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 연해주 거대농장 잡은 까닭 |
|
옛 소련 영농지 사들여 2 억 2천만평 농토 경작 |
|
|
|
|
▲ 대순진리회가 경작하고 있는 러 연해주 농토 전경 ©브레이크뉴스 | 대순진리회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러시아연방 연해주의 집단농장을 매입(개인소유 제도가 없으므로 50년간 농지사용 계약)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간 연해주 아누친스키군의 젬추쥐느 농장-코르닐로프카 농장, 뽀그라늬친느군의 루비노브카 농장, 항카이스키군의 멜구노프카 농장-일린카농장-아방가르드 농장 등 5만3천8백28ha(1헥타아르=3천 평)를 인수했다. 지난해말까지 항카이스키군의 페트로브카 농장, 뽀그라늬친느군의 네스데로브카 농장, 나테친스킨군의 한마당농장, 핫산군의 핫산농장 등을 인수함으로써 총 7만3천4백8ha를 경작할 수 있는 경작권을 확보하였다. 연말이면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농장규모는 2억2천만 평. 서울 여의도 규모의 2백2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남북한 인구를 7천만 명으로 계산할 때 한 사람당 3평씩의 농토를 분배해 줄 만한, 어마어마한 농지다. 지난 9월15일부터 19일까지 현지 취재한 기자는 차를 타고 4일간 대순농장을 둘러봤으나 겨우 일부분만을 보는 데 그쳤다. 지평선(地平線)의 농토,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토종 민족종교인 대순진리회는 왜 연해주에 진출, 한국문화의 영토(領土)확장에 나섰는가? 이를 현지르포 한다. 한국의 해외이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03년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의 농사 이민이 주목을 받는다. 이 농사 이민이 미국 이민의 첫 시작이었다. 그러나 연해주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맞닿아 있는 연고로 한때 역사 속의 우리 땅이기도 했다. 고려인들이 이곳에서 활약해 온 역사는 깊다. 그러나 가깝게는 1937년 소련 스탈린 시절 연해주 한인들의 강제이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고려사람들(까레이스끼)은 대대로 개간해서 농사를 짓던 연해주 일대의 옥토(沃土)를 빼앗기고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이주당했다. 그런 점에서 연해주는 고려인들의 한(恨)이 서린 역사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근세 한인들의 한 서린 땅인 연해주에 대순진리회가 러시아 연방 연해주 정부와 50년 장기계약으로 대규모 농장을 매입,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옛 소련이 포기한 땅 경작 나서
대순진리회는 2000년 연해주에 첫 진출한 이후 벼, 밀, 콩, 감자, 배추 등의 작물들을 경작해 오고 있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이자 대국(大國)이었던 옛 소련(蘇聯)은 연해주 농장의 영농을 국가산업으로 육성시켰다. 공산주의의 이상향으로 만들어 갔다.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평야가 이어지는 널따란 평야지대인 이곳에 집단농장의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다. 비행기, 콤바인, 트랙터 등 갖가지 현대화된 농업기계를 투입해서 농사를 짓는 환상의 농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농장경영에서 사유재산을 인정치 않는 공산주의 노선은 이 농장지대의 경작을 중단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농사로서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저 이 농장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말하자면 연해주 영농은 옛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마저도 농장경영을 포기함으로써 거대한 평야지대가 잡초로 가득한,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졌던 것이다.
이런 연해주에 대순진리회가 발을 디뎌 죽어 있는 농토를 살리고 있다. 대순진리회는 이미 매입한 5만3천여ha 가운데 올해 6천7백ha를 경작했고, 내년엔 1만ha로 늘린다고 한다. 버려진 농토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옛 소련 집단농장에 속해 있던 이들은 일손을 놓고 10여 년 간이나 국가가 주는 최저생계비로 생활해 왔다. 그러나 대순진리회가 농장을 인수한 이후 그들은 희망의 농사일을 다시금 시작했다. 녹슨 기계들에 기름을 치고, 허물어져 가는 농장 부대시설들을 정비하고, 묵혀 두었던 농사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순진리회가 연해주에서 ‘러시아판 새마을운동’을 이끌고 있다고나 할까?
|
▲ 러 연해주 대순리진리회 영농 본부 전경 ©브레이크뉴스 | 대순진리회는 연해주 대순농장의 영농책임자로 고종석 선감을 파견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고 선감을 비롯한 40여 명은 밤낮없이 농사일과 영농시설 수리에 매진하고 있다. 연해주 현지에서 채용된 종사원 5백여 명(일용직 포함)과 함께 자본주의식 영농법으로 영농지를 확대해 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에서 파견된 대순진리회 도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얻은 수확은 현지농장보다 그 소출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전통적인 연해주 집단농장에서 얻은 수확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옛 소련 집단농장에 소속해 있다가 대순농장의 일을 하고 있는 그 지역의 농민들은 이 사실을 의아해하면서 한국식 농사법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다.
대순농장은 농장의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 소출은 낮다. 지금은 트랙터, 콤바인 등 농사 장비와 종자들의 구입, 휴식해 온 농토의 가동에 주력하고 있어서이다. 영농시험을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란다.
