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구마적(이원종)의 명령대로 두한(안재모)에게 찾아가 세금을 내놓으라 한다. 하지만 왜놈들과 한통속인 사람에게는 단 한푼도 바칠 수 없다는 두한의 말에 후회할 거라는 말을 남긴채 돌아간다. 문영철(장세진)은 아이란(조여정)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리러 전당포를 찾아가지만 결국 빌리지 못한다. 구마적은 상하이에게 김두한이 세금을 줄수 없다는 소식을 듣자 결국 지역 오야붕들에게 동원령을 내린다. 아이란의 소식을 들은 두한은 돈을 구하기 위해 하야시(이창훈)의 집에 침입해 그를 협박하여 돈을 받아낸다. 돈을 받은 문영철은 두한에게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아이란을 데리러 간다.
기생선생은 아이란의 일을 보답하기 위해 김두한 일행을 초대한다. 결국 초대를 받아드리고 김두한 일행은 기생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뭉치(정소영)일행이 기습공격을 한다. 모두들 온힘을 다해 격투를 벌이지만, 이미 취해버린 뒤라 결국 모두는 피투성이가 되고 만다. 두한은 최후까지 남아 저항을 하지만 몽둥이 세례를 맞으면서 서서히 무너지는데....
# 1 두한의 사무실 외경(밤)
김영태 (E)상하이 자네가 여긴 웬 일이지?
# 2 동 안
상하이가 와 있다. 두한을 비롯해 김영태와 김무옥, 삼수, 병수, 털보, 번개들이 모여 있다. 아직까지 문영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상하이 (거만하게 둘러보고는) 잘 들하고 있구나. 니가 김두한이냐?
두한 ............
김무옥 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요? 남의 오야붕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서야 쓰겄소?
상하이 뭐야? 너 이 자식 많이 컸구나.
김무옥 성님이 키워준 거 아닌께 너무 신경 쓰지 마씨요.
상하이 뭐가 어째?
두한 그만 해라, 무옥아. 찾아온 용건이 뭐요?
상하이 너희들은 손님을 이렇게 맞나?
두한 ......삼수야, 자리 내드려라.
삼수 예...
삼수가 일어나려 하는데 번개가 그야말로 번개같이 의자를 끌어다가 상하이 앞에 놓는다. 상하이가 냉소하며 자리에 앉는다.
두한 말해 보시오.
상하이 좋아. 나도 바쁜 몸이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지. 오늘 상인들에게 세금을 걷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큰형님께 상납할 돈은 준비돼 있겠지?
두한 그런 돈 없소.
상하이 ....뭐, 없어? (실소하며) 너 아직 이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경성 땅에서 구역을 차지하고 있으려면 큰형님께 세금을 바쳐야 하는 거야. 쌍칼도 그랬다는 걸 알아야지.
두한 없다고 말했소.
상하이 야, 김두한이, 너 간덩이가 부어도 한참 부었구나? 세금을 안내면 어떻게 된다는 거 몰라? 니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좋은 말 할 때 가져와. 어서!
두한 그냥 돌아 가셔야겠습니다. 가서 구마적 형님에게 똑똑히 전하시오. 이 김두한이는 왜놈들과 한통속인 사람에게는 단 한푼도 바칠 수 없다고 말이오.
상하이 뭐야, 이 새끼..
상하이가 일어나자 무옥이와 부하들이 벌떡 일어난다. 번개도 얼떨결에 일어난다.
상하이 .....좋아. 지금은 내가 그냥 돌아가마. 하지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반드시..(밖으로 나간다)
두한 ..........
김영태 (한숨) 기어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구만.. 무옥아, 어서 애들 모으도록 해라. 영철이도 찾아서 데려오구.
김무옥 예, 성님.. 가자.
김무옥과 부하들이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간다.
김영태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네, 두한이..
두한 ........?
두한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 모습에서..
# 3 그 앞 거리
김무옥과 삼수, 번개들이 오고 있다.
김무옥 느그들은 시장통하고 술집들을 돌아보고, 번개 넌 날 따라와라잉.
그들 예, 형님..(다른 쪽으로 사라지고)
김무옥 영철이 이 자식은 도대체 으딜간 거여?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카메라를 지나쳐 가면..
# 4 전당포 외경
전당포(?)라 쓰여진 간판이 보여온다. 그 위로 들려오는 주인의 소리.
주인 (E)허 이 사람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니?
# 5 동 안
문영철이 와 있다. 주인이 작은 가려진 쪽문으로 삐끔이보고 있다.
