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11:00... 창원 중부 경찰서 강력계...
"환! 여기야! 고마워 여기까지 와줘서...!" 영신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이제서야 안심이 됐는지... 옆에 있는 쇼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자세히 좀 말해봐 무슨 일이야?" 환이 영신을 진정 시키며 물었다.
"그게... 영철 형이... 아까 날 보자고 해서 너와 헤어졌자나... 그리고 누나와의 결혼문제 때문에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한... 9시쯤에 헤어졌어. 근데.. 내가 형과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향했는데... 집 앞에서 살인범으로 체포됐어..." 영신이 흐느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이야기 해볼게.." 환은 이야기를 다 듣고는 어딘 가로 사라져 30분쯤 지나서야 나타나 담당형사를 만나기 위해 갔다.
창가에 자리잡은 담당형사의 자리는 왠지.. 보통 형사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틀렸다. 여기저기 꽂혀있는 꽃들과 연예인 사진들... 이 자리의 주인은 젊은 형사에다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을 환은 느꼈다.
"아.. 죄송하군요... 급한 사건을 처리를 좀 하느라... 그러면.. 영신군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시죠..." 엄형사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사실 알리바이 보다... 전 수사에 도움을 드리죠! 사건 기록을 봤습니다. 사건 발생시각이 9:00 ~ 9:30 사이라고 적혀있군요... 이게 사실이라면 영신이의 범행은 인정되지 않는군요!" 환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범행 현장에서 영신군의 모습을 본 목격자가 있습니다." 엄형사가 말했다.
".... 그렇다면 범행시각이 9:00 ~ 9:30 분이라면 영신이가 피해자와 카페에서 헤어진 시각이 제가 알아본 결과 9:10쯤이었습니다. 헤어진 후 영신이 집으로 향하려고 택시를 타고 내린 시각이 9:40입니다. 이것도 택시기사에게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사건을 일으켰다면 기껏해야 10분입니다. 엄형사님 이시라면 10분만에 사건을 저지르고 유유히 집으로 가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택시기사는 영신의 옷에는 피 자국이 없었다고 합니다. 옷도 지금 입고있는 옷과 일치합니다. 피해자의 시신사진을 보았습니다. 목이 절단되었더군요. 그 정도면 상당한 출혈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옷도 안 갈아입었다면 피가 조금도 안 묻을 수가 있을까요?" 환이 조용히 말을 했다.
"... 알겠습니다. 영신군을 데리고 가십시오! 하지만 보증을 해주셔야 합니다. 여기 도장을 찍어주십시오!" 엄형사는 생각을 하더니 ... 잠시후 말을 했다.
PM:11:00... 포장마차...
"자! 마셔! 기분 드러울땐 소주가 최고야! 아주머니! 여기 소주2병 더 주세요!" 환이 말했다.
" .... " 충격이 컸는지.. 영신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검은 밤하늘이 영신의 마음을 나타내듯.. 지금 영신의 마음은 암울하기만 했다...
AM:2:00... 사림동 사건현장.
사건이 일어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사건현장은 아직 치워지지 않은 체 남아있었다. 사건현장은 피해자의 집이었는데... 현장 앞에는 경관 2명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환은 2명의 경관은 아무문제도 안 된다는 듯이 구석진 뒤편 담을 유유히 넘었다. 담을 넘어 작은 정원을 지나... 작게 열려져있는 창문을 통해 사건현장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불빛이 전혀 없는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왠지 느껴지는 한적한 공포의 느낌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느낌이었다. 환은 손전등을 켰다. 빛이 바닥에 비취지는 순간... 피로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 하지 말지니라."
"이건... 십계명의 제구계명이군..." 환은 피로쓴 문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피로쓴 문장 옆에는 시신이 놓여 있었던 자리를 나타내는 하얀 선이 있었다. 경찰 조사로는 범인은 피해자와 함께 현장으로 온 것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왠지 환은 거실 쪽 창문이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였다.
"깨끗하군..." 창문에는 아무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환은 창문에 신경이 쓰였다.
"젠장..." 환은 신경 쓰이게 하는 창문 때문에...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지문도... 피자국도 .. 작은 흔적조차 없는데... 뭐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신경이 쓰일까..." 환은 점점 사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환이 창문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렇게 된 거였어..." 환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열려있는 창문 밖에는... 피묻은 작은 종이가 떨어져있었다. 그 종이에는 작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 글을 발견한자는 주의 저주가 임할 지어다!" 섬뜻한 글귀였다.
"재밋군..." 종이를 손에 쥐고는 환은 현장을 벗어났다.
AM:5:00... 용지호수...
"환! 무슨 일이야?" 영신이 벤치에 앉아있는 환을 보며 말했다.
"왔냐? 물어볼게 있어서..." 환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뭐?...무슨 일인데..." 환의 갑작스런 질문에 영신은 당황하며 말했다.
