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나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해마다 10월 31일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 특정일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를 가졌다는 것은 가수나 팬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가수의 운명은 그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간다고 했나. 노래는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지만 가수 이용의 인생은 노래만큼 순탄치 많은 않은 것 같다.
이용은 군부독재정권이 쿠데타에 성공한 후 문화예술을 통하여 자신들의 통치를 합리화하기 기획한 ‘국풍81’이라는 행사를 통하여 가수로 데뷔하였다. '바람이려오'라는 곡을 통하여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당시 최고의 가요 기획사였던 지구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고 1집 앨범을 준비한다.
'잊혀진 계절'은 원래 조영남이 부르기로 예정되었던 곡인데 그가 지구레코드와 전속계약이 마감되면서 이용에게 기회가 온다. 최고의 작곡가와 작사가로 불리던 이범희와 박건우의 콤비로 완성된 이 노래는 도입부의 피아노 선율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어 곡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어지는 이용의 보컬, 남자가수로는 보기 드물게 고음부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잊혀진 계절의 성공과 함께 가수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이용. 그는 1982년에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최고 인기가수상'을 받으며 누구보다 화려한 해를 마감하였다. 하지만 1985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고별 방송을 한 후 미국으로 떠나 온갖 루머에 휩싸이게 된다. 개인적인 가정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피성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며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장기간 가수 활동을 접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정상적으로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성기의 인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수의 인기와는 다르게 '잊혀진 계절'은 아직도 전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군부독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군부독재정권은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광주 민주화운동을 공수부대를 이용하여 진압한다. 이후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스포츠와 대중문화 활성화를 통하여 정권의 유지를 꾀했던 3S(sports, screen, sex)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시기가 1982년이다. 지금은 국민 스포츠가 된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통금해제, 교복 및 두발 자율화 등이 시행되며 국민들에게 당근정책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들의 가슴속엔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독재정권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잊혀진 계절'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조용히 달래주었다. 다 같이 가난했고 다 같이 억압받았기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노래. 국민들의 가슴에 가을의 감성을 듬뿍 심어 주었던 그때 그 노래. 잊혀진 계절은 그렇게 40년간 국민들의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10월이 되면 다시금 불리며 명곡의 반열에 등극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WQwW6FrDGc (이용의 잊혀진 계절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