주인 뭔가 맡길 물건을 가져와야 돈을 내주더라도 내줄 것이 아닌가? 여긴 전당포야, 이 사람아.
문영철 우린 서로 오고가면서 얼굴을 아는 사이 아닙니까?
주인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거하고 이거하고는 달러...?
문영철 아저씨, 한번만 사정을 봐주십시오. 급해서 이러는 겁니다. 급해서... 내 며칠 안에 뭐라도 가져오던지, 돈을 다시 갚던지 할 테니까....
주인 글쎄....?
문영철 (갑자기 울화가 치민다) 멀쩡한 년이 뙤놈들한테 팔려가게 생겼다구요.
주인 그거야 자네 사정이고.. 다른 데 가서 알아보게.
문영철 제 목이라도 맡기겠습니다. 제발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돈을 좀 빌려주십쇼.
주인 안 된다고 하지 않아.. 이게 어디 억지를 쓴다고 될 일인가?
문영철 꼭 갚겠다니까요. 이자까지 쳐서 말입니다.
주인 일없네. 여긴 전당포라구... 몇 번이나 말해줘야 알겠는가? 자꾸 이러면 순사를 부를 거야!
문영철 .......(한숨) 좋시다. 잘먹고 잘 사쇼.
의자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차고 돌아선다.
주인 저, 저런... 저런 후레아들 놈을 봤나?
# 6 그 밖
문영철이 거칠게 나온다. 그리고 뒤를 한 번 돌아보더니
문영철 젠장... 에이..
다시 문을 걷어찬다. 그리고 씩씩대며 어딘 가로 향한다. 그 위로 구마적의 소리가 들려온다.
구마적 (E)세금을 받아오지 못했다구?
# 7 동 사무실
구마적과 부하들이 모두 모여 있다. 상하이가 보고를 하고 있다.
상하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건방지고, 도대체가 돼먹지 않은 놈이었습니다.
구마적 ..............
뭉치 그럴 줄 큰형님도 알고 계셨어. 그 자식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신 거야.
상하이 놈이 큰형님께 반기를 든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더 두고 보실 이유가 없습니다.
뭉치 상하이 말이 맞습니다, 형님.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신다면 시구문이나 동대문, 영등포패들도 통제할 수가 없을 겁니다.
구마적 ...........
상하이 큰형님... 이제 결단을 내리십시오.
제비 큰형님?
부하들이 간절히 바라보는 가운데 구마적이 한참만에 입을 연다.
구마적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조직의 처벌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무섭고 엄한 것인지 보여주어야겠다.
뭉치 큰형님....!
구마적 애들을 끌어 모아라. 각 지역 오야붕들에게 동원령을 내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단번에 깨끗하게 쓸어내야 하니까..
모두들 예, 큰형님..
구마적 그 동안 지켜볼 만큼 지켜봤어.. 이제 움직일 차례가 된 거야.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된 거야.
구마적의 그 싸늘한 모습에서...
# 8 종로 회관 앞
삼수와 병수, 털보가 나오고 있다.
삼수 애들 있을 만한 데는 다 찾아본 거지?
병수 거의 그런 것 같은데..
삼수 가자.
돌아서다가 털보가 저 쪽에서 오는 문영철을 보았다.
털보 영철이 형님!
문영철 ........?(힘없이) 술 마시고 나오는 길이냐?
삼수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습니까? 두한이 형님하고 무옥이 형님이 얼마나 찾으셨는데요.
문영철 (계속 힘없이) 그래....
병수 빨리 가보십쇼. 아니 저희들이랑 같이 가시죠.
문영철 알았다...가자..
그들 그렇게 가면..
# 9 권번 외경
# 10 동 권번 일각
아이란과 설향. 그리고 김무옥이 와 있다.
김무옥 뭐여? 뙤놈들헌티 팔려가게 생겼다고?
번개 아니 어쩌다가요?
설향 일이 꼬이다 꼬이다 결국 그렇게 됐어요. 아마 영철씨는 돈을 구하러 다니고 있을 거예요.
김무옥 허허, 이런... 그럼 그렇다고 우리랑 상의를 혀야지, 아 혼자서 싸돌아 댕긴다고 어디서 돈이 나와?
설향 알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요즘 어려운 일이 많았잖아요.
김무옥 아 그래도 그렇지...
아이란 영철씨 만나게 되면 그러지 말라고 하세요. 전 마음을 정했다구요.
설향 아이란?
