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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회 명 : 물사랑 낙동강500리[200km] 울트라마라톤 [서바이벌대회]
대회일시 : 2008년 6월 13일[금요일 자정] ~ 6월 15일 정오
제한시간 : 1cp 50km 8시간 ~ 2cp 101km 16시간 ~ 3cp 144km 26시간 ~ 200km 36시간
대회장소 : 부산 을숙도 물문화 광장 출발 ~ 낙동강변길 ~ 영남알프스일원 ~ 을숙도 귀환
물사랑 낙동강500리(200km)란 거리로서만 아닌 난이도 면에서도 결코 만만찮은 길이었다.
참가 신청은 했지만 심적 부담은 어쩔 수 없다.
제1회 대회때 완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으로 200km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금년 제3회 대회는 코스가 대폭 변경되어 사실상 바뀐 코스의 제1회 대회라 할 수도 있겠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누구나 그러하듯 나 또한 새로운 코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석에 끌리듯
참가신청하고 말았다.
수시로 마트에 들려 칼로리는 높고 부피와 무게는 최소한 적게 나가는 간식꺼리를 고른다.
휴대품으론 일회용 우의.얇은 상.하의(바람막이) 물주머니.랜턴.깜박이.비상약.휴지 등으로
필수물품만으로도 10리터 배낭은 꽉 찬다.
6월13일 (금요일)밤 시끌벅적한 가운데 배번 3044번을 두장 받아 가슴과 배낭에 부착하고
지인들과 인사 나누며 기념 사진도 찍고 준비 운동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 정확히 자정에
대 장정의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호인들의 환송을 받으며 이리 저리 500리를 돌고 돌아 일요일
정오까지는 강을 떠난 연어 처럼 이곳 을숙도로 무사 귀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무리지어
어둠속으로 서서히 그러나 힘차게 사라져 갔다.
강둑길은 조용하고 시원한 미풍으로 우리를 반겨주는듯 했고 강건너에선 지금 이시간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눈치체지 못한듯 불빛만 아름답게 강물에 비친다.
10km 김해공항 나들목인 입체교차로 아래를 지나 간다.
17.4km 김해 대동면 여기서 부터는 부산을 벗어나며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25km 첫번째 오르막인 덕산정수장 앞길을 천천히 걸어서 넘어간다.
28.6km 상동면 삼거리 불빛이 환한 편의점앞이 야시장 처럼 분주하여 나도 간식을 먹으려고
배낭의 지퍼를 여니 뭔 가루가 묻어나 뭔가 했더니 아뿔사 미숫가루 봉지가 터져 배낭안이
엉망이 되었다. �N을 두겹으로 싸야하는건데...! 대충이란 이런 낭패가 생긴다.
물건 다 꺼내고 꺼꾸로 털어냈지만 설탕과 믹서를 한데다 고운 가루가 잘 털어지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대충 털어 집어넣고 간식을 먹고는 출발했다.
35.4km 감로마을 우창공업사앞을 지날 즈음에 아까부터 간간이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이른 새벽이라 사방을 둘러봐도 도통 알 수가 없어 그냥 가는데 바로 뒤에서 관현악곡이
크게 들려 돌아 보니 겉 보기엔 모르겠는데 분명 교향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옆에서 같이 가며 물었더니 2기가 MP3에 4W 스피커를 두개 연결해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들어면서 가면 지루하지 않아 좋다고 했다.
덕분에 한참을 옆에서 듣고 가다 어설픈 기억으로 지금 이곡은 혹시 베토벤의 "영웅"이
아니냐니까 아마 그런것 같단다.
또 내가 "본 카라얀"이 지휘하는게 아닌지 물었더니 그렇다며 카라얀의 전집이 저장되어
있다고 했다. 부럽기도 했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백리길 호랑이 눈섭도 빼놓고 간다."는데
500리길에 아무리 작다고 해도 소리가 좋은 스피커 두개에 밧데리가 9개나 된다는데 암튼
대단하신 분이셨다. 음악을 들으며 가는 동안 날이 밝아 배번을 보니 음악뿐 아니라 사진도
곧잘 찍어시는 서울에서 오신 정오규님이 셨다.
