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의 영향으로 카자흐스탄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악화되자 카자흐에 대한 투자 및 사업전략이 보수적인 방향으로 선회되는 비즈니스 환경속에서 카자흐스탄 전통 민속촌 및 리조트 개발 사업 등을 벌이며 주변 키르기스, 타지키스탄까지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는 기업인이 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KASKAD의 강성철 사장(47)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전광판 램프 생산업체를 정리하고 97년 ‘미지의 땅’ 카자흐스탄에 첫발을 디딘 후 한국의 결혼 예식문화를 접목시킨 카자흐 최초의 웨딩 홀 ‘마흐뜨’를 운영하면서 요식업과 부동산 개발업까지 사업을 확장시킨 강사장을 만났다. 그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진출 노하우와 유망 업종 그리고 진출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ㅇ. 먼저, 카자흐스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현지 고위 인사로부터 투자제안을 받고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비친 카자흐스탄은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빈틈을 가진 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저도 모르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더군요. 그래서 당초 뉴질랜드로 갈 계획을 수정하여 카자흐스탄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ㅇ. 카자흐에 오신 후 지금까지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옛날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제가 이곳에서 시작한 최초 사업 아이템은 도착 즉시 실패를 하였습니다. 황당하기도 하고 무슨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가족과 친인척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는데 국내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당시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때 울분을 삭이고자 공원을 돌아다녔죠. 그때 공원에는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여러쌍의 신혼부부들이 있었어요.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바로 이때 제 사업의 모태가 되어준 예식장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아타켄트내에 ‘바흐트’(행복이라는 카자흐어) 웨딩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ㅇ. ‘바흐트’라는 말이 행복이라는 뜻이군요?
예, 그때 이 ‘바흐트’웨딩홀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카자흐의 사회경제상황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었습니다. 그것을 현재의 모습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25인조 의장대를 구성해서 행복예식장을 오픈한 것입니다. 그리고 99년 카자흐스탄 한인회 출범식이 바로 이 ‘바흐트’웨딩홀에서 열렸었죠. 지금도 당시 초대한인회를 세우기 위해 일조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방찬영 초대한인회장을 제일 존경하고 있습니다.
ㅇ. 대통령의 딸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들었는데?
예 맞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세째 딸인 알리야 나자르바예프도 저희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대단했었죠…… 참, 저희 25인조 의장대에서 미스카자흐스탄이 2명이나 배출되었다는 사실은 모르시죠?
ㅇ. 아 ~ 그랬군요.
당시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던 상황이어서 비교적 쉽게 팀을 꾸릴 수 있었어요.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러나, 초기 1년반 동안은 홍보부족으로 결혼예약이 많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관리, 인건비는 계속 들어가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Pine Hill이라는 레스토랑입니다. 예식 세레모니를 위해 늘 준비되어 있는 무용단과 의장대들을 활용하여 야외레스토랑을 오픈 한 거죠. 마침 당시 교민들도 많이 이용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ㅇ. 아타켄트 중앙에 있는 ‘Pine Hill’도 강사장님이 만드신 걸로 아는데.....
예, ‘파인 힐’ 레스토랑을 성공시킨 후 더 큰 실내,외 레스토랑을 해 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당시 잔디밭과 분수만 있던 아타켄트 한 복판 1만 4천평의 부지에 2500명 규모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레스토랑을 만들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 현지의 유명한 분들이 대거 참석하여 화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식 물레방아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카라반’이라는 현지신문의 1면에 ‘Pine Hill’개업소식이 전해졌었습니다.
그후 이 레스토랑을 현지인에게 팔았는데, 이때부터 부동산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ㅇ. 카지노 사업도 크게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작년 4월 1일 부로 카자흐스탄에서 카지노 영업이 중단되면서 문을 닫긴 했지만 현지 파트너와 함께 운영한 ‘무랑루즈’카지노는 CIS내에서 가장 큰 카지노였었습니다. 450명이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는 규모였으니까요. 카지노 사업을 하면서 카자흐민족의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ㅇ.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카자흐민족은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대단한 민족입니다. 동방예의지국인 한국보다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유목민족 특유의 대가족제도의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중에 소위 ‘출세’한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친지, 형제들을 다 챙기는 습관이 있습니다. 무랑루즈 카지노의 현지 파트너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파트너의 부탁으로 친인척들을 채용했었죠. 그런데, 이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기존 직원들과 융화되지 않으니까 회사운영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 상황이 되더군요. 그래서 마침 국내투자자의 제의도 있고 해서 현지 파트너와 관계를 정리하고 국내투자자와 카지노사업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카지노 금지법이 나오면서 이마저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카자흐에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나 교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아무리 급해도 투자를 받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또 검토해서 받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ㅇ. 국내투자를 받고 난 뒤 카지노금지법이 나와서 사업에 어려움이 컸겠군요?