아이란 괜찮아.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야.. 어차피 여기서도 웃음 팔고 사는 년 팔자 아니냐? 어디 간다고 달라질게 뭐 있겠어...?
김무옥 그런 소리 말어. 거기가 어떤 소굴인디.. 이 오라버니들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여.
번개 그럼요..
아이란 ......내 팔자 이제 나도 모르겠어요. 되는대로 되라지...
김무옥 글쎄, 그런 소리 말고... 마음 편하게 묵고 있어. 쓰잘데기 읎는 생각 말고.. 알았제? (설향에게) 바빠서 이만 가봐야겄소. 아이란이 잘 좀 달래주씨요.
설향 예..그럼 살펴가세요.
김무옥 가자 번개야..
번개 예...
그들 그렇게 돌아서 가면.. 설향이 아이란의 어깨를 감싸준다. 그러나 아이란은 여전히 힘없고 절망적인 모습이다. 그 모습 위로...
김영태 (E)너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야?
# 11 두한의 사무실
영철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영태가 호통을 치고 있는 중이다.
김영태 간밤에 나간 녀석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다니? 지금이 어떤 때인데 계집 치마폭에 싸여있어?
문영철 ......죄송합니다.
김영태 이놈이 도대체 정신이 있기나 한 놈이야? 그 동안에 구마적이 쳐들어오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두한 그만 하십쇼. 영철이도 알아들었을 겁니다.
문영철 .....죄송합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김영태 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두한 영태 형님, 이번만 용서해 주십쇼.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요.
김영태 용서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닐세. 다급한 때에 너무 한심해서 혼을 내는 거야. 오야붕은 두한이 자네야.
두한 예, 형님. 그럼 제가 용서를 하겠습니다. 영태야, 그만 일어나라.
문영철 아닙니다.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두한 이건 명령이야. 어서 일어나.
김영태 일어나라. 오야붕의 명령이 아니냐?
문영철이 한참만에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두한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봐. 혹시 밖에 너 걱정거리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거냐?
문영철 ...........
김영태 됐네.. 그런 얘기 들어서 뭐하겠나?
그 때다. 문이 벌컥 열리며 김무옥이 들어온다.
김무옥 다녀왔구만이라우.
김영태 넌 노크도 할 줄 몰라? 도대체 왜 이 모양이야들?
김무옥 예?
두한 영철이 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통 말이 없어.
김무옥 어이구 이 못난 자식.. 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우리들헌티 야그를 혀야지.. 지가 아이란이를 만나고 왔는디요.
문영철 됐어. 그만 해.
김무옥 넌 잠자코 있어. 아이란이가 글씨 지 아부지 노름빚 땜시 뙤놈들헌티 팔려가게 생겼다고 안허요.
두한 뭐, 그런 일이 있었어?
김무옥 그 돈을 구하려고 하루 죙일 돌아댕겼을 거여, 이 자식이.. 어쪄? 구하기는 혔어? 쌍판대기를 본께 허탕을 친 모양이구먼?
문영철 .........
두한 노름빚이 얼마나 되는데?
김무옥 자그만치 오천 원이여.. 참말로 간도 크제..
두한 .....오천원?
김영태 그 큰돈을 너 혼자 구하려고 했단 말이야? 바보 같은 녀석.. 그런 일이 있었으면 일단 우리와 상의를 했어야지.. 돈을 구할 방법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금은 당장 구마적의 공격이 문제니까.
김무옥 차차 생각혀 볼 시간도 읎어라우. 내일 당장 끌려갈 판인디....
두한 내일 당장......?
# 12 권번 외경
언제나처럼 인력거꾼과 기생들이 오가고 있다.
# 13 동 방안
아이란과 설향이 마주해 있다.
설향 너무 걱정하지 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니?
아이란 고맙다. 설향이 니가 곁에 있어줘서...
설향 영철씨랑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아이란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하지만....영철씨나 그 식구들이 무슨 힘이 있니..? 건달이라는 게 다 그런 거란다. 마음만 있지 돈이 어디 있겠니?
설향 그래도 아이란....
아이란 그래, 설향아. (울면서) 사실은 나... 이 경성 떠나기 싫어. 영철씨 곁을 떠나기 싫다구... 떠나기 싫어...
설향 아이란...
그렇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 13-1 혼마찌깡 대문 안
열려진 대문으로 고노에가 들어서고 있다. 미우라가 나와 영접을 한다.
미우라 어서 오십쇼, 어르신?
고노에 오랜만이구만.. 안에 있나?