"김영철이란 사람 집말야... 원래 김영철씨는 그 집에 살지 않았지? 다시 말해 평소에는 거기서 살지 않았지? 그 집은 그저 이름과 짐만 들여놓은 거지?" 환이 호수 위에 떠있는 오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영철형은 미국에 유학갔다온 이후로 그 집에서 지내지 않았어!" 영신은 대답하기 싶지 않은지 ... 음료수를 한 모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 .... " 환은 영신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영철형과 누난 결혼을 전제로 하고 동거를 하고 있었어!" 질문에 대답한 영신은 답답한지 음료수를 연거푸 마셔버리고는 캔을 찌그려 뜨렷다.
"동거? 어디서?" 단도직입적으로 환은 중요상황을 물었다.
"사파동 대동아파트 XXX동XXXX호..." 영신은 마음을 정리했는지 환의 질문에 머물 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지금 거기 너희누나가 있냐?" 환이 담배를 끄며 물었다.
"아니! 누난 영철형이 살해당한 소식을 듣고... 실신을 해서 병원에 있어!" 영신이 대답했다.
"그래?... 너 키있지? 가보자!" 환이 말했다.
"그러지뭐..." 영신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
"영철씨와 너희 누나의 동거를 아는 사람은 몇이 나되?" 환이 다시금 물었다.
"나와 우리 아버지 외에는.. 모를 껄?" 영신이 생각에 잠겨있다 대답했다.
"뭐? 너희는 어머니는?" 환이 말했다.
"아버지가 어머니께는 비밀로 했지... 나 역시 최근에 알았어!" 영신이 새음료수 캔을 따며 말했다.
AM:9:00... 사파동 대동아파트 앞.
"집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전화 수화기를 급하게 놓으며 영신이 말했다.
"뭐? 누가 있어? 너희누나는 병원에 있다며? 그럼..." 환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빨리 들어 가보자 범인일수도 있자나!" 영신이 말했다.
"아냐... 기다려! 범인이라면 ... 분명 도망가지 않고 걸어나올 거야... 조금만 기다려 보자!" 환이 아파트 현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 어떻게 된 거야? 아무도 안나오잖아!" 영신이 말했다.
"들어가 보자!" 환역시 이상한지 말했다.
집의 문을 여는 순간 두 사람은 당황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가구들.. 그리고 깨어져 있는 액자들... 영신은 놀라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환은 자리에 서서 바닥에 흩어져 있는 신발들을 바라보았다.
"환! 방안에도 난장판인데.. 근데.. 도둑이 물건은 안 가져갔네.. 돈도 가져가긴 했지만... 통장 같은 건 그대로 있어!" 영신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도둑이 든 것처럼 보이기 위한 거야! 무언가를 가져가기 위한 거겠지..." 환이 쓰러져있는 의자를 일으켜 세워 앉으며 말했다.
"뭘 가져가다니? 뭘 가져갔지?" 영신은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것들을 찾고 있었다.
"그 무엇이... 어쩌면 ... 김영철씨의 죽음과도 관련되어있을 수도..." 환이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PM:3:00.
어질러진 집을 치우며 영신을 사라진 물품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환... 모조리 부셔버리고... 훔쳐간건 없는 것 같은데?" 영신이 말했다.
"... 네가 모르는 것들은? 이건 누나 집이잖아! 누나만이 아는 물건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 환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건... 알겠어! 병원에 전화해볼게 누나가 깨어났으면 도움이 될 수 있잖아!" 영신이 전화기를 집어들며 말했다.
영신이 수화기를 들고 연신 떠드는 동안 환은 소파에 묻혀 생각에 빠졌다. 통화를 마친 영신은 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침대를 밀어내고는 창가 쪽 벽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환이 벽지를 뜯고 있는 영신을 향해 말했다.
"누나가 벽지 뒤에 이 봉투를 찾았나봐... 좀전에 잠시 의식을 찾았는데 .. 이 봉투를 먼저 찾았데!" 하얀 봉투를 손에든 영신이 대답했다.
"안에 뭐가 들어있어?" 다시금 환이 물었다.
"... 이게 뭐지?" 영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자와 단어를 적은 쪽지를 보며 말했다.
"R∽3-15-12-5"
"R∽3-15-12-5? 이게 뭐지?..." 쪽지를 바라보며 환이 생각에 빠졌다.
환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환의 휴대폰이 고요한 정적을 깨며 울렸다.
"여보세요?" 환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 환군? 난 중부경찰서에 엄지원형사야! 지금 시간 있나? 할말이 좀 있는데..." 엄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예! 그러죠! 어디로 가면 되죠?" 환은 의외의 인물의 전화라 당황했지만.. 곧 다시 냉정을 찾고 대답했다.
"용지호수 앞에서 PM:8:00 보자고..." 엄형사는 급했는지... 장소와 시간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야?" 영신이 전화를 끊고 난 후 말이 없는 환에게 물었다.
"... 엄형사야! 만나 자는데..." 환이 대답했다.
"뭐? 엄형사? 그... 형사가 무슨 일로?" 영신은 범인으로 몰렸던 생각이 떠올라 당황하며 다시금 물었다.
