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제게 전생이 있었다면 세상에 대한 빚이 많은 것 같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던 고아원이라는... 머리 속의 선입견으로는 고아라는... 근본적 가족 상실로 인한 깊디깊은 비애와
치열한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런 비애들이 조금씩 비행으로 자라나고... 그렇게 가족상실이 사회에 대한 반항
으로 깊어지면서 일반아이들과 알 수 없는 괴리같은 벽이 세워지는... 그 오래 묵은 혼자만의 슬픔을 우리는
고아라는 하나의 범접할 수 없는 단어로 묶어두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태균이를 기르면서 늘 꿈꾸어왔던 것들이, 때맞춰 선물 잔뜩 사들고 아이들을 방문하고 즐겁게 지내다
오는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태균이가 하도 세상배우기를 어려워하고 그러면서 떼둥이 왕자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 기부금이라도 내고 이런 시설을 보내볼까 머리 속으로 계획만 잔뜩하고 살아온 세월이 훌쩍 25년이네요.
상주보육원과의 인연은 아무래도 대구지사를 만들면서부터입니다. 대구지사를 만들면서부터 참으로 좋은 인연
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상주보육원 역시 제 머리 속의 많은 계획과 실천목록들을 드디어 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입니다. 상주보육원은 6.25 전쟁 당시 굶주리는 많은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한 독지가의 노력으로 시작
되었으며, 이제 그 분의 자제가 그 뜻을 이어받아 교사직도 포기하고 많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세월이 수십년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상주보육원에 입소한 한 아이...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 밑에서 기막힌 사연을 갖고 태어난 태일이라는 해맑은
아이덕분에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태일이 엄마를 자청한 상주보육원 간호팀장님은 태일이가 갖고 있는
이상한 행동과 일반 성장에서 벗어난 문제행동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발달장애'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때로 이런 행동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태일이 뿐이 아니라는 것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느 부모들처럼
태일이 엄마는 태일이에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똑같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발달지연적 요소를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좀더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꼭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그 노력의 하나 하나에, 모두 부모 이상의 애정과 진심이 들어있습니다. 오히려 진짜 부모이기에 하지 못하는
혹은 대충하기 일쑤인 그런 노력조차 정성을 기울려 시도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 날씨도 화창한 월요일 오후... 상주보육원에 갔습니다. 태일이를 위한 자리였지만, 또 다른 태일이 그리고 보육원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모든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이런 자리를 후원하신 분은 물론 보육원을 이끌고
있는 원장님과 태일맘 간호팀장님이셨지만, 모든 사회복지사와 선생님들, 심지어 영양사 분까지... 모두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가의 해답을 찾기 위해 제 강의를 열심히 들어주셨습니다. 어찌나 열심히 들어주시고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간접적으로 보육원이란 곳의 아이양육에 대한 어려움도 실감하면서... 제게는 생의 첫번째
경험이자 꼭 해보고 싶었던 사회봉사의 실천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좀더 현실적인 재능기부도 하고 싶으나
물리적으로 참으로 먼 곳이기에 태일이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주 만에 만나본 태일이가 너무 반갑게 반기면서, 잘 하지도 않는다는 발레식 인사를 수없이 해주고... 맑디맑은 얼굴로
저를 쫒다나니는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태일이는 정말 행복한 아이입니다.
상주보육원, 그 곳에 있는 분들은 부모 위의 부모님들이셨습니다.
첫댓글 좋은일 하셨네요^^ 응원합니다~
보육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진짜 부모보다 더 대단하신것 같아요~ 그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요^^
부모위의 부모!
글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으로 소름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대표님을 알게 된 그 시간이후 참 많은 것이 변하였지요,, 가슴 한켠이 뻥 뚫리고 무언가 든든한 기둥이 항상 내옆을 지키고 있다는 기분, 아시나요? 우리 보육원내 원장님, 국장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대표님의 강의에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접해보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강의들,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대표님의 그 카리스마넘치는 설명들에 몰입되었습니다. 저희 원장님께서는 그날 저녁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어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상주보육원과의 인연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져 나가길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태일이 산소이후 정말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말로서의 표현은 못하지만 몸으로서의 표현이 증가하였어요,, 특히 모방학습이 훨씬 좋아져 우리들 모두 감탄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 매일매일 향상되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애썻네요 ~~~ 열정이 귀한 곳까지 전달되다니 ... . . 참으로 고마운 일이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