미우라 예, 어르신... 이 쪽으로...
미우라의 안내로 고노에가 안으로 향하면..
# 13-2 동 거실
나미꼬가 다소곳이 차를 따라 각각 하야시와 고노에의 앞에 내려놓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고노에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네... 총독각하께서 찾으셔서 만나 뵙고 오는 길일세..
하야시 예, 그러셨습니까?
고노에 자네 얘기도 하시더구만.. 기대가 크시다구 말이야. 조선으로 부임하시기 전에 두산만 어른을 만나 뵌 모양이야. 언제 한 번 부르신다고 하셨으니 조만간 연락이 올 걸세..
하야시 예.....
고노에 (찻잔을 들며) 자 들게..
하야시 예..
고노에 (한 모금 마시고는) 내일 종로에 새 영업장을 낸다고...?
하야시 예, 장인어른.. 처제에게 그 일을 맡겼습니다. 별 충돌 없이 종로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예상 보단 일이 수월하게 돌아가는 듯 싶습니다.
고노에 (끄덕이며) 그래... 그래야지. (나미꼬에게) 네가 이번에 아주 큰 일을 맡았구나.. 아무쪼록 네 형부가 하는 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나미꼬 예, 아버지.
하야시 처제는 잘 할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절대 새 영업장을 맡기지 않았을 겁니다.
고노에 허허허... 그리 어여삐 봐주니 고맙구만... 내일 있을 개업식에는 나도 참석을 하겠네. 종로에 첫 영업장을 낸다니 나도 가서 축하를 해줘야지..
하야시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나미꼬 ..........
고노에 차 식겠구만.. 어서 들게..
흐뭇하게 웃는 고노에의 모습에서..
# 14 관철여관 외경
삼수와 번개들이 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삼수 어때, 해볼 만 하냐?
번개 그렇지, 뭐... 인제 시작인데... 근데 밤새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냐? 난 벌써부터 졸릴라 그러는데... (하품)....
병수 졸려두 참어. 주먹패가 아무렇게나 하는 건 줄 알아? 신참이 벌써부터 요령은...
번개 뭐 임마, 내가 그냥 졸립다 그랬지 언제 요령을 피웠다 그래? 지금 텃세부리는 거냐?
병수 뭐, 텃세? 하 이 자식이 정말...
그때 김영태가 밖으로 나온다.
김영태 뭐가 이렇게 시끄럽냐?
번개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영태 형님..
김영태 사이좋게들 지내. 이젠 다 한 식구야..
번개 예, 그럼요... 헤헤... 헌데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김영태 그래, 바람 좀 쐬려고 나왔다.
김영태는 생각이 많다.
# 15 동 방안
두한과 문영철, 김무옥이 모여 있다. 문영철은 한숨만 쉰다.
김무옥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이거 오메 죽겄네... 야아, 영철아.. 정 안되면 말이여, 그 고리쟁인가 빚쟁인가 하는 놈을 그냥 데불다가 어떻게 해불면 되지 않으까잉...?
두한 그러면 아이란이 더 위험해져. 그 자를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잖아.
김무옥 그건 그렇제.. 그럼 어쩐다냐? 아 그러니까 조금 일찍 야그를 했으면 좋았을 거 아녀? 이 밤중에 어디 가서 도둑질을 할 수도 없고.. 참말로 답답해 죽겠구만잉..
두한 .............?
문영철 됐어. 잠이나 자자. 그 까짓 계집 하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이럴 필요는 없어.
김무옥 그게 먼 소리여, 시방? 니 일은 곧 우리 일 아닌가벼?
문영철 나도.... 포기했어. 팔려 가면 팔려 가는 거지 뭐. 지금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인데 그런 술집 년한테 신경 쓸 틈이 어디 있냐?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김무옥 아 아이란이 술집 년이면 너는 건달 놈 아니여? 사내대장부가 되가지고 지 계집 하나 지키지 못하면 쓰겄냐?
문영철 그만 하자. 나 가서 잘게. 그리고 두한아, 오늘은 정말 미안했다. 이건 친구로서 사과하는 거야.
두한 ............
문영철이 밖으로 나간다.
김무옥 야, 야 영철아? 그 자식 참말로 나가뿐지네잉.
두한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그 정도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김무옥 글씨.. 아는 사람들이야 다 뻔한 거고... 아마 구마적도 당장은 그런 큰돈은 없을 거여. 혼마찌깡의 하야시라면 또 모를까?
두한 하야시....?
