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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긴 터널을 이룬 강원 홍천군 내면 은행나무숲. 평소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지만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매년 10월 한 달간 무료로 개방돼 가을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0월의 강원 홍천에서는 어디를 먼저 갈지 고민하게 된다. 내면 광원리에서는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일제히 노랗게 물들고, 팔봉산과 가리산 능선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번진다. 산에서 내려오면 6년근 인삼과 한우가 기다리고, 가을 햇살을 머금은 사과도 제철을 맞는다.
강원 홍천군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다. 산과 강, 숲이 넓게 펼쳐진 만큼 단풍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10월 한 달만 문을 여는 은행나무숲이 있는가 하면 홍천강을 굽어보며 암봉을 오르는 팔봉산, 깊은 산세를 품은 가리산, 단풍 속 고찰을 거니는 수타사가 있다.
가장 기다려지는 곳 가운데 하나는 내면 은행나무숲이다. 이 숲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 1년에 10월 한 달만 일반에 무료로 개방한다. 약 4만㎡에 심어진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때맞춰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위아래가 온통 노란빛이다. 머리 위로 은행잎이 겹겹이 포개지고, 먼저 떨어진 잎은 발밑에 두툼하게 쌓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흩날리고 오후에는 나무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숲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2010년 일반에 개방된 이후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 올해는 은행잎이 예년보다 크게 자라 한층 울창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10월이 지나면 숲은 다시 문을 닫는다.
은행나무숲이 노란빛으로 채워질 무렵 팔봉산에는 단풍이 번진다. 홍천강을 따라 여덟 봉우리가 솟은 팔봉산은 해발 327m로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독특하다. 바위 봉우리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발아래로 굽이치는 홍천강이 모습을 달리한다.
붉고 노란 단풍은 바위 능선을 타고 이어지고, 산을 물들인 색은 강물에도 비친다. 암봉과 단풍, 굽이치는 물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이 팔봉산의 매력이다. 여덟 봉우리를 차례로 오르내리는 재미까지 있어 단풍철이면 산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좀 더 깊은 산을 원한다면 가리산으로 향할 수 있다. 홍천의 진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계곡을 따라 난 숲길에는 울긋불긋한 나무가 늘어서고 그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른다. 고도를 높일수록 숲은 깊어지고 정상에서는 멀리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시야에 펼쳐진다. 홍천강과 암봉을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팔봉산과 달리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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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제공 홍천의 가을 산행 명소인 가리산 계곡(위)과 붉은 단풍으로 물든 수타사.
산을 오르지 않고 천천히 걷고 싶다면 수타사가 있다.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이맘때면 오래된 전각 주변을 고목과 단풍나무가 감싼다. 울긋불긋한 나뭇잎 사이로 고즈넉한 절집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찰 주변에는 계곡을 따라 숲길이 이어진다. 정상이나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좋은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인근 농촌테마공원까지 둘러볼 만하다. ‘물과 흐름’을 주제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벼 베기와 고구마 캐기, 전통놀이 등 계절에 맞는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수타사 주변을 걷고 난 뒤 직접 작물을 거둬보는 색다른 경험도 가능하다.
산과 숲을 돌아봤다면 이번에는 홍천의 맛을 볼 차례다. 다음 달 8~11일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에서는 홍천 인삼·한우 명품 축제가 열린다. 주인공은 6년근 ‘홍천 인삼’과 ‘늘푸름 홍천한우’다.
축제장에서는 한우를 직접 맛보고 인삼을 살 수 있다. 한우 시식과 인삼 경매를 비롯해 인삼 낚시와 ‘만원의 행복’ 등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단풍 구경에 제철 농축산물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인삼과 한우에 이어 사과도 수확철을 맞는다. 올해 11회를 맞는 홍천 사과 축제에서는 갓 수확한 사과와 수제 잼, 주스 등 가공품을 선보인다. 사과 키링 만들기와 천연 염색, 사과 길게 깎기와 빨리 먹기 경연 등이 열리고, 사과 품종 전시관에서는 지역에서 재배하는 여러 품종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도 축제장은 문을 닫지 않는다. 축하 공연과 야간 경관 조명이 이어지고 스탬프 투어도 운영된다. 낮 동안 제철 사과를 맛보고 각종 체험에 참여한 뒤 불을 밝힌 축제장을 거닐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조금 더 소박한 한 끼를 찾는다면 전통시장으로 향하면 된다. 메밀전병과 감자떡, 뜨끈한 국밥 같은 음식이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한 날씨와 잘 어울린다. 산행을 마치고 먹는 따뜻한 한 끼부터 축제장에서 맛보는 한우와 인삼, 돌아가는 길에 챙기는 사과까지 선택지가 넉넉하다.
신영재 홍천군수는 “홍천은 가을이면 산과 강, 숲이 저마다 다른 빛깔로 물들고 인삼과 한우, 사과 등 제철 먹거리도 풍성해진다”며 “홍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고 홍천의 맛과 즐길 거리도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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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