39.5km 백학매점앞 미리 부탁하여 가게문은 열었는데 요즘 산딸기 출하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를 못해 미안하다며 그냥 세수도 하고 쉬어 가란다.
찬물에 세수하고 캔콜라를 하나 마시니 안밖으로 시원해서 기분도 맑아진다.
43.5km 천천히 걸어서 무척산 고갯마루에 올랐지만 곧 바로 뛰어서 내려간다.
44.6km 내리막길 끝에서 우회전하여 가는데 좁은 국도에 덤프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다니는게 마음도 불안하고 아침공기도 흐려 놓아 기분이 별로다.
50km 제 1cp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진행요원과 자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주자들
에게 무엇이든 더 많이 도와 주려고 애써는 모습들이 고맙다.
식사 후 지리산 종주의 휴유증 때문인지 무릎이 시큰 거리는것 같아 갈길이 천리 같은데
걱정스러워 진통제를 두알 얻어 한알은 먹고 출발하는데 서울에서 온 참가자가 같이가요
하며 서둘러 양말을 신고 따라 나선다.
그래 이왕에 가는길 어느 정도 가다보면 헤어졌다 또 만나기를 반복하는게 후미 주자들
아닌가 싶었는데 50km에서 잡힌 발목이 을숙도까지 이어질줄이야....??? ㅠㅠ
나는 동반주를 싫어한다. 왜? 같이 가면 외로움이나 심심함은 좀 들하겠지만 가지고간
MP3가 무용지물이 되어 짐이되고 쉬고 싶을때 못 쉬고 먹고 싶을때 못 먹게 되니 자연
알게 모르게 불편을 느끼며 페이스가 흐트러져 주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55.3km 삼랑진 다리를 건너고 낙동강역앞에서 햇볕이 따가워 삿갓 모자를 꺼내 썼더니
지나가는 차들이나 노변의 사람들이 웃어며 재미있어 한다.
59km 삼랑진역앞 삼거리 미화당슈퍼에서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창원에서 온 사람이
콜라와 얼음과자를 사준다.
세수를 하고 얼음 녹여먹는 시간이 아까워 들고 먹어며 햇볕 내리쬐는 평지길 안태호앞
길을 지나 천태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65km 천태산 중턱 전망 좋은 간이휴게소에서 팥빙수를 먹다 역시 시간이 아까워 종이
그릇에 담아 달라고 부탁하여 먹으면서 올랐다.
66.4km 천태산 고개 넘어 내리막길 중간 계곡아래 천태사가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다.
74km 드디어 산마가 천막을 치고 자원봉사를 하는 원리 삼거리에 도착하니 꼭 내집에
돌아온듯 다들 반갑게 반겨주며 하나라도 더 도와 줄려고 애를 쓴다.
미숫가루를 몇컵 마시고 작은병에 가득 채워 아쉬움을 남긴채 배태고개로 향한다.
80km 이쯤에서 뭔가 요기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데가 보이지 않아 이리 저리 찾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그냥 가다보니 "차와식사" 그리고 크게 냉면이라 적혀있어 무조건
들어가 냉면을 두 그릇 시키고 막간을 이용해 해우소도 가고 찬물에 발도 씻었다.
마음은 급한데 냉면이 빨리 안나와 맛은 다음에 내고 오늘은 빨리만 달라고 했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고 배태고개를 가뿐히(?) 올랐다.
86km 배태고갯마루 긴 오르막에 비해 내리막은 짧은편이라 배내골 사거리 파크펜션
앞에서 진행요원들이 천막을 치고 야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92km 긴 오르막길 위에 밀양댐 전망대에 도착해 미숫가루와 간식을 먹으며 휴식중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포기하고 앰브란스에 실려가는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96km 밀양댐 화장실 매점도 없는데다 자판기 마져 고장인지 작동이 안된다.
