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은 저도 극장에서 2번, dvd로 여섯번(감독,배우,촬영,미술 코멘터리 포함)이나 보았을 만큼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한번 보고는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가 곤란할만큼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처음 느낌이 좋았던 영화는 서너번 보곤합니다.
서너번 보다보면 잘 보여지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사실 살인의 추억의 경우는 그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매우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실제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사건중심이 아닌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형사들, 즉 인물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영구미제이면서도 연쇄살인사건이며,강간살인사건이라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라는 생각에
이전의 영화에서 보았던 자극적인 장면을 많이 떠올렸지만 영화는 오히려 인물중심의 풀롯에 따라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더군요.
보이지 않는 범인을 쫓는 상반된 성격의 두형사.
영화는 극과극의 두형사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나눠 놓고 출발합니다.
형사로서의 직감과 무대뽀정신을 우선하는 시골형사 박두만.
그리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증거와 자료를 우선시하는 서울형사 서태윤.
이 둘을 축으로 형사들의 캐릭터도 나뉘게 되죠(박두만의 편에서 있는 조용구형사와 서태윤의 능력을 우선하는 두번째 반장)...
영화가 후반으로 치닷으면서 극과극을 달리던 이 두형사는 서로의 가장 다른점을 닮아가기 시작합니다.
직감만으로 용의자를 체포하고 고문과 폭력으로 자백을 받아내려던 시골형사 박두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에 부딧히며
미국에서 날아올 증거자료에 모든걸 걸게되고...
서류와 논리적인 증거만을 우선하던 서울형사 서태윤은 점점 이성을 잃고 폭력과 감정을 앞세우며 변해갑니다.
즉, 어느 한쪽의 캐릭터에 무게를 싫어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두 캐릭터의 장단점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것이죠...
그것도 기가막히게 플롯속으로 녹여내려서 말입니다.
이 두형사 이외에도 다른 캐릭터를 통해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있습니다.
워커발 형사 조용구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권력남용을 풍자하고 있으며 그의 모습를 통해 몰락한 군사정권의 말로를 표현해 내기도 합니다.
인물 중심의 풀롯이란 증거는 영화 곳곳을 통해 묘사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서 시작한 영화는 역시 어린아이와 박두만의 얼굴로 끝을 맺고
(시나리오상에 있는 엔딩은 편집시 잘린듯 보입니다) 있으며, 다양한 용의자들의 얼굴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인상이 더러우면 범죄형이다)에 대한 통열한 비판을 보여줍니다.
실제 영화에서 범인으로 몰고간듯한 가장 큰 용의자는 박해일이 분한 매우 선해보이는 캐릭터입니다.
도저히 범인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가장 큰 용의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뭐 이외에도 연출력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높이 평가할 부분이 너무도 많지만 나머지의 얘기는 해봐야 뒷북이고..^^;;
하여튼 웰메이드 영화의 전형을 보는것 같아 너무도 기뻤습니다.
이런 훌륭한 영화가 국내에서 제작되었다는 것 역시 같은 목표를 가지고 걸어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댓글 조용구형사를 보면 '발길질로 흥한 자, 발길질로 망한다.' 라는 교훈을 보여 주는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중첩님의 말씀도 생각해 보니 아주 깊은 뜻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