" .... " 환은 아무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PM:8:00... 용지호수 앞.
어두운 호수 면에 비친 달의 모습이.... 또 하나의 하늘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환군!" 환을 발견한 엄형사가 환을 부르며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무슨일이신지..." 환이 인사를 하며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물었다.
"하하하! 그런 얼굴로 말하니 마치 심문 당하는 것 같은데? 자... 우선 좀 앉자고!" 벤치에 앉으며 엄형사가 말했다.
" ..... " 영신은 엄형사가 환을 찾아온 것에 대해 내심 불안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수사가 중단되버렸어! 단서가 없으니... 추리하나는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좀 도와주면 안되겠냐?" 엄형사가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 제가 도움이 된다면 도와드리죠! 하지만 놈을 잡는 건 형사 님이 하시는 겁니다!" 환이 말했다.
"환... 어쩌려고?" 영신이 놀라며 말했다.
"녀석을 잡기 위해서라면..." 환은 말을 다잊지않고는 침묵했다.
"엄형사와 헤어진 후 환과 영신은 호수와 내려다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환... 너... 정말 수사에 참여 할거냐?" 영신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 .... " 환은 창 밖 야경만 묵묵히 바라볼 뿐... 대답이 없었다.
"의미 모를 살인... 미궁같이 앞이 안 보이는 수사.. 전혀 없는 단서..." 환은 사건에 대한 생각에 커피가 식어 가는 것도 모른 체 점점 사고의 늪으로 빠져갔다.
PM:11:00... 포장마차.
카페를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환과 영신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3병이랑 안주 아무 거나요!" 영신이 말했다.
" .... " 환은 엄형사를 만나고 나서부터 말없이 생각에 만 잠겨있었다.
"환... 아까 그 알 수 없는 글귀 있자나... 엄형사님께 알려야 되는 거 아냐?" 영신이 말했다.
"... 아직 ... 그게 뭘 뜻하는지 모르잖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고 ... 좀더 생각 해봐도 늦지 않아!" 환이 소주를 마시며 말했다.
"하지만... 이게 사건의 단서라면 빨리 알리는 게 좋잖아!" 영신 역시 소주를 잔에 가득 채우며 말했다.
".... 그게 경찰 손에 들어가면 분명 신문에서 떠들 것이고 그럼 녀석은 그 걸보고 잠수하거나 아니면... 증거인멸을 하려고 또다른 사건을 일으키겠지..." 환이 조용히 말했다.
"그럼 이건 어쩌지? 네가 가지고 있을 레?" 영신이 알 수 없는 글귀가 적혀있는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 종이를 받아든 환은 노려보듯 종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신아! 너희누나에게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어봐야겠는데..." 환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누나한테? 알았어! 내일아침에 병원에 전화해볼게..." 환의 빈 잔에 소주를 가득 체워주며 영신이 환의 말에 대답했다.
AM:5:30... 환의 방.
전화벨소리가 조용한 아침을 깨웠다.
"여보세요? 환입니다." 침대에서 쓰러지듯 자던 환이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시키신 것을 알아냈습니다. 의외로 알아내기가 힘들어서 몇 일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용은 사서함으로 보내두었습니다." 김승환이었다. 그의 특유의 굵은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울렸다.
"... 그래! 수고했어! 오후에 다시 전화하지...." 환 역시 그의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 때문에 잠을 깬 환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비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비를 바라보는 환은 비 소리와 함께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AM:9:00... 우체국.
"안녕하세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라 우체국에도 활기가 넘쳤다.
" .... " 환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사서함으로 향했다.
사서함에 여러 우편물 사이로 눈에 뛰는 검은 봉투와 횐 봉투가 꽃혀있었다. 환은 이 두 개의 봉투 만 들고는 우체국을 빠져 나왔다. 검은 우산을 들고 비속을 걸어가는 환의 뒷모습에는 차가움이 묻어 났다.
중앙동... 카페.
막 끓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앞에는 환이 가져온 검은 봉투와 횐 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환은 비오는 창밖 풍경에 빠져 있었다. 비오는 거리... 여러 가지 색상의 우산들... 그 우산에 떨어지는 물방울들.. 환은 많은 빗방울들처럼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환은 우선 검은 봉투를 집어들어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이환... 넌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난 늘... 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지... 네가 그 의미 없는 추리와 생각들... 너 자신을 지켜보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네 자신의 뜻과 행동이 정답인줄 착각하고 살고 있더군... 늘 깨어 있어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마지막 그날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리라... 이 말을 해주고 싶더군... 또 하나의 너로부터..."
" .... " 편지를 다 읽은 환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 환의 눈은 야수의 그것이었다.
편지를 읽은 지 2시간이 지났지만.. 환은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테이블 위에의 하얀 봉투가 놓여있는 모습이 지금의 고요한 적막을 느끼게 했다.
/ps.이 글은 <天狼>이란 필명으로 쓰고 있는 저의 창작 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