수자원공사에서 이런곳에 음수전을 한두곳쯤 만들어 놓았으면 좋으련만 관리가
부실하고 너무 인색한것 같았다.
101.6km 오후 3시15분 드디어 제 2cp에 도착 했으나 때를 놓치고 허기에 지쳐서
입맛이 없어 밥은 도져히 못 먹겠고 국수를 먹었다.
몇명이 어울려 오다 보니 먹는 것도 내 의지 대로 안되 이런 현상이 오는것 같다.
식사후 맡겨논 가방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간식으로 "밤단팥죽.삼계죽.화채캔"을 챙겨
출발하려는데 서울양반이 꾸물댄다.
109km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돌고 돌아 올라온 "도래재"는 표충사입구 삼거리에서
남명리 얼음골입구로 넘어가는 그야말로 대단한 고갯길이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날씨가 돌변하여 구름이 끼고 세차게 바람이 불어 올라올때는
덥지않아 좋았는데 땀이 식어니 한기가 느껴진다.
오르막에 비해 짧은 내리막길 남명리 입구에서 수박화채를 주는데 고맙긴 하지만
날씨가 서늘해서 별로였다.
114km 석남 검문소 삼거리. 검문소 문이 잠겨 뒤로 돌아가 보니 다들 식사중이라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갈길이 바쁜지라 염치불구하고 "화장실 좀 사용하면 않될까요"
하니 뒷쪽으로 가란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석남고개를 오르다 워낙에 긴 오르막인지라 허기지기전에 미리
간식으로 밤단팥죽을 먹었더니 속이 든든해서 그런지 힘들진 않은데 지루했다.
122km 석남터널 입구 일행중 선두로 들어서니 언양쪽에서 불어오는 앞바람에 추위를
느껴 빨리 벗어나기 위해 뛰는데 바닥면이 울퉁 불퉁 고르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였다.
터널을 통과하니 아직 완전히 어둡진 않았으나 입구의 상점이나 식당들이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영업중이지만 힐끗 쳐다만 보고 마주 오는 차들이 알기 쉽게 렌턴을 켜고 뛰어
내려가며 서울 친구가 잘 따라 오는지 신경이 쓰여 계속 돌아다 보며 간다.
124.4km 배네골 입구 삼거리에서 박하님과 울트라님이 반갑게 맞아주며 바람이 불어
춥다고 천막안으로 들어 가란다. 바나나 한개 먹고 어둠속으로 가파른 능동산 고개길을
오르는데 왠 넘의 바람이 그렇게 부는지...!!!
127.5km 드디어 전 코스중 가장 높은 685m의 배네골 북쪽 고갯마루에서 한 겨울이
무색할 만큼 세찬 바람에 기온이 급강하해 빈 천막속으로 들어가 긴바지를 입었지만
밖으로 나오니 추워서 내리막길을 뛰어 보는데 칠흑같은 어둠속에 간간이 차가 한대씩
꼬리 불빛을 남기며 사라지곤 한다.
계속되는 내리막에 발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이 아파 신발끈을 바짝 조이니 조금은
나은데 이번엔 발등이 아프다.
얼마나 내려 왔을까 산장이나 펜션들이 한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별천지다.
나는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는데 서울 친구는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주위가 소란해서 그런지 135km에 있다는 파래소산장이 보이지 않아 못 보고 지났다고
생각하며 여기가 대충 140km 정도 되겠지 했는데 왠걸 저 앞에 파래소산장 입간판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게 아닌가...???
아! 맙소사 그렇다면 아직 3CP까지 9km가 남았단 말인가...???
빨리가서 밥을 먹어야 진통제도 먹고 그래야 약 기운으로라도 갈 수가 있을건데...!!!
무릎도 아프고 맥이 빠져 길가에 퍼질러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바로 옆에 땡칠이가
쳐다 보는데 목줄이 묶겨 있다.
142km 배네골 약수터 물이 좋은지 밤인데 물받는 사람들이 있어 한모금 먹고 간다.
