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08시30분에 가지는 회의때 마다
" 떨림과 설레임 "의 순간을 경험한다.
2분짜리 모래시계에 맞추어서, 온 직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발표하기가 쉽지가 않다.
시간이 남아서, 반대로 할 이야기는 남았는데 시간이 다 되어서 마무리 할 때마다 등에 땀이 흐른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도 막히고 아예 머리가 하얗게 될 때도 많다.
나와 해양사에서 같이 25년을 일하고 있는 S.M은 나와 상당히 대조적인 성품을 가졌다.
M.B.T.I.로 보면 나는 E.N.F.P이고 그는 I.S.T.J.다
나는 이상주의자고 그는 현실주의자이며,나는 미래를 상상하고,생각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나 그는 항상 현실적으로 눈에 확실히 보이고 계산이 되어야 덤벼드는 성격이다.
나는 숲을 보고 무엇이든 개괄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설명할 때가 많아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타를 근거로 납득할 수있는 그에게 나는 대단히 난해한 사람이다.
상하관계의 위치에서 명령을 따라야 하는 그로써는 그 오랜 세월이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1972년 가을 무렵, 아버지,누나,그리고 장남 S.M이다
나와 S.M과의 첫 만남은 43년 전,1969년 봄에 이루어졌다.
내가 기숙사 생활을 하던 동삼동 학교 뒷산에 어머니와 함께 소풍을 왔다.
면회장소인 학생회관에서 재종누님과 난생 처음으로 만났지만 낯이 전혀 설지않았던 분이었다.
김초밥을 30인분 정도 되게끔 넉넉히 만들어 오셔서 그날 7소대 전원이 그 음식으로 파티를 한 것같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그때 맺은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회사 넘버 투인 S.M.은 그 동안 나의 모험적이고 왕성한 사업욕으로
저질른 여러가지 새로운 업종의 사업들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뒷처리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격탓으로 억눌렀던 불만이 한계상황을 넘을 때,사표를 던진 적이 여러번이다.
여러번의 만류와 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의리상 지금까지 남아 있지만,
한번 더 사표를 던질 때가 되면 완전히 끝장이라고 공갈아닌 엄포를 놓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번씩 설설기는(? ) 흉내를 내고 있다.

그러던 그가 며칠 전에 불쑥 한 권의 책을 보여주었다.
읽어 보니까 너무 재미가 있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돌려가면서 읽히고 싶다고 했다.
표지의 제목을 보고, 이 친구가 또 발동이 걸렸나,생각하고 목록의 제목을 쭉 훑어보았다.
01. 회사의 배신에 대비하기, " 모든 걸 다 바쳐 일했는데 이럴 수가..."
05. 과감하게 기회 잡기 " 아! 그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
24. 독하게 실행하기 " 바보같이 결심한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
아니 왜 이런 내용의 책을 나에게 보여주지? 강한 의구심이 떠올랐다.
30년 전 나는 제법 괜찮은 국영기업체에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31살의 나이에 선원들에게 주부식을 납품하는 선식용달업으로 개인사업을 하게 되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선장을 할 사람이 콩나물 장사를 한다고 핀잔을 주던 친구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월 3부의 이자로 사채700만원을 빌리고, 신용금고에서 년 18%의 이자를 주면서 사업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고 바보같은 모험심과 강한 의지력으로 사업을 벌린 내가 보기에는
이제 50이 넘은 나이에 이런 류의 책을 보고 독립의지를 불태우는 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는다.
몇 달전 회의중, 농담 반,진담 반으로 이제 그의 아내까지도 은근히 부추긴다고 했다.
어느 회사의 사장은 직원들에게 " 회사를 그만 두라 " 는 엄포를 습관적으로 한다는데,
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까싶어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나에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별별 상상이 다 되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괜히 직원들에게 불만스럽고 섭섭한 생각이 차 오르면,나는 돌아가면서 개인면담을 한다.
이번에는 S.M을 불러 앉혀서 조목조목 끈질기게 따지기 시작했다.
느긋하고 태평스러운 나의 성격답지 않은 행동이다.
" 때가 되면 사장의 후계자로써 영순위의 자격이 있는 네가 그렇게 조급하게 서두는 이유는 무엇이냐?
내가 앞으로 10년,20년 계속할 것같아서 그러냐? " 욱박지르기도 했다.
" 우리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합니다. 사장님이 은퇴하시면 저도 그만 같이 두겠습니다. "
이렇게만 고집하는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나는 최종적으로 비장의 무기를 꺼내게 된다.
버튜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버츄카드는 모두가 52장이다.
그 중에 한 장을 골라서 읽는 동안 자신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발견하는 기적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나는 평시에도 52장의 카드를 매주 한 장씩 " 이번 주의 버츄 "로 선정하여 읽고 또 묵상하면서 체화시킨다.
월요일 새벽에 내가 선택한 버튜는 " 신뢰 "의 미덕이다.
카드를 고르기 전에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고,솔직하고 진지하게 한 마음으로 집중한다.
나의 문제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확실한 해결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믿으며 한 장을 골라서 뽑는다.



S.M이 골라서 뽑은 " 신용 "이라는 말을 음미하고 되새기면서 우리는 서로 이런 말을 나누었다.
" 25년의 해양사의 직장생활에서 잃어 버린 것은 젊음과 나이지만
잃은 만큼 얻는 것은 신용뿐이다.
이제 그 신용으로 캘 수있는 보석과 보물을 찾아 나서자. " 고 했다.

여기 다섯명의 근무년수를 모두 합하면 63년이 된다.그 년수만큼의 노우하우를 최고로 살리자.

작년에 두 명의 젊은 피를 수혈했다. 그 만큼 젊어진 해양사의 모습이다.
가끔 이런 꿈을 꾼다.
회사를 출근을 했는데,직원들이 아무도 없다. 빈책상과 서류뭉치만 짝 깔려있다.
내가 혼자서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처리를 하지? 끙끙거리다 잠을 깬다.
" 아 그렇지 꿈이였구나, 참 다행이네, 이제 직원들한테 좀 더, 잘 해 주어야지," 마음을 다지고 출근길에 나선다.
" 좋은 아침! " 밝은 표정으로 한 단계 높은 옥타브의 떨리는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는 나의 속 사정을 그들은 모른다.
아! 역시 우리의 회사는 항상 " 떨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함께 열심히 일하는 곳이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나는 항상 이런 날이 되기를 기대하고 소원한다.
첫댓글 기쁨과 어려운 순간에도 신뢰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걸어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