지금, 제 사업에는 외부 차입금이 전혀 없습니다. 100% 자체 자금으로만 사업을 하고 있고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만 당시 현지 카지노 파트너와 관계 정리를 하면서 받은 투자금을 상환하는데 힘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ㅇ. 주변국에도 활발히 투자를 하시고 계시죠?
타지키스탄 두샨베 시내에 있는 종합터미널을 매입해서 현대화사업을 진행중입니다. 그리고타지키스탄 독점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카지노 ‘두샨베’를 오픈했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키르기스탄의 경우는 정정이 불안하여 다소 주저하고 있다가 2006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현재 11월 오픈 목표로 호텔을 건설하고 있고 카지노 ‘킹덤’을 5월에 오픈 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업중의 하나인 농지개발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곡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이어서 자원확보와 함께 식량안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키르기스 정부의 호의적인 태도와 우리의 적극적인 농지개발 전략으로 올해 시범케이스로 파종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지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입니다.
ㅇ. 주변국들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탄은 카자흐스탄에 비해 투자금액이 적게 들어가는 반면 이곳 역시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비즈니스 찬스가 많이 있는 게 매력이죠
ㅇ. KASKAD의 주력 업종은 부동산개발업으로 봐야 되는게 아닌지?
그렇게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카자흐에서 현재 진행중에 있는 개발사업으로는 캄차가이 호수변에 국유지 350만평(여의도 3배 면적)을 자체 매입하여 리조트 개발과 카자흐전통민속촌과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강사장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개발 지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알마티시의 동쪽에 위치한 타바간 초입에 4만5천평 규모의 토지를 구입하여 별장형 주택지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산산맥이 한눈에 보이는 꼭주베에 대규모 위락시설 및 놀이공원과 최고급 빌라단지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ㅇ. 굉장하군요. 현재 카자흐 부동산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현재는 숨고르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주변국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현명할 것 같습니다.
ㅇ. 10년동안 사업을 하시면서 많은 국내기업들이 진출하는 걸 보셨을 텐데…
국내기업들의 진출시기가 좀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카자흐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빨랐으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민족이 갖지 못한 ‘고려인’이라는 존재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저와 함께 10년동안 일하는 저희 회사의 부사장은 고려인입니다. 고려인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더 해 봐야 할 것 같고, 저도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고려인 사회에 더 많은 지원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ㅇ.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노하우를 공개한다면?
특별한 노하우 보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시고자 하는 분은 먼저,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카작민족과 큰 사업을 할려면 언어가 통해야 하거든요. 한 예로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에서 큰 사업가로 변신한 김영남 사장님은 카자흐어를 잘 하시잖아요. 배울 점이 많은 분이세요.
둘째는 서두르지 말고 세밀한 시장조사를 선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ㅇ. 카자흐에서 유망한 업종은 ?
어떤 업종이든지 틈새시장을 노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식 호텔사업이나 농지개발사업, 화훼사업 등이 유망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무슨 사업이든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 나간다면 꼭 성공하리라 봅니다.
ㅇ. 가족관계는?
부인 김정이(48), 딸 강 유원(21), 아들 강 승요(15)이 있지만 딸과 아들은 모두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딸은 세계 각지의 우수한 건축과 졸업생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영국의 AA스쿨을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있고 아들은 AIS를 다니다 스페인에 있는 프로테니스 아카데미에 입학허가를 받고 테니스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ㅇ. 인터뷰 중간중간에 가족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끝으로 남다르게 실천하고 있는 가족사랑이 있으시다면?
카자흐에서 사업을 하다보니까 가정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업이 어려울 때 가족들이 없었다면 ㈜KASKAD의 10주년이 아마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점심은 항상 아내와 함께 먹는 원칙을 10년째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아내의 제 사업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파트너이거든요.
[카자흐스탄 한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