이제 조금만 가면 마지막 시간 체크하고 밥도 먹고 진통제도 먹으면 좋아지겠지 하며
무릎 시큰거림을 무시하고 달려가며 다리가 나와야 되는데 생각하자 바로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길을 한구비 돌아 오르니 진행요원이 신호를 보낸다.
144km 제 3cp 배네골 대리사거리 고생했다며 반가이 맞아주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일부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워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국밥을 먹고 진통제도 먹고 내리막에서 쏠려 아픈 발가락도 한번 만져보고 출발 준비
하는데 우리 산마님들이 그 높고 먼곳까지 응원차 달려왔다.
바람이 세차 추위를 느끼게 하는데 14km나 되는 밤길을 달려와 고갯마루까지는
함께 걸어 올라왔다.
146.2km 배네고갯마루에서 어차피 동반주는 어려우니 날씨도 추운데 먼저 뛰어가라
하고 길 모퉁이 돌아가는 불빛을 보며 천천히 따라 내려간다.
긴 내리막을 뛰다 걷다 내려와 155km 정도부터 평지길에서 간간이 졸음이 온다.
158.2km 원리 삼거리 어제부터 천막을 치고 자리를 지키는 우리 산마님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땀이 식지않게 천막안으로 들라하며 무엇이든 먹을것을 권하지만 별로
먹고 싶은것도 없어 따뜻한 커피 한잔에 기념사진 한장찍고 보란듯이 힘치게 출발.
원동역을 내려다 보며 가는데 가로등이 대낮같이 환하다.
지자제 때문인지 일정 지역을 지나니 가로등 하나 켜지 않고 캄캄한데 한쪽은 너무
밝아서 낭비같았고 한쪽은 너무 인색하고 무성의한것 같아 안타까웠다.
큰 고갯길은 다 넘었다 싶었는데 몇번을 다녔던 이길도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160km 낙동강휴게소 밤늦은 시간이라 인적없이 조용한데 개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162.9km 새도로 삼거리 코스맵에는 좌회전이라 했지만 바닥엔 직진 화살표가 되어
망서리고 있는데 앰브란스가 지나가며 직진하라고 한다.
범서마을안으로 돌아가는것 보단 다소 가깝겠지만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직선길이
얼마나 지루한지 계속 졸면서 가도 가도 빤히 보이면서 징그럽게 멀다.
168km 돌아오는 마을길과 마주치는 삼거리 간이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나 갔을까 날이 밝아오니 이젠 후렛쉬가 없어도 사물이 다 보인다.
오봉산 아래 고갯마루 직전에 "달려라 세계로"팀에서 가게(?)를 차려놓고 기다려도
주자들은 오질 않고 날씨는 추우니 다들 차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잠든 주인 몰래 잘 익은 수박을 쪼개 여럿이서 먹고 있으니 그때서야 차에서 나왔다.
컵라면을 권했지만 별 생각도 없고 갈길이 바빠 수박 잘 먹었다 인사하고 간다.
170km 오봉산 고갯마루 이 고개만 넘어면 부산이 보이는 물금이라 부지런히 가지만
절룩거리며 힘겨워하는 서울 친구가 신경쓰여 계속 돌아보며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174km 물금삼거리 편의점과 식당이 있는데 서울친구에게 뭘 안 먹어도 되겠냐니까
식당으로 가잔다. 식당에서 김치찌게를 시킨다 나는 밥 생각이 없어 또 국수를 시켰다.
이 친구 김치찌게 한술 뜨더니 못먹겠다며 숟가락을 놓는다.
나는 국수를 먹으며 "니 안 묵으모 몬간다." 해도 도저히 못 먹겠다니 이거 큰일이다.
잠시 어떻게 할까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같이 왔지만 다리는 절룩거리고 먹지도 않고
아직 갈길은 26km나 남았는데 버리고 가자니 안스럽고 대리고 가자니 부담스럽고
나름대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생각 끝에 내가 마음을 비운다. 그래 아직 6시간이나 남았으니 어떻게 하던지 제한
시간내에는 가능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한번 가보자 생각하며 앞장을 서간다.
