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백두대간 출진 구간은 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으로 우리나라 최대 스키장인 용평리조트가 있는 발왕산 부근의 고루포기산과 능경봉 등을 탐험하는 구간으로,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의 경계를 이루며 남한강의 지류인 동강으로 흘러가는 송천과 동해로 흘러가는 남대천과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종주거리는 총 13km이고, 소요시간은 점심식사 포함해서 8시간정도 예상되었고, 참석대원은 22명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우리가 진군해야할 구간이 강원도라서 부득히 1, 2월은 대간 출진하지 않고 방학을 하기로 결정하고 휴식기를 가졌다. 3개월만에 맞이하는 출진으로 모두들 부푼 마음으로 무박산행을 위해 밤 12시 청사에 모여 버스 리무진에 몸을 싣고 휴식을 위해 잠시 눈을 붙였다.
올해에는 기나긴 5년여 동안 출진했던 백두대간의 남한구간을 마감하는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예정대로만 진행된다면 9월에는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산제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그동안 명쾌하게 우리 대간팀을 이끌어 오던 황성호총무께서 개인사정으로 부득히 총무직을 나한테 물려주었다. 마니 부족하고 낮설은 내가 이 막중한 임무를 잘 해낼 자신이 없어 고사하였지만 대안이 없다는 말에 힘 닫는데까지 하기로 결정하였다. 회장님이하 모든 대원들이 베테랑들이니 서로 협력하고 상의하여 아름다운 백두대간 마무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고자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해 본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황총무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벽 밤을 가르며 달리던 리무진 버스는 4시 20분경 마침내 오늘의 출발지인 닭목령에 멈추어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장비를 갖추어 버스에서 내렸다. 닭목령의 저장창고 앞마당에서 김천희대장의 구령에 맞추어 간단하게 스트래칭으로 찌뿌둥하던 몸을 풀어 주었다. 스트래칭 후에 백두대간 닭목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을 찍고 힘차게 각자 대원끼리 하이 파이브하며 헤드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어둠 속을 걸어갔다.
칠흑같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히 뿌려져 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환상적인 별빛에 잠시 넋을 놓고 올려다 보았다. 상쾌한 강원도의 밤공기와 더불어 예쁜 별들을 보니 멍하던 머리도 맑아지고 기운이 솟았다. 한동안 임도를 따라 진행하는데 군데 군데 잔설이 남아 있고 고냉지 채소밭을 지나 다시 임도에서 능선을 타기전에 대원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대간 산행이 진행되었다. 등반로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에 밟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5시40분경 등반을 시작한지 1시간정도 지나니 등에선 촉촉하게 땀이 나서 따스하게 느껴졌다. 잠시 휴식을 가졌는데 등반로 옆에 마련된 평상에 막걸리와 배추고갱이를 안주삼아 한잔하니 목넘김이 시원하고 맛 또한 꿀맛이었다. 6시경 왕산제1쉼터를 지나니 어렴풋이 동이 터서 헤드랜턴이 필요없을 만큼 밝아지고, 서녘 하늘엔 어여쁜 손톱달이 수줍게 미소지었다.
6시40분경 왕산제2쉼터에 도착하니 동녘에선 붉게 해가 솟아 산위에서 해돋이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멋지게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솟는 해를 바라보며 올해 우리 대간팀이 무사히 안전하게 완주하기를 기원하였다. 또한 고3인 큰딸도 공부 잘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를 빌었다. 왕산제2쉼터에서도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김천 서희숙님이 싸온 장떡과 멸치, 배추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한잔씩하고 단체 인증샷도 찍었다.
아직도 대간 능선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쌓여서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빠지곤 했다. 다져진 눈위를 살살 걸어가다가 무심코 눈속으로 푸욱 빠져 부상 위험도 있었지만 폭신 폭신한 눈에 등산화가 닿는 촉감은 기분 좋았다. 평이하고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사뿐 사뿐 걷다보니 어느새 7시30분경 오늘의 최고봉인 고루포기산 정상(1238m)에 올랐다.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평창군 왕산면 대기4릴 고루포기(안반데기)와 평창군 대관령명 횡계리, 수하리 삼각 경계지로 왕산명 기기리 주민들이 이 산을 넘어 횡계리로 출입하였단다. 고랭지 채소 주산지이며 왕산면에서는 제일늦게(1967년) 마을이 생긴 곳이란다. 다복솔이 많아 고루포기라 행해졌다고 하며, 이곳에는 고로쇠 나무도 많단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으로 북쪽으로는 선자령, 곤신봉, 매봉,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대관령 일대의 산들과, 서쪽으로는 발왕산, 박지산을, 서남쪽으로는 노추산, 옥녀봉, 남쪽으로는 서득봉, 화란봉, 석병산을, 동쪽으로는 강릉시에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탁트인 강원도 겨울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란다.
