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선…
후계자 거론 3男 김정은 국방위서 중요정책 관여
3代 세습 우상화 진행중 여동생 김경희, 매제 장성택 김옥 등 '로열패밀리'가 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3남 정은(26)이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신진 간부 기용 등 중요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또 김정일 부인 역할을 하는 김옥(45)은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간의 면담 및 오찬 때 배석해 주요 현안을 자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북한 후계구도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김정일 여동생인 김경희(63) 당 경공업부장, 김경희 남편인 장성택(63) 당 행정부장, 김옥 등 '로열 패밀리 4인방'이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방위에서 김정일로부터 정치 실무를 배우고 있다. 한 소식통은 "당(黨)·군(軍)·정(政)의 인사권을 틀어쥔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은의 재가를 받아 신진 간부들을 기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도 1970년대 후계자 시절, 조직지도부에서 일하며 자신의 인물들로 권부(權府)를 채웠다.
-
-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보안성에서 운영하는 한 농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이 사진을 보도하면서 장소와 촬영날짜는 밝히지 않았다./로이터 뉴시스
김정일은 지난 2월 말 군 부대 예술 공연에서 김정은 찬양 노래로 알려진 '발걸음'을 처음 감상한 이후 최근까지 5번 이 노래 공연에 참석했다. 지난 11월 초 함남 구창청년발전소 시찰 때는 '발걸음'을 소재로 한 소묘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정은은 지난 4월 5일 장거리로켓 발사 장면을 함북 무수단리 현지에서 관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중반부터 후계 문제에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3대 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김정은에 대한 일부 간부의 과잉 충성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지난 9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 논의 사실을 부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그럼에도 '김정은 우상화(偶像化) 작업'은 진행형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탈북자는 "김정은이 젊은 시절 김일성을 빼닮았으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3대 세습' 전면에 나선 로열 패밀리 중 김경희는 2003년 9월 종적을 감춘 이후 6년 만인 지난 6월 다시 등장했다. 김경희는 2004년 남편 장성택이 권력에서 밀려나고, 2006년 파리 유학 중이던 딸 장금송이 결혼 문제로 자살한 뒤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김경희의 복귀는 "김정일 집안을 뜻하는 '만경대 가문'이 김정은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의도"(북한 소식통)란 분석이다. 김경희는 주민 생필품 공급을 담당하는 당 경공업부장이다. 김경희 남편 장성택은 '북한 2인자'로 평가된다. 작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비상 정국을 수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올해도 김정일 현지지도를 100회 가까이 수행했다.
지난 2월 국방위 참사로 복귀한 박명철 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장성택 인맥이다. 현재 장성택은 평양시 현대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 결과를 김정은 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도 후계자 때 평양에 인민대학습당과 인민문화궁전 등을 지어 선전에 활용했다. 장성택은 일부 권력기관들의 과도한 '김정은 충성 경쟁'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2004년 이후 김정일과 동거 중인 김옥은 와병 중인 김정일 곁을 줄곧 지키며 외빈 접견 등 의전(儀典)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