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들과 정반대의 성격으로 명랑 쾌활하고 항상 웃는 얼굴에 사람을 좋아합니다.
애기 때부터 기저귀 차고, 기어서 옆집으로 마실 을 다니더군요. (집이 싫은가?)
일본에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들과는 틀리게 너무 즐거운 듯이 다니더군요.
아들에 온 신경이 가 있던 저는 딸은 그냥 믿거니 하고, 보내는 시간들 이였어요.
어느날 딸의 유치원 생활을 보고 싶어서 몰래 가 보았어요. 마침 유치원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더군요. 저는 옥상에 올라가서 딸의 모습을 찾았어요..
딸은 너무 바쁘더군요. 그네를 타다, 미끄럼틀을 타다, 모래 위에서 삽질을 하다가,
걷지도 않고 뛰어다니더군요.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주위에 친구는 한 명도 없이
혼자서 그렇게 놀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는데 왜 이렇게 슬프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지
많이 힘들텐데 전혀 불평 불만 없이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시간도 흘러서 딸이 능숙하게 일본어가 되니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고
유치원을 재미있게 졸업했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저는 아이들만 데리고 1년 6개월 정도 한국에서 살다가 다시 일본
으로 돌아왔답니다. 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한 딸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기 때문에 곧 적응이 되고
친구도 많이 생겼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놀러 왔어요. 일본은 친구 집을 방문하게 되면 항상 과자를 들고 온 답니다.
서로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사고 방식 이지요. 그 친구도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더군요. 일본 사람의 인사성은 참 본받을 만은 해요.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빌려도 되겠습니까? ( 이런 인사는 안 해도 되는데
ㅎㅎ^^^^^)
간식을 내놓고, 우연히 둘의 대화를 듣던 중에, 딸이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친구가 돌아간후 저는 놀라서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보았지요.
모모짱 이라는 성격도 강하고 키도 등치고 큰 친구가 있는데, 노는 시간에 우리딸이
모모짱의 발을 밟아서 “고멘네” 하고 사과를 했는데 못 들은척, 계속 사과를 하는데
저리 가버리 더랍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수빈짱은 남의 발을 밟고도 사과를 않한다고
이상 하더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주위 친구들이 딸이 사과하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편들어 주지는 않더랍니다. 딸은 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자기 자리로 가서
울었더랍니다. 그런데 자리까지 쫒아 와서 그런 것 까지고 삐지냐고 빈정대더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나서 왜 엄마한테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부모가 걱정
할까봐, 어떻게든 자기가 해결하려고, 또 금방 잊어버렸답니다. (무슨 울기까지 했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둔한지?)
모모짱에 대해서 물어보니, 엄마가 언니와 자기를 데리고 재혼을 했는데, 엄마가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고 새 아빠(예전에 야쿠자 였는데, 지금은 은퇴했다는 소문)하고 사이도 않좋고,
가끔 친 아빠를 그리워 한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답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래서 원형 탈모증처럼, 머리가 빠져 있답니다. 아마 애정 결핍증 인 것 같습니다.
우리 딸이 다른 친구와 친한 모습을 보이면 불안해하고, 잘 해주다가, 이지매 하다가
아무튼 정상적인 친구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모모짱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내 딸을 지켜야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앞서더군요.
그날 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당장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요청했지요.
일단, 둘 사이를 되도록 이면, 거리를 두고 모든 행사에서도 같은 “조”가 되지 않도록 하고.
내년에는 서로 다른 반에 배치하기로 했지요.
이렇게 되어서 딸도 안정을 찾고, 전교 부회장이 되어서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는가 싶더니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찾아오더군요.
어느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저희 집 근처에서 “수빈짱, 수빈짱” 하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질 않겠어요.
어라, 내가 요즘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헛소리가 다 들리고 드디어 타국에서 정신병
까지 걸려 가는 구나. 그러면서 마음을 진정 시키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계속 들리는 거예요.
낮잠 자는 아들을 깨워서 이게 무슨 소리냐 했더니, “수빈짱”을 부르는 소리가 맞다네요..
얼른 베란다 문을 열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세상에나 “모모짱 “ 이였어요.
(우산도 받지 않고 비를 맞으며 울부짖는데)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일본 초등학교 내에서 살인사건이 빈번히 일어났거든요.)
동경으로 출장 가있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비상사태라고 했지요.
일단, 그 아이를 찾아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뛰쳐나갔지요. 그런데 이 아이가 계속 숨바꼭질을
하듯이 목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어디에도 없더군요.
그날 밤도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또 고민하고 학교에 알리고, 선생님은 “모모짱”의 집을 방문해서
대책을 세우고,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을 걷는 것 같았어요.
내가 일본에서 살다가 제 명에 못살겠습니다.
그후 제가 더 이상 우려했던, 사건은 없었고, 그 아이는 이사를 갔습니다. (엄마가 이혼하고 또 결혼을
했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지금, 저희 아이는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답니다. 학교 테니스 선수로써 너무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바쁩니다. 늘 주위에는 친구들이 들끓어서 혼자 있는 적을 본적이
없다고, 보호자 면담시에 늘 듣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에는, 일본사람이 “일본사람보다 꼼꼼하고 완벽하다”고 하는,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서 조금은 피곤한 남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첫댓글 아! 정말요? 이런 우연이~~~^^^ㅎㅎ
네. 꼭 연락 주세요.
엄마를 닮아서 따님이 똑부러지는가 봅니다..^^
다음편..남편님의 이야기가 왠지..귀가솔깃..하구 기다려집니다....^^
아니요. 엄청 똑 뿌러지고 완벽한 남편 만나서
매일 몬꾸 만 듣고 사는 불쌍한 아줌마 예요.
담편 기대할께요^^
근데, 다음편이 이여질지 모르겠어요.
본인의 허락을 아직 않받아서 ~~!? 죄송 ㅎㅎㅎㅎ