김무옥 일본패 오야붕 말이여. 혼마찌가 워낙에 돈이 많이 도는 동네 아닌가벼? 한다 하는 일본 놈들은 다 거기 있응께... 그 중에서도 하야시집이 근사해 가지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안혀? ...(사이) 근디 그건 왜 물어 본 거여?
두한 그냥.. 궁금해서.. 무옥이 너도 자라. 세금 걷으러 다니느라 피곤할 텐데..
김무옥 그려... 자야제.. 두한이 너도 자라.
김무옥이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다. 두한은 생각이 많다.
두한 하야시라... 하야시...
중얼거리는 두한의 표정이 서서히 모진 결심으로 굳어진다. 꽉 다물어지는 그의 입술에서...
두한 하야시.....
두한의 얼굴 위로 천둥소리가 울린다.
# 15-1 거지촌 외경
장대비가 퍼붓고 있다.
# 15-2 동 진영의 방안
진영이 개다리소반 위에 책을 펴놓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진영모가 그 방으로 들어온다.
진영모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는 게냐?
정진영 (돌아보며) 예, 어머니...
진영모 좀 쉬엄쉬엄 하지 않구.. 많이 피곤할 텐데..
정진영 괜찮아요, 어머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이번에 꼭 고시에 붙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진영모 아니다, 아니야... 이 에민 네가 이렇게 잘 커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쁘단다.
정진영 꼭 합격할 거예요. 그리고 변호사가 돼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 두고보세요, 어머니..
진영모 그래... 우리 진영이는 그리 될 게야.. 암.. 어릴 적부터 늘 그리 말했었지..
정진영 그만 주무세요.. 전 조금 더 있다가 잘게요.
진영모 알았다.. 잠시만 앉아있다 가마..
정진영 예, 어머니....
정진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 앞으로 앉는데, 책 위로 코피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정진영은 진영모가 눈치채지 않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일어선다.
진영모 왜 어딜 가게?
정진영 ...예...자, 잠깐.... 애들 좀 보고 오려구요.
진영모 이 밤에 애들은 왜...?
정진영 ....혹시 양코가...애들을 귀찮게 할까봐요.
진영모 양코가 요즘도 그런다니...?
정진영 그냥.. 장난으로요...
정진영이 그렇게 코를 쥐고 밖으로 나간다.
# 15-3 그 밖
비는 더욱 억세게 쏟아지고 있다. 정진영이 물가에 가서 코피를 훔쳐낸다. 양코의 집에서는 오늘도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양코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양코 (E)그만해 자식들아! 집어치워!
그리고 양코가 밖으로 나온다.
양코 내가 너희 거지새끼들한테 또 뭘 가르쳐주면 내가 개아들이다. 개아들이야..쓰벌...(담배를 붙여 무는데)....
정진영 양코나 개아들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
양코 뭐라고?
정진영 너두 제대로 못하면서 애들은 왜 그렇게 볶아대냐? 장난 그만하고 애들 재워.. 애들이 무슨 고생이냐?
정진영이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양코 야, 너 말 다했어? 야, 정진영.. 우와... 열받네... 저게 친구야? 이거 미치겠구만..(담배를 급히 빨다가 기침하며) 에이 담배는 왜 이렇게 쓴 거야..
# 15-4 삼청동
이곳에서도 천둥소리와 함께 빗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조모가 삯바느질을 하다가 말고 밖을 쳐다본다.
조모 비님이 참으로 하염없이 내리시는구나..
오씨 그러게 말입니다. (사이) 다행입니다. 요사이 날이 가물어서 걱정이었는데요.
조모 ...........
오씨 어머님, 이제 그만 주무시지요. 밤이 늦었습니다.
조모 아니다.. 난 조금 더 있다 자마.. 무슨 까닭인지 요사이 통 잠이 오질 않는구나.. 피곤할 텐데 건너가 보거라..
오씨 ...........
조모 괜찮다.. 잠을 조금 못 잔다고 해서 어찌 되는 것은 아니다. (밖을 보며 한숨처럼) 비님이 잘도 내리시는구나..
오씨 (헤아린 듯) 어머님... 두한인 잘 있을 겝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모 .......그래... 그럴 테지.. 내가 괜히 너한테까지 걱정을 끼친 모양이로구나. (바느질감을 밀어놓으며) 나도 잠을 청해볼 테니 그만 건너가 보거라. (사이) 어서...
오씨 예......
오씨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조모는 그러고도 한참동안 넋을 잃은 채, 빗소리를 듣고 있다.