환상의 조망인 고루포기산을 정점으로 하산길은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 길이었다. 8시경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신 재생에넌지 시대 진입을 알리는 풍력발전단지와 삼양목장, 양떼목장 등이 영동고속도로우픅에 위치하며 좌측은 통일신라시대 명주(지금의 강릉)에 속하였으나 행정변화를 거듭하여 1931년 평창군으로 이관된 대관령면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여주는 곳에 설치해 놓았다. 이곳의 조망 또한 고루포기산 못지 않게 멋져 가슴이 탁 트였다.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라 아침 식사를 해야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전망대를 지나 비탈에서 몇몇이 옹기종기 모여서 다정하게 도시락을 먹었다. 우리는 능선위 눈밭에 자리를 잡고 반주로 빼갈도 한잔하면서 맛난 아침밥상을 차렸다. 아침밥을 먹고는 오영덕대장, 서희숙님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인생 경험과 아이들 교육 등과 산행하면서 겪었던 추억담을 들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하였다. 엄홍길대장과 산에서 다큐를 찍을 만큼 전문 산악인이면서 세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로, 야생의 남편을 만나 얌전하게 조련한 뚝심의 여걸 인생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니 지루한 줄 모르고 감탄하며 웃으며 즐겁게 걸어갈 수 있었다. 참으로 멋진 인생을 산다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도 행복한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9시20분경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1터널 구간 위를 지났다. 대관령 1터널은 연장 1800m이며, 고속국도 제50호 영동고속도로 횡계~강릉간 대관령 구간 21.9km의 신설공사로 인해 평상시 40분, 눈이 올때 3시간 이상 걸렸던 구간이 15분으로 단축되었고, 대관령의 고질적인 폭설에 대비하기 위해 염수약액 살포장치 등과 같은 액체분사식 첨단 제설시스템을 설치하여 건설되어 겨울이면 되풀이되는 폭설로 인한 교통문제를 해결하였단다.
10시30분경 행운의 돌탑을 지나면서 나도 이 돌탑에 돌 하나를 쌓으면서 올 해엔 모든 일이 술술 다 잘 풀리기를 빌었다. 행운의 돌탑에 새겨진 표지판의 글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행운의 돌탑.... 우리들의 선조들은 험한 산길을 지날 때 마다 길에 흩어진 돌들을 하나씩 주워 한 곳에 쌓아 길도 닦고, 자연스럽게 돌탑을 만들어 여로의 안녕과 복을 빌며 마음으로 나마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의 풍습을 오늘에 되살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백두대간인 이곳을 등산하은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고자 여기에 행운의 돌탑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지나실 때마다 이 돌탑에 정성을 담은 돌 하나을 쌓으시고 백두대간의 힘찬 정기를 받아 건강과 행운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10시40분경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능경봉 정상(1123m)에 도착했다. 능경봉은 고양이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날씨가 좋으면 멀리 울릉도까지 볼 수 있는 정도란다. 오늘 또한 능경봉에서 조망은 파아란 하늘과 더불어 찬란하였다. 때마침 리위로는 이곳이 하늘길인듯 연신 제트 비행기가 파란 하늘에 희고 긴 꼬리구름를 내품으며 빠르게 지나갔다.
11시30분 능경봉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하산하여 동해, 영동고속도로 준공비가 세워진 대관령에 도착했다. 우리팀은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모든 산행을 마쳤는데 준공비 옆 공터에선 이제 산행 시작을 알리는 시산제를 올리는 팀이 눈에 들어왔다. 대관령 휴게소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었고, 광장에는 우리가 타고온 리무진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황태덕장이라는 황태전문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하였다. 반찬도 깔끔하고 황태해장국도 본 고장에서 맛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별미였다. 반주로는 오늘 처녀 출진하신 이창희님께서 신고주로 가져오신 미얀마 럼주가 맛깔 났으며, 막걸리와 10년숙성소주 오크젠도 곁들였다. 늦게 시작했지만 완주를 약속한 이창희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즐건 산행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산행은 대전에 오후 4시경 도착할 만큼 일찍 귀환하였다. 올해 첫 출진으로 출진구간도 짧고 완만하여 대원들 모두 여유로운 산행이 되었고 워밍업했다고 생각한다. 다음부터는 제대로된 빡신 대간출진이 이어지겠지만 봄 바람과 더불어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백두대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