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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25일 (금), 맑고 더움
사랑하는 아들 보아라 ! 연일 계속되는 한낮의 무더운 날씨에 힘겨운 훈련을 받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이번 주에는 너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지를 쓴다. 몹시 보고싶다. 불편한데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눈앞에 아른거린다. 피부 상태가 어떤지, 식사와 체력 상태 등은 양호한지 모두 궁금하구나. 오늘은 학교에서 책을 통해서만 공부했던 6.25동란이 일어난지 49돌이 되는 날이구나. 이제 군인이 된 너에게도 매우 뜻깊은 날이며, 부대에서도 어떤 행사가 있었을 것만 같구나. 특히 군법당에서는 전란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가 꽃다운 청춘에 산화해 가신 호국 전몰 장병들을 위해 천도재(薦度齋) 또는 위령제(慰靈祭)같은 행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아버지의 짐작일 뿐이다. 만약 그런 행사 의식이 있었다면 참석 여부도 궁금하다. 물론 처음으로 해보는 것일테니 말이다.
아들아! 이곳 집안 식구들은 모두 평안하단다. 오늘 저녁에는 이모부, 이모랑 식사를 같이 하면서 주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했듯이 네게는 몹시 힘들고 지루하고, 그리움의 연속인 하루하루이겠지만, 그래도 내일이면 4주 차 교육을 마치고 소정교육의 종반으로 접어드는구나.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앞으로 2주 정도만 잘 마무리 하면 조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적응능력도 지금까지 보다는 더욱 강해지리라고 생각된다. 어떤 소임이 맡겨지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순응하면서 이것이 현재의 나의 생활, 나의 일과로 생각하고 항상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당부한다.
참, 내일 토요일엔 누나가 유치원에서 계속 행사 관계로 고생했다고 홍천 방면 무슨 콘도로 1박 2일 단합 대회 겸 휴가 차 선생님들 모두 함께 떠난다는구나. 누나로부터는 한 통의 편지도 받지를 못해서 섭섭해할 것이라며 누나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더구나. 바쁜 행사가 모두 끝나고 나면 누나가 편지를 보낸다고 했으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거라. 누나도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 초년생이라, 역시 아버지가 보기에 너무나 안쓰럽기만 하다. 연륜을 쌓아야 누나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 같구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지내도록 하자꾸나. 지금은 맘이 편안하단다. 편지를 주고 받고, 사진도 보내오고 해서 안심한다. 서울에도 낮에는 한여름이고 밤에는 선선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한데 네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니? 아무쪼록 날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건강 조심하고 편안한 날들이 되기를 합장 기원하며 이만 줄인다. 99. 6. 25. 자정에 -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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