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있는 브뤼셀에 도착한 로즈가 비로소 활짝 웃네요. 죄책감도 불안도 느낄 새가 없었어요. 새 출발에 대한 기대만 가득했죠. 아들 토마스가 애인과 함께 지내는 집은 넓고 쾌적하고 세련된 취향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능력있는 애인 덕에 고생 없이 살고 있는 것 같네요. 아들이 안내해준 방을 보며 로즈는 고백합니다. "사실은 집을 버리고 왔어." 며칠만 머물겠다던 엄마가 눌러앉겠다고 하니, 토마스도 약간은 놀랐겠죠. 하지만 엄마가 겪은 고통을 아는 아들은 어머니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며칠은 행복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눈치 보이는 일이 많아집니다. 출장 간 애인과 연락이 되지 않자 토마스는 잔뜩 예민해졌고, 종종 짜증도 냈죠. 로즈는 점점 소심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밤, 아들과 친구들을 따라 술집에 갔다가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죠. 고향에서 본 놀즈 형사예요.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달아나는 로즈. 잊고 있던 죄책감과 불안이 고개를 듭니다. 죄를 짓고 얻은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었죠.
아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로즈는 괴로워합니다. "넌 네 인생이 있어. 농장을 팔고 아파트를 얻을까 해. 이 근처면 어떨까? 방해가 되면 다른 곳을 알아볼게." 그러자 냉정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엄마가 정할 일이에요." 오래전, 어머니를 지옥에 홀로 남겨두고 달아났던 토마스는, 어머니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그 감정은 이런 식으로 표출되죠.
토마스
|
뭐 하러 그렇게 오래 참았어요?
그 모든 모욕을 받아가면서? |
로즈
|
널 위해서 남아 있었던 거야.
널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