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n형 컴퓨터를 세팅해주기로 했었다. n형은 무려 3년 동안이나 포맷 한번 하지 않고 컴퓨터를 써 왔다고 했기 때문에!
복지관서 요가를 배우고, 외계인, 작은바보 등과 순대국밥을 먹고 동방마트에 들려서 학교에 가져갈 물건들을 챙기고 집에 오자 곧 작업에 착수했다.
n형은 미리 올라가서 c: 이외의 드라이브들을 포맷했고, 나는 넓은 마을에서 jm xp를 다운받아 CD로 구웠다. 센스 프로08 버전도 CD로 구워서 n형네 집으로 갔다.
우선 부팅 CD를 넣고 부팅되기를 기다렸는데 아불싸! 이게 어찌된 일인가? 컴퓨터가 CD를 무시해버리고 그냥 C로 부팅돼버리는 게 아닌가!
우리는 미안함을 무릅쓰고 y 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y씨가 아내에게 씨모스 셋업으로 들어가 CD로 부팅되게 설정하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아내는 영어를 몰라 스펠링을 읽으며 따라하자니 좀처럼 아귀가 맞질 않는 모양이었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드디어 CD로 부팅시키는데 성공은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심술일까? 부팅이 됐는데도 소리가 나질 않는 것이 아닌가!(그 부팅 씨디는 스크린리더가 탑재된 위도우로 부팅되는 것이었음) 별수 없이 아내에게 포맷을 해 달라고 했는데 키보드가 먹히질 않았다. 마우스를 연결하고 재부팅을 하고서야 마우스로 겨우 포맷을 할 수가 있었다.
이젠 xp를 설치할 차례! 그런데 웬걸! 몇 번을 시도해도 설치는 진행되질 않는 것이다! 내 컴에선 분명히 되었는데 왜 n형 컴에선 진행조차 되질 않는 걸까? 곰곰 생각하던 끝에 n형의 키보드가 usb용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usb용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어야 사용이 가능할 터였다.
나는 더듬거리며 집으로 내려와 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를 가지고 올라갔다. 모처럼 혼자서 움직이자니 밤공기가 조금은 오싹했다.
형네 집에 이르러서 키보드를 연결하니 비로소 xp는 시동이 걸렸다.
이제는 만사 오케이일거라 안심을 하려는데 아뿔싸!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분명히 xp는 설치가 완료되었는데 사운드가 잡히질 않는 것이 아닌가...
센스리더를 설치해 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알량한 이론으로는 틀림없이 사운드까지 잡아주게 돼 있었는데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n형이 J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지만 J역시 뾰죽한 원인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별수 없이 다음 날 도우미를 불러서 사운드를 잡기로 하고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체신청에서 보낸 도우미가 인터넷에서 사운드카드의 드라이버를 찾아 사운드를 잡아주고 갔다.
스크린리더가 작동되자 이제는 안도해도 좋을 성싶었다.
그러나 일은 그 때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새롬데이터맨을 설치하고 여러 가지 환경설정과 사용법을 알려줘야 했다. 예전에는 어디를 읽고 있는지 몰라서 가르쳐주려면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컴에 점자단말기를 연결하면서 음성으로 출력되는 모든 부분을 점자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설명해주기가 훨씬 수월한게 크나큰 다행이었다.
새롬에서는 체크옵션에서 꾀돌리 마우스와 파일을 받은 후 확인 항목을 해제시켜야 한다. 통신설정에서는 프로토콜 페이지탭에서 리얼오디오 항목을 해제시켜야 한다.
윈 98을 사용할 때에는 화면글꼴도 설정해줘야 했는데 xp환경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다음으로 통신망에 접속하면 사용자 아이디와 비번이 자동으로 로그인되도록 설정한 다음 자주 사용하는 메뉴의 바로가기 키를 단축키로 지정해 놓았다. 예를 들면 이전메뉴는 위방향키 다음메뉴는 아래방향키 등으로.
다음으로 시각장애인의 컴퓨터 사용에 있어 필수적인 오른 쪽 콘트롤 알트키를 사용 가능하도록 키보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이건 또 웬 걸림돌이란 말인가! 또 그놈의 usb 키보드가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게 아닌가! 이놈은 103/106 키로 업데이트를 할 수 없게 돼 있었던 것이다! 가격도 일반 키보드보다 한층 비싸고 연결 방식도 신식이어서 좋을 줄 알았는데 이런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물론 n형은 일반 키보드를 연결하는 포트인가 잭인가가 망가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usb 키보드를 사용하게 된 터였지만 이런 귀찮은 꼴을 겪고 보니 usb 키보드를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컴퓨터를 바꾸는 편이 나을 성싶었다.
별수 없이 또 우리 집 컴퓨터의 키보드를 가져다 연결해서 겨우 103/106 키로 업데이트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윈앰프를 설치해야 한다고 해서 넓은 마을서 비교적 최신버전의 윈앰프를 다운받아 설치했다. 그런데 메시지가 전부 영어로 나오는 영문판 있었다. 물론 한글버전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지만 사용법이 똑같은데 굳이 바꿀 필요는 없는 터였다.
그런데 형은 반복재생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정도의 기능이야 아주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을 텐데 우리 둘 다 사용해본지가 오래 되서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문제였다. 궁리해가며 메뉴를 더듬다보니 영어로 rep,t (r) 이라는 항목이 있어 그걸 클릭하자 반복기능이 작동했다. r이 곧 반복여부를 설정하는 토글 키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최신버전의 네로를 다운받아 설치해 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몰라서 그랬는지 아님 스크린리더가 인식을 못하는 것인지 실행을 시켜도 작업창이 뜨지도 않고 메뉴도 호출되지 않는 게 아닌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일반 사용자들은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스크린리더를 사용해야하는 이들에게 업그레이드 버전들은 가끔 스크린리더와의 궁합이 안 맞아서 적잖은 물의를 빚기다 한다.
물론 그걸 지우고 낮은 버전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xp에는 기본적으로 CD를 구울 수 있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그래서 이미지 레코딩 등 꼭 네로가 필요할 때가 아니면 그냥 xp의 기본 씨디 쓰기 기능을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그 외에도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영문 메시지들을 처치해주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을 때에는 거의 먼동이 터올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