조모 (E)우리 맏손주... 어디서 뭘하고 있을꼬?
# 16 밤길
혼마찌 거리다.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비는 계속해 퍼부어 대고 있다. 깊은 밤이라 인적이 드물다. 누군가 우산을 쓰고 그 곳을 지나쳐 오고 있다.
# 17 혼마찌깡 앞
저만치 대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사내들이 보인다. 골목 어귀에서 우산을 쓴 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한이다. 우산을 접어 던지고 복면을 꺼내 얼굴에 쓰고는 건물 뒷 쪽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다.
# 18 동 마당
두한이 담 안쪽을 보고 있다. 사내 둘이 한가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시바루가 우산을 쓰고 주변을 경계하며 지나치자 사내 둘이 깍듯이 예를 취한다. 시바루, 끄덕이며 그 인사를 받는다. 그 안채 쪽에 불빛이 밝다.
시바루 오야붕께서 아직 안 주무신다. 경계를 서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라.
사내들 하이..
다시 주변을 살피고 안채 쪽으로 간다. 사내들도 서로 주변을 경계하며 다시 경계를 도는 듯 돌다 양쪽으로 사라진다. 두한은 그 틈을 노렸다. 고양이처럼 사뿐히 담을 타고 넘는다. 눈빛을 빛내며 주위를 살피더니 소리 없이 건물 안으로 순식간에 스며들어간다.
# 19 동 집 안
하야시가 책을 보고 있었다. 몇 장을 더 넘기다가 하품을 한다. 빗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사야꼬 여보, 시간이 많이 되었어요.
하야시 그렇구먼. 나는 이 일본 사무라이에 관한 책만 손에 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단 말이오. 허허허... 늦었구려, 잡시다.
하야시가 불을 끈다. 작은 불빛만 남고....
# 20 동 집 안 복도
제법 큰 집이다. 두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복도에서 이방저방을 살핀다. 그러다가 한쪽을 본다. 안채 방이다. 하야시가 있음직하다. 잠시 끄덕인다. 그쪽으로 다가가면...
# 21 동 집 하야시의 방
하야시와 그의 부인 사야꼬가 잠을 청하고 있다. 슬그머니 문이 열린다. 하야시가 눈을 뜬다. 일어서며 벽의 검을 잡으려는데 동시에 문이 닫히며 그림자가 더 빠르게 접근해 붙었다.
두한 쉿... 조용히...
하야시 누군가?
두한이 손에 신문지를 말아들고 목 쪽에 대고 있다.
두한 조용히 해라. 떠들면 목에 상처가 날 것이다.
사야꼬 (깨어나며 경악) 누, 누구...
하야시 (침착하다) 괜찮소. 침착하시오.
사야꼬 ...........
두한 조선 땅에 들어와서 돈을 많이 벌었다지?
하야시 .........
두한 그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하야시 필요한 게 돈이냐?
두한 그렇다. 현금으로 오천원을 내놓아라.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라. 어차피 그 돈은 조선 땅에서 나온 것이니까.
하야시 좋다. 돈은 주겠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아는가?
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너희 집을 택한 것이다.
하야시 참으로 대담한 자이구만. 소위 말하는 독립군인가?
두한 그렇다고 해두지.
하야시 그 말은 무슨 뜻인가?
두한 더 이상 알 것 없다. 어서 돈을 내놓아라.
하야시 부인... 돈을 가져오시오.
사야꼬가 덜덜 떨며 한쪽에 있는 서랍(혹은 금고)에서 돈을 꺼내 가지고 온다.
하야시 이 자에게 건네주시오.
사야꼬 예.. (떨리는 손으로 돈을 건넨다)
두한 (받아서 품안에 쑤셔 넣고) 소리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은 아니니까. 알겠나?
하야시 그렇게 나가면 무사히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날 인질이라도 삼아야 할 걸..
두한 .......? 소리치면 당신 부하들만 다쳐.
하야시 과연 그럴까?
두한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을 거다. 기회가 닿는다면 술 한 잔 정도는 사도록 하지.
두한이 그렇게 말하고 태연하게 걸어나간다. 하야시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사야꼬 여보....?
하야시 .........
# 22 동 마당
두한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그때 갑자기 온 집 주변 건물과 마당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정원을 서성거리던 하야시의 부하들이 놀라며 건물을 돌아본다. 두한이 순간적으로 한 귀퉁이에 몸을 숨긴다. 사내들이 사방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온다.
사내들 (일어) 기습이다......침입자가 있다......
