같은데, "모든 가야 관계 지명을 경상남도 남해안 연변에 배열하다시피 하는 비합리적인 연구결과를 낳고 말았다”라는 평가는 칭찬이 아니어서 속내를 알기 힘들게 쓰여 있다.
뒤이어서 이마니시 류(今西龍)에 대해서 김태식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마니시 류는 가야지방 전역에 대한 답사 및 고분.산성 등의 분포 조사에다가 문헌고증적 연구를 더하여 지표 조사보고서를 내놓고, 거기서 행한 지명비정에 점차 수정을 가하였다... (중략) 그러나 그것이 당시 사관(史觀)의 한계성을 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이 글도 역시 앞쪽에서는 극찬하다가 그의 연구가 "당시 사관(史觀)의 한계성을 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라고 비판하는 듯한 구절로 끝을 맺었다.
▲ 이마니시 류(今西龍).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 교수였다.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이 아직도 존경해 마지않는 식민사학자다.
쓰다 소키치나 이마니시 류는 지금도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참 스승(?)인데 왜 김태식은 이들의 학문을 비판하는 듯한 말을 덧붙였을까? 그 이유는 바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에 대한 평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러나 아유카이 후사노신은 방대한 문헌고증을 통하여 임나의 지명 비정 범위를 경남.경북 및 충남.전남까지 확장시켜서, 임나는 경주지방 부근과 부여.공주 일대를 제외한 한반도 남부 전역을 가리키게 되었다... (중략) 그것은 그가 문헌 비교 및 언어학적 추단을 거듭함으로써 얻어진 연구결과였다고 여겨진다."
쓰다 소키치, 이마니시 류, 아유카이 후사노신은 모두 '가야가 임나다'라는 '임나=가야설'의 주창자들이다. 그런데 홍익대 교수 김태식이 쓰다와 이마니시는 비판하는 듯하면서 아유카이 후사노신은 극찬하는 이유는 임나의 강역에 대한 견해 때문이다.
임나일본부의 강역에 대해서 쓰다 소키치는 경남 김해일대라고 비정(比定)했고, 이마니시 류는 경북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낭인 깡패 아유카이 후사노신이 임나일본부의 강역을 '경남.경북'은 물론 '충남.전남'까지 확대시킨 것이 쓰다 소키치나 이마니시 류에 비해서 훌륭하다는 것이다.
아유카이에 따르면 임나일본부가 ‘경남·경북·충남·전남’까지 모두 차지했으니 신라는 경주지방 부근만 차지한 소국이고, 백제는 부여.공주 일대만 차지한 소국이라는 것이다.
아유카이 후사노신의 이런 견해는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이 진정한 스승으로 삼는 조선사편수회 간사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로 이어지는데 이 이 문제는 다음 호에서 다룰 것이다.
▲ 일본 소학관 대백과사전의 임나(任那)지도. 야마토왜가 경상남북도는 물론 충청.전라도까지 점령한 것으로 그려놓았다. 아유카이 후사노신과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설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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