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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스크랩 중장년들 다시 큐대를 잡다… 부활하는 당구장
송성철 추천 0 조회 89 09.04.23 10: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 가장 맛있잖았요. 그래서 점심을 당구장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많죠”

서울 서대문 근처에 있는 포커스당구장 주인 주모(52)씨의 말이다.

22일 낮 12시 무렵에 찾은 이 당구장은 넥타이를 맨 30~40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당구장 벽을 따라 놓인 기다란 의자에는 직장인 3명이 큐대를 걸쳐 놓은 채 한창 자장면과 짬뽕을 먹고 있었다. 입으로는 열심히 면발을 집어 삼키면서도, 이들의 시선은 당구대 위를 굴러가는 빨간색과 하얀색 공을 따라 움직였다.

주인 주씨는 “최근 들어 평일 점심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당구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당구장 수입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평일 저녁 종로구 광화문 근처의 한 당구장에 중년 직장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 김수영 인턴기자

노래방과 PC방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던 당구장이 최근 복고(復古) 열풍과 함께 부활하고 있다. 70~90년대 대학 생활을 했던 30~50대가 한동안 당구장 출입을 끊었다가 다시 큐대를 드는 경우가 늘고 있고, PC방이나 노래방으로만 향하던 20대가 당구에 입문(入門)하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해 있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도 당구장 간판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지난 21일 늦은 저녁에 찾아간 D 당구장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부터 책가방을 맨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당구를 즐기고 있었다.

당구장을 찾은 조모(57·인테리어업체 임원)씨는 “당구를 치면 젊을 때 생각이 나서 좋다”면서 “젊은 직원들과 함께 즐기면 세대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해부터 당구를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면서 “가끔 수업을 빠지고 당구를 치는 것도 대학 생활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D 당구장 직원 공모(31)씨는 “당구장을 찾는 중년층 손님들 가운데 15년이나 20년 만에 다시 큐대를 잡는다는 분들이 많다”면서 “평일 7시부터 10시 사이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구장이 부활하고 있는 이유에는 요즘이 불경기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1차 저녁 회식 이후 2차로 술집을 찾던 직장인들이 주머니가 얇아지자 당구장으로 2차 모임을 갖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

서울대입구역 근처 당구장에서 만난 김모(45·의류회사 부장)씨는 “술 먹는 것보다 비용을 아낄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다”면서 “과거 실력을 되찾아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 당구비는 10분당 1,000~2,000원 정도. 1시간을 즐기더라도 1만원 정도면 된다. 10년 전 당구비가 10분당 1000~15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크게 오르지도 않은 금액이다.

2~3년 전부터 케이블 채널에서 당구 중계에 나선 것도 당구장 부활에 한 몫을 했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유명 선수도 참가하는 대회를 정규 편성해 방송하고 있으며, 연예인들끼리 당구 고수를 가리는 대회를 열어 녹화 중계하기도 했다. 여기에 차유람이라고 하는 ‘얼짱 당구 스타’의 등장은 신세대가 당구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당구장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1999년 2만8300여곳에 달했던 전국 당구장 숫자는 지난 2003년엔 1만4900여곳으로 절반이나 줄었다가 지난해 2만2500여곳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3000여개의 당구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다시 큐대를 잡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당구장도 고급화와 대형화 바람을 타고 있다. 서울 강남에는 주차장을 따로 두는 당구장은 물론, 당구대만 50여개를 비치한 초대형 당구장까지 등장했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과장은 “당구를 두 시간 동안 치면 2~3km 걷는 효과가 있고 두뇌 회전에도 도움을 준다”면서 “중장년층이 즐길만한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는데다가 당구가 건전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동호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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