시바루도 달려온다. 두한이 담쪽으로 재빨리 움직이는데 그 모습을 사내들이 보았다.
사내1 저기다. 저 놈이다.
그들이 달려드는데 옆쪽에서 또 다른 무리가 달려든다. 두한이 신문지를 꺾어 바닥에 버리고는 달려드는 놈들을 순식간에 때려눕힌다. 그리고 놀라운 점프력으로 단숨에 담을 넘는다. 시바루가 달려왔으나 이미 늦었다.
시바루 쫓아라!
부하들이 문으로 우 몰려간다.
# 23 동 밖 거리
두한이 골목골목으로 도망가고 있다. 뒤에서는 하야시의 부하들이 쫓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한이 기역자로 꺾여져 있는 어느 골목을 도는 순간, 순찰을 돌던 일본 순사들과 마주친다. 순간 멈칫하는 두한.
순사1 뭐야? 강도가 아닌가? 잡아라!!
두한이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나려는데 기역자 골목 저 편에서 하야시의 부하들이 달려오고 있다. 일순 당황스러워 하던 두한이 다시 뒤돌아 달려가면서 몸을 솟구쳐 양발로 순사들을 일시에 강타하고 그대로 달아난다. 하야시의 부하들이 골목을 돌아 왔을 땐 두한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다. 시바루가 널브러진 순사들을 보며 낭패한 표정을 짓는다.
두한이 숨을 헐떡이며 광교를 건너고 있다. 이미 복면은 벗은 채다. 뒤를 돌아보면 쫓아오는 사람들은 없다. 두한이 잠시 멈춰 서서 광교 아래의 거지촌을 본다. 그곳은 불이 꺼져 있다. 품안에 있는 돈이 무사한지 만져보는 두한.
두한 (E)이건 강도 짓이 아니야. 아버님도 예전에 독립자금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하신 적이 있다고 했어. 다를 게 없는 거야. 조선의 처자를 이론 놈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거야. 그래.. 잘 한 거야.
그 모습에서 길게 디졸브 되면....
# 25 종로 경찰서 외경(낮)
전화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리고 있다.
# 26 동 안
오무라가 받아서 미와에게 수화기를 건넨다.
오무라 혼마찌 파출소에서 걸려온 전홥니다.
미와 혼마찌? (받아들며) 나 미와 경부요. (사이) 강도사건? 그런 걸 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여긴 고등계야. (사이) 뭐, 불령선인?
오무라와 문달영, 김태서가 놀라며 미와를 본다.
미와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 강도가 든 집은 누구의 집인가? (사이) 하야시...? 하야시라면 혼마찌깡의 오야붕이 아닌가? (사이) .....응... 응... 그렇게 하지. 의심나는 점이 있으면 연락하도록 하고..
전화를 끊는다.
오무라 독립군은 뭐고 강도 사건은 또 뭡니까? 그리고 하야시라니요?
미와 간밤에 하야시상의 집에 강도가 든 모양이야. 혹시 독립군들의 소행이 아닐까 해서 협조 요청을 해 온 것이야.
문달영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단순한 강도라면 어떻게 감히 하야시상의 집을 털겠습니까? 간이 배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김태서 그러게 말입니다. 누군가 잠입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미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조선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어. 그리고 아직까지 독립군이 잠입했다는 정보는 없었어.
오무라 어째 됐든 하야시상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데요. 야쿠자 오야붕의 집이 털렸다니.. 이거야 원..
미와 바로 그게 문제야. 하야시상이 수사에 전혀 협조를 안 해서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이야.
# 27 혼마찌깡 회의장
부하들이 양편으로 무릎을 꿇고 도열한 가운데 하야시가 정 중앙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다.
가미소리 죽을죄를 졌습니다, 오야붕. 모두 제 잘못입니다.
시바루 경호업무는 제 소관입니다. 저를 처벌해 주십시오.
하야시 이미 우리 혼마찌깡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누가 책임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 생각하나?
시바루 ..........
하야시 강도가 들어올 수 있게 한 것도 잘못이지만 그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한 것이 더욱 큰 잘못이다. 세상 사람들이 이 하야시를 얼마나 조소하겠는가?
시바루 ..........
하야시 하지만 이번 일은 덮어두겠다. 나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 지나친 방심이 부른 일이야.
모두들 하이, 오야붕.
하야시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지만 종로로 진출하는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바로 오늘 저녁, 종로에 첫발을 내딛는 개업식이 있을 예정이다. 모두들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라.
