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문학동네)
중년 아줌마의 스무 살 청춘 회상
80년대 20대를 보낸 우리들의 초상 '공선옥식 대중소설'로 풀어
“이건 내 방식의 대중소설이에요.”
지난 2월 만났던 공선옥 작가는 연재 중인 작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이렇게 소개했다. 마흔이 훌쩍 넘은 중년의 아줌마가 회상하는 풋풋한 스무 살 청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60년대 전라도에서 태어나 80년대 스무 살을 맞은 주인공 해금은 작가 공선옥과 닮은 꼴이다.
“80년대 20대를 보낸 사람들의 초상이죠. 제 경험이 녹아있어요.”
‘언젠가는 써야지’ 했던 이 글을 인터넷에 일일 연재를 하면서 시작됐다. 신간은 지난 1월부터 5월 14일까지 문학동네 독자 커뮤니티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할아버지는 첫 손녀의 이름을 순할 순(順)에 비단 금(錦)을 붙여 순금이라 해놓고 그 다음부터는 아예 비단 금자는 고정시켜놓은 채, 둘째는 곧을 정(正), 셋째는 꽃부리 영(英)까지 옥편 찾는 성의 정도는 보이시더니 내가 태어나고 아버지가 또 딸입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요, 하자 대뜸 그러셨다는 것이다.
“니무랄 것, 암꺼나 허라고 혀.”
아버지는 내 이름을 ‘암꺼나 해’자에 비단 금, 해서 해금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고모한테 들었다>(20쪽)
언니들에 비해 예쁘지도, 공부를 잘하지도,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는 해금은 경애, 승희, 정신, 태용, 승규 등 또래와 함께 풋풋한 젊음을 만끽한다. 해금은 대학을 떨어지고 집에서 보내주는 타자 학원도 빼먹고, 그나마 고모가 가르쳐 주던 의상실 일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지만 그녀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다.
대학생이던 친구는 공장에 취직하고, 아빠 없는 친구는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때로 죽음을 맞기도 한다. 물론 생각 만해도 가슴 떨리는 첫사랑이야기도 담겨있다. 작가의 말대로 ‘공선옥 식의 대중소설’인 셈이다.
<제목을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제목을 빌려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했다. (중략) 그 시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말하자면 이 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말하자면 스무 살 시기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이야기다.>(‘연재를 시작하며’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펼쳐지는 작가의 이야기에는 낭만이 담겨 있다. 조금은 무모하고 유치하고 촌스러웠던 해금은 지난 시절 우리들의 초상일터다. 해금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깔깔거리고, 눈물짓고, 한숨짓고, 가슴 설레다 책장을 덮으면 긴 여운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