178.7km 호포역앞 이제부턴 탄탄대로 하지만 지친 주자들은 대부분 걸어간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뛰며 무언의 채찍질로 계속 뒤 돌아 보며 확인한다.
180km 금곡역 지날때 이 친구느 여기가 180키로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길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코스맵을 안보는데 이 친구는 몇번 돌아보면 한번은 코스맵을 보고
있기에 내가 말한다."어이 그거 봐야 소용없다 한 걸음이라도 더 가는게 낟다."고
핀잔을 주곤 했다.
184km 화명로타리 지나가지만 차만 다닐뿐 뭘 먹을만한 문을연 가게가 하나도 없다.
185km 이 친구 허기져 퍼질러 앉아 맥을 못 쓴다. 큰 일이다 싶어 사방을 둘러보니
길건너 작은 구멍가게가 보이고 마침 횡단 보도가 가까이 있어 얼런 건너가서 빵과
우유.캔콜라를 사서 주니 꾸역 꾸역 먹는다. 다행이다 어떻게든 먹어야만 갈 수 있다.
187km 덕천로타리 못가 우측 사잇길로 들어서니 저 앞에서 한 사람(문홍주님)이 길을
모르는지 서성이고 있길래 같이 가자 하고 눈치껏 대로를 건너 구포역앞에서 육교를
건너니 한백클럽에서 문홍주 고문님을 반기셨다.
188km 구포역앞 둑길 남은거리 12km 시간은 3시간 가량 산술적으론 충분한 시간이
지만 현재의 상태로선 장담을 못하는 빠듯한 시간이다.
192km 정도에서 사이클을 타신 멋쟁이 융구 고문님을 만나 서울 친구 다리에 미제
스프레이를 치~이~익 덕분에 나도 무릎에 한번 뿌리니 시원하다.
눈앞에 고가도로가 보여 이제 6키로 정도 남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새로 생긴 경전철
선로였으며 낙동대교는 저 아래 멀리 보인다.
194.8km 낙동대교밑을 통과하여 둑길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뛰다 걷다 그래도 잘따라
오고 있다. 다행인것은 거세게 부는 바람이 등 바람이라 지친 주자에겐 고맙다.
199km 거센 바람에 강변 가득히 활짝핀 유도화가 물결치듯 일렁이며 하구언다리가
손에 닿을듯 가까워진다.
199.5km 힘들고 지치지만 생각했던것 보단 30분 이상 빠른게 잘 하면 11시내에 들어
갈 수 있겠기에 마지막 힘내 11시 안에 들어가자 하니 대답은 해도 자꾸 쳐진다.
다리 위에서 200여 미터 남겨 두고 한백팀을 앞서 보내며 이 친구를 기다려 둘이서
손에 손잡고 대미를 장식하였다. [ 34시간 54분 13초 ]
진행요원 여러분 그리고 요소 요소에서 자원봉사하신 님들 덕분에 먼길을 무사하게
완주할 수 있었슴을 감사드립니다.
*결론: 내 이래서 동반주를 싫어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발목이 잡혔다.
서울 친구와는 금년에 대구에서 두번의 울트라에서 만났었고 이번이 세번째이다 보니
반갑기도 했고 서울 사람이 객지에 와서 길이 어두우니 착 달라 붙는데 모른체 뿌리칠
수가 없었다. 만약 50km에서 이럴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혼자 달아났을꺼다.
하지만 모든것이 끝난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나만 살자고 때어 버리고 왔더라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고 스포츠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 친구 오후 2시 KTX 표 예약했다기에 빨리 가라고 했지만 목욕후에 기어이 소주를
한잔 사겠단다. 소주를 마시며 알았지만 나이는 48세 기록은 별로지만 전국의 대회를
두루 섭렵하는 참 울트라 매니아 였었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