모두들 하이, 오야붕.
하야시 그리고 한편으로는 선을 넣어 은밀히 범인을 찾도록 해라. 침입한 놈은 반일의식을 가진 것은 분명하나 결코 독립군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강도는 더더욱 아니고... 어떻게든 놈을 찾아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모두들 하이, 오야붕.
# 28 국밥집
두한과 김영태들이 아침을 먹고 있다. 문영철은 영 입맛이 없는 듯 의미 없는 수저 질만 하다가 수저를 내려놓는다.
김무옥 그게 다 먹은 거여?
김영태 더 먹지 그래, 왜..?
문영철 드시고 나오십쇼.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일어서려는데)....
두한 잠깐만, 거기 앉아봐.
김무옥 워매.. 워매 진짜 돈이여!
김영태 ........?
문영철 어떻게... 된 거야? 이 많은 돈이 갑자기 어디서 났어?
두한 줏었어.
문영철 줏어...?
모두들 ........?
두한 사람들 본다. 어서 넣어둬라.
문영철 .....이거..정말 받아도 되는 돈이야?
두한 그렇다니까.
두한이 태연하게 국밥을 다시 먹는다. 김영태가 묘하게 본다.
김무옥 싸게 넣어. 어떤 돈이든 뭔 상관이여? 아 언능..
문영철 (눈시울이 핑 돈다) 고맙다.. 고맙다, 두한아..
두한 어서 가봐. 아이란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주머니, 여기 깍두기 좀 더 주세요.
문영철 고맙다. 그럼 다녀올게.
문영철이 그렇게 얘기하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아주머니가 깍두기를 갖다준다.
두한 고맙습니다.
김무옥 도대체 언제 나가서.... 워디서 저 많은 돈을 구한 거여?
두한 밥이나 먹어.
김무옥 어떻게 된 것이여? 정말 주은 것이여..? 정말이여...?
김영태 .......나도 궁금하다네. 간밤에 어딜 다녀왔나?
두한 그냥 바람쐬고 왔습니다. 그렇게 아십쇼.
계속 국밥을 먹는다. 그러나 김영태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 29 우미관 앞 광장
건장한 사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뭉치와 상하이, 제비가 우미관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내1 서대문에서 왔습니다.
사내2 저희들은 시구문에서 왔습니다.
뭉치 반갑다. 나 우미관의 뭉치다.
사내1 알고 있습니다, 형님.
뭉치 그래...? 허허... 나를 알아본다니 반갑구만.. 제비야, 애들 데리고 가라..
제비 알았수. 다들 따라와.
사내들이 대답하고 제비를 따라간다.
상하이 이만하면 애들은 충분한 거 같고.. 이제 언제 치느냐만 남았구만..
뭉치 상황을 좀 지켜봐야지.. 큰형님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쪽수가 많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
상하이 그 자식한테 너무 겁먹은 거 아니야?
뭉치 건방 떨지마. 나만 당한 게 아니라 신마적도 당했어. 놈들이 방심할 때를 노려야 돼. 기왕에 치는 거라면 확실하게 끝을 봐야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말이야.
상하이 .......? 그래, 그건 니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들 앞으로 하야시의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와서 선다. 그리고 차에서 미우라가 내린다. 사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상하이 오, 미우라 상이 아니시오?
미우라 예, 구마적 오야붕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상하이 그렇소. 함께 가십시다.
상하이와 미우라가 우미관 안으로 들어간다.
뭉치 (보다가) 저 자식, 그 동안 쪽발이가 다 됐구만.. 허 이거야..
# 30 동 사무실 안
구마적이 반갑게 미우라를 맞는다.
구마적 하하하.. 어서 오게. 미우라군. 이리로 앉게.
미우라 (앉으면).........
구마적 그래, 무슨 일로 왔는가?
미우라 오늘 저녁에 종로에서 개업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구마적 오야붕께서 그 자리에 왕림해 주시기를 청하러 왔습니다.
구마적 오! 오늘이 개업식인가? 허허 벌써 그렇게 되었구만. 가야지. 열 일을 제치고서라도 가야지.. 하야시 아우님도 물론 참석하겠지?
미우라 예, 그렇습니다.
구마적 그래.. 간만에 하야시 아우님 얼굴도 보고.. 술도 한 잔 마셔야겠네. 허허허..
미우라 한데.. 혹 무슨 바쁜 일이 있으신 건 아닌지...?
구마적 응.....?
미우라 오다가 보니까 건장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요.
구마적 그래? (상하이에게)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