거대한 국가였던 옛 소련마저 지출에 비해 수입이 형편없어 버려야만 했던 거대한 연해주 집단농장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한국에서 진출한 대순진리회는, 연해주 정부로 봐서는 이국(異國)의 종교단체이다. 또한 대순진리회 도인들은 연해주 현지인들에겐 낯선 이방인(異邦人)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순진리회 연해주 농장은 성공의 기틀을 하나하나 닦아가고 있다. 그 비결의 진수는 아직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나 열심히 일하는 동기(動機)를 불어넣는 자본주의식 경영법과 죽은 땅조차 살려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과 영혼을 살리려는, 대순진리회의 믿음인 상생신앙(相生信仰)의 결과인 듯하다. 보이지 않는 종교심으로 무장(武裝), 성(誠)과 신(信)을 다하는 신앙심이 폐허의 땅을 상생(相生)의 땅으로 바꾸어가고 있는 듯했다.
미래한국 국가이익에 기여
한국의 토종 민족종교인 대순진리회는 그간 종합대학인 대진대학(경기도 포천)과 종합병원인 제생병원(경기도 분당), 호텔식 시설의 무료양로원인 골든벨리와 50년 역사의 보육원인 우리집, 최신시설의 요양원(경기도 여주), 65억원을 들여 신축해 개원을 앞둔 함현상생종합사회복지관(경기도 시흥) 등 대사회 교육·의료·봉사기관을 운영해 온 거대(巨大) 종교다. 한국 가톨릭재단의 사업에 버금가는 대사회 복지·의료·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순진리회가 그런 대사회 봉사를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타종교가 그런 사업을 기획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실천했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남보다 앞선 종교사업의 의미가 사업 시작할 때는 미미했지만 현재에 와선 부각되고 있어서이다.
마찬가지로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영농사업 진출은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제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문가들 중에는 국제금융세력이나 투기세력들이 오일을 부(富)의 축재수단으로 삼아 국제적 분쟁을 일으키듯이 식량을 사업무기로 활용할 때가 곧 오리라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기자는 차에 탄 채 4일간이나 연해주 일대 대순농장을 눈이 시리도록 둘러봤다. 그럼에도 농장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았을 뿐이다. 이런 시각에서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영농사업 진출을 보았을 때, 이 농장은 미래 한국의 국가이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대순농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 수레바퀴가 어디를 향해 굴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유종 종무원장은 알고 있겠지만.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대순농장은 현재 2억2천만 평 중 극히 일부 농토만을 경작하거나 사슴, 돼지, 소 사육지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순농장은 특용작물 재배의 시험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상추·무·배추·감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단호박도 재배시험 중이다. 거기에다가 약초, 버섯, 인삼 등의 재배도 시험할 계획이다. 이런 특용작물을 광활한 농지에 재배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수익기대는 물론 이 특용작물을 섭취하는 이들의 건강증진에의 기여도도 높을 것이다. 일종의 인류 구제사업인 셈이다.
2억2천만 평에 한국 인삼(人蔘)을 심어 평당 6뿌리만 캐더라도 66억 인류 모두에게 두 뿌리 이상의 인삼을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대순농장의 미래에의 기대는 크다고 하겠다.
연해주 정부는 대순진리회의 요청으로 한우 씨앗 소를 수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한우가 연해주의 대순농장에서 방목(放牧)되어 한우 소고기가 세계로 수출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연해주 대순농장 진출의 막후 주인공은 대순진리회의 이유종 종무원장(66)이다. 이 종무원장은 시골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 농사를 지어본 경험자이다. 또한 땅은 거짓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좋아하는 이 종무원장은 대순진리회를 창설한 박한경 도전이 화천한 이후 종단의 최고책임자로서 종단을 치리해 왔다. 그뿐 아니라 대진대학, 제생병원, 고아원·양로원 종합복지시설, 시흥 상생종합사회복지관 등 대사회 교육·의료·봉사기관을 설립하고 이끌어 온 주역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영토 러시아에 확장
연해주 대순농장은 지난해 8월19~20일 고등법원의 결정문에서 판결한 것처럼 현재 여주도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정대진·윤은도측에서 첫 계약을 했으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자 국가의 공신력과 종단의 신의를 위해 그 사업을 인계했다고 한다. 이유종 종무원장과 종단 간부들, 도인들은 연해주 대순농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종단의 발전과 해외 포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국가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종교의 해외 농지경작이 애국(愛國)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한국 종교는 국내적으로 볼 때 답보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종교인 대순진리회는 해외로 눈을 돌려 러시아연방 연해주에 거대한 농지를 확보, 농지경작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면서 발전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유종 종무원장은 “농사 짓는 일이 좋아서 연해주에 진출했습니다”면서 “그러나 북한-연해주-시베리아로 연결되는 철로가 운행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머잖아 중국도 쌀을 수입해야 하는 쌀수입 국가로 바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연해주의 대순농장이 어떻게 종단과 국가에 기여하는지를 알게 될 것 같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농장경영 진출은 한-러 외교관계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점도 있다. 옛 소련이 공산주의 종주국 시절 한-소관계는 적대적 관계였다. 그러나 한-러 교류·협력이 증진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한-러는 “멀지만 가까운 이웃나라”로 변모·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한-러 양국은 자국의 문화를 교류·협력하는 행사가 빈번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해주의 대순농장은 한-러 간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두 국가의 ‘접착제 역할’을 속행(速行)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自國)의 좋은 문화를 우방국으로 확장하는, 문화영토를 확장하는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연해주의 대순농장은 한국의 문화영토를 러시아로 확장시킨,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는 것을 현지취재로 확인할 수 있었